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독도 지우기'가 괴담?…한미일 안보 각서가 '의혹의 중심'

道雨 2024. 8. 29. 10:13

'독도 지우기'가 괴담?…한미일 안보 각서가 '의혹의 중심'

 

 

 

윤석열, 각서에 '독도 공유 계획' 없다 입증해야

박찬대 "영토 파는 행위 묵인은 반국가 행위"

독도 조형물 철거, 각종 독도 참사의 연장선

대통령실, 야당을 '괴담 진원지'라며 정쟁화

민주당, 독도 지우기 의혹 진상조사단 발족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독도 지우기' 의혹을 '괴담'이라며 확산 차단에 나섰다. 

용산 대통령실은, 시민사회와 언론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권의 '독도 지우기'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이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하자, 정쟁화를 통해 위기 국면을 돌파하고자, 야당들을 '괴담의 진원지'로 규정하고 역공에 들어갔다.

 

 

'독도 지우기' 의혹을 '괴담'이라는 대통령실

도쿄 한미일 안보협력 각서가 '의혹의 중심'

 

대통령실의 정혜전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지시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대변인은 "있지도 않은 독도 지우기를 왜 야당이 의심하는 것인지 저의를 묻고 싶다"며 "왜 야당은 자꾸 독도 지우기라는 괴담을 퍼뜨리는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오세훈 시장도 입을 맞춘 듯 '괴담론'을 폈다. 국힘 김연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제는 독도마저 괴담 선동의 소재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고, 그에 앞서 25일 오세훈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 '언제까지 괴담에 의지하려는가'란 글을 올리고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나 야당 비판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야당들이 먼저 '선동'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의 독도 지우기 의혹은, 최근 몇 달 사이에 서울 지하철역과 전쟁기념관에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 중 상당수가 아무도 모르게 철거된 사실이 들통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연스럽게 논란이 된 것이다.

특히 3호선 안국역과 2호선 잠실역의 독도 조형물은, 광복절을 앞둔 지난 12일과 8일에 철거된 소식이 전해지자,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 동북아역사재단이 서울 영등포구 독도체험관에 1794년 영국에서 로버트 로리와 제임스 휘틀이 간행한 '신세계지도첩'에 수록된 옛 지도를 공개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로버트 로리와 제임스 휘틀이 제작한 지도에서 한반도 주변 부분을 확대한 모습. 2024.7.15. 연합뉴스

 

 

 

독도 조형물 철거, 각종 독도 참사의 연장선

대통령실, 야당을 '괴담 진원지'라며 정쟁화

 

정 대변인은 일부 독도 조형물의 철거 사유에 대해 "지하철역 조형물은 15년이 지났고, 전쟁기념관의 조형물은 12년이 지나 탈색과 노후화됐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재설치 계획과 관련해서 "지하철역 조형물은 독도의 날에 맞춰 새로운 조형물로 설치하고, 또 전쟁기념관 조형물의 경우 개관 30주년을 맞아 6개 기념물 모두 수거해 재보수 작업을 마친 뒤 다시 설치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정 대변인의 '노후화' 설명은, 얼마 전 비판 여론에 밀려 "시민 안전 확보 차원"이었다는 서울시 교통공사의 해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뭣보다 왜 최근 몇 달 사이에 이런 사태가 동시다발로 벌어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해명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대통령실은 문제의 독도 조형물 철거가 '단독 사건'이 아니란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번 일이 윤 정권의 '독도 지우기' 의혹을 촉발하긴 했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윤 정권 들어 납득하기 힘든 독도 관련 각종 참사가 터졌고, 이번 일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만 해도 △ 작년 말 독도를 "영토분쟁 진행 지역"으로 기술한 군 장병 정신전력 교재 △ 독도를 '재외공관'으로 표시한 외교부의 '해외 안전여행' 사이트 △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한 행정안전부의 지난 5월 민방위 교육 영상 등 한둘이 아니다.

 

* 독도 일대를 조사 중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직원들이 광복절을 앞둔 14일 독도의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2024.8.15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제공.

 

 

 

"독도 지우기 하는 정부가 지키기 훈련하나"

명칭 변경, 규모 축소, 비공개 사실은 외면

 

정 대변인은 "독도 지우기에 나선 정부가 연 두 차례씩 독도 지키기 훈련을 하느냐"고 반문했지만, 지난 21일 비난 여론에 밀려 실시한 '동해영토수호훈련'을 포함해 모두 5번의 독도방어 훈련을, 명칭도 바꾸고, 규모도 축소하고, 비공개로 진행한 사실은 거론하지 않았다. 일본을 의식한 조치임은 물론이다.

 

특히 일본이 2022년 12월 16일 외교·안보 기본지침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판에 독도를 "우리나라(일본) 고유영토"로 최초로 명시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윤 정권은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의 주체를 외교부 대변인으로 낮추고, 그 형식도 '성명'이 아닌 '논평'으로 격하하는 등, 그동안 일본의 집요한 독도 영유권 공세에 미온적 대응으로 시종일관하고 있다.

 

독도 인근에서 일본의 군사 활동을 '방조'하는 일도 눈에 띄게 잦아졌다. 독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함 도발 대비 명분의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2002년 9월)과 독도 인근 해상에서 한미일 연합 미사일방어 훈련(2002년 10월), 독도 해상에 일제의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전함 출현 등이 그것이다.

 

2023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주장)의 날'인 2월 22일에는 한국 해군이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된 해도에 맞춰, 독도 인근에서 미국, 일본 해상전력과 함께 미사일 방어훈련을 벌여 거센 비판을 부르기도 했다.

 

독도 조형물의 철거 사태는 윤 정권의 '독도 지우기' 의혹의 중심이 아니다.

당장의 문제는, 윤 정권이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독도를 혹여나 안보‧군사 협력을 명분으로 미국, 일본과의 공동 활용을 '용인'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이와 관련해 촛불행동은 22일 성명을 통해 '독도의 한미일 공동작전 구역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 네번째)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8.26 연합뉴스

 

 

 

윤석열, 각서에 '독도 공유' 없다고 입증해야

박찬대 "영토 파는 행위 묵인은 반국가 행위"

 

이 대목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난 7월 28일 도쿄에서 한·미 국방부 장관과 일본 방위상이 서명한 '3자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 각서(MOC)다.

이 각서의 핵심은 3국 간 실시간 군사정보 공유와 정기적인 연합군사훈련 등의 안보군사협력의 제도화다. 3국은 각서 서명 사실은 공개했지만, 한 달이 되도록 세부 내용을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사실상 '비밀각서' 셈이다.

이 각서 안에 3국의 공동작전 구역화 등 독도의 공동 활용 방안이 담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독도는 일본군이 러일전쟁 중인 1905년 강