시사, 상식

외교부 "일제 국권 침탈 불법"…윤석열·김태효 답할 차례

道雨 2024. 8. 27. 11:13

외교부 "일제 국권 침탈 불법"…윤석열·김태효 답할 차례

 

일본 "합법적 식민 통치…조선인 국적은 일본"

윤, 뉴라이트 주요 역사 국책연구소 전진 배치

광복회, 건국절 주장 폐기와 김형석 해임 요구

조국 대표 "조선총독부 제10대 총독인가?"

한‧일, 1965년 기본조약 2조 상반된 해석

박정희, 졸속 협상으로 일본 극우에 빌미

 

 

"한일강제병합조약이 우리 국민 의사에 반해 강압적으로 체결됐으며, 따라서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은 그간 일관되게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으로 구성된 광복회(회장 이종찬)가 22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일제의 국권 침탈은 불법이어서 무효'란 대한민국 외교부의 입장이 지금도 유효한지 밝혀달라고 요구한 데 대한 답신이다. 114년 전인 1910년 8월 29일(경술국치) 일제가 '한일 병합조약'을 내세워 당시 대한제국을 강점하고 우리의 국권을 침탈한 것은 불법이고, 그래서 원천적으로 무효란 입장을 외교부가 재확인한 것이다.

 

* 제79주년 8·15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서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이 축사하고 있다. 2024.8.15. 연합뉴스

 

 

 

광복회 "일제 국권 침탈, 불법 여부 밝혀라"

외교부 "한일병합조약 강압 체결…원천무효"

 

한국민에겐 너무나 당연한 상식을 광복회가 굳이 외교부의 입장을 재확인하려고 나선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출범 이후 한일 관계 개선을 구실로 일제 과거사와 독도 지우기를 비롯해 전방위로 '친일 매국' 행각을 벌여온 윤석열 정권을 볼 때, 이들이 아예 일제 강점을 '합법'이라고까지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집권 일본 극우 세력은 1910년 '한일합방조약'(일본 측 주장)은 상호 합의에 따른 '합법적 조약'인 만큼, 1945년 해방 때까지 35년의 일제 식민 통치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이라고 우기고 있다. 당연히 일제 강점기의 군대 위안부나 강제징용 등 우리 국민의 의사에 반한 불법적인 강제동원 행위도 없었다고 버티고 있다. 수많은 조선인을 참혹한 고통에 몰아넣은 강제동원 행위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한사코 거부하는 것도 이런 궤변의 연장선에 있다.

 

일본은 일제 강점을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1965년 6월 22일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 조약' 제2조를 제시한다. 그 내용을 보면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already null and void)임을 확인한다"라고 되어 있다.

 

 

한‧일, 1965년 기본조약 2조 상반된 해석

박정희, 졸속 협상으로 일본 극우에 빌미

 

일본은 '이미 무효' 대목을 두고, '한국이 이미 독립했기에 조약과 협정이 무효가 된 것일 뿐 독립 이전 시점에는 유효하다'고 해석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부분을 '한일강제병합 조약에 따른 식민 지배 등은 애당초 무효'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일제 강점은 당연히 우리 국민의 의사에 반해 강제적으로 이뤄진 '불법 행위'라는 결론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외교부 해설 자료는 "소위 한일합병조약과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협정, 의정서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국가 간의 합의 문서는 모두 무효"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무효가 되는 시기도 "'당초부터' 효력이 발생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미'라고 강조되어 있는 이상, 소급하여 무효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무효' 대목을 놓고 한일 양국이 전혀 상반되는 해석을 하고, 60년이 다 된 오늘날까지 최대 골칫거리로 남고 일본에 빌미를 준 데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및 국교 정상화 협상 당시 박정희 정권의 잘못이 크다. 일제 식민 통치에 대한 법률적 규정을 명확히 했어야 했지만, 반공 진영 구축을 최우선으로 본 미국의 한일 수교 압박과 경제 지원 필요가 맞물리면서, 백년대계를 전혀 생각지 않고 졸속으로 협상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독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일본 "합법적 식민 통치…조선인 국적은 일본"

윤, 뉴라이트들 주요 역사 국책연구소 전진 배치

 

일본 극우의 해석을 따른다면, 일제 강점기는 '합법적 식민 통치'가 되고 그 시기 조선인은 '황국 신민'이며 국적은 '일본'이 된다. 강제징용은 국가총동원령에 따른 '합법적 징용'이 되고, 군대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으로 매도된다. 항일 독립투쟁은 '반국가 행위'가 되고, 목숨 건 투쟁을 벌인 김구, 윤봉길, 이봉창 의사 등은 '테러리스트'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신생독립국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변질된다. 고조선 이래 면면히 이어져 온 한민족의 국가들은 부정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비롯된다는 헌법 정신도 부인하는 사태로 이어진다. 일본의 식민 통치 덕택에 그나마 조선이 근대화됐고, 오늘날 한국 산업화의 기초가 됐다는 식민지근대화론까지 활개를 친다.

 

문제는 일본 극우의 이런 궤변이 이른바 한국 내 뉴라이트의 주장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윤 정권 들어 국가교육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 주요 역사 관련 국책연구소와 기관의 책임자로 전진 배치됐다는 사실이다.

그 정점이 윤 대통령이 광복절을 앞둔 지난 6일, 국민 대다수의 반발에도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일제 시기 우리 국적은 일본"이라고 주장한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 28일 서울 한 영화관의 상영 시간표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과 '기적의 시작'이 띄워져 있다. 2024.2.28 연합뉴스

 

 

 

광복회 '일제 지배 원천무효' 외교부 입장 환영

"건국절 주장 폐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해임하라"

 

광복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외교부의 '일제 지배 원천무효' 입장을 환영한다"라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광복회는 "외교부 입장 확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독립기념관장 임명이 철회되고, '이승만 건국'을 둘러싼 '1948년 건국절' 논란이 종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부의 공식 답변에 걸맞게 '국민이 신뢰할만한 조치'를 대통령실에 요구했다.

 

광복회는 "우선, 일본 제국주의 지배를 합법화하고, 그래서 당시 나라가 없어 1948년에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1948년 건국절' 주장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만 건국'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이승만 건국대통령'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관'에서 보듯, 1948년을 건국으로 상정한 일체의 주장은 '일제 지배 원천무효'를 확인한 외교부의 입장에 정면 배치되므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복회는 "또 하나,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가 원천무효'였다고 외교부가 확인한 것은, 일제시기 한민족의 국적이 일본이 될 수 없고 한국이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주는 것이므로, '일제시기 우리 국적은 일본'이라며, 외교부 입장과 배치된 주장을 한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의 임명은 지금이라도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광복회 서울ㆍ경기지부 회원들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퇴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24. 08.13 연합뉴스

 

 

 

독립기념관장 임명 파문 장본인 답할 차례

조국 대표 "조선총독부 제10대 총독인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파문의 당사자는 외교부라기보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다. 사실 '일제의 국권 침탈은 불법이어서 무효'란 입장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외교장관에게 보낸 광복회의 서한은, 윤석열 정권의 '정체'와 '국적'이 뭐냐고 단도직입으로 묻고 있다고 봐야 한다. 광복회의 전례 없는 행동은, 해방되고 80년 가까운 지금의 대한민국을 윤 정권은 '조선총독부'로 여기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서 비롯됐음은 물론이다,

 

그러잖아도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광복절인 15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인가. 아니면 조선총독부 제10대 총독인가"라고 물었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16일 "윤 대통령은 국민적 분노에도 끝까지 김형석 관장을 비롯한 친일 뉴라이트 감싸기에만 급급하다. 이쯤 되면 조선총독부가 용산 대통령실로 부활한 것 아닌가"라고 가세했다.

 

'일제의 국권 침탈이 불법이고 무효'인지 여부를, 외교부를 넘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파문의 장본인인 윤석열 대통령과 외교안보 실세이자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로 오명을 얻은 김태효 1차장이 답할 차례다.

공교롭게도 사흘 뒤인 8월 29일이 경술국치 114년이고, 다음 달 초에는 퇴임을 앞둔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방한해 윤 대통령과 마지막 회담을 가질 걸로 예상되는 만큼, 시점도 입장을 천명하기에 적절하다.

 

 

 

 

이유 에디터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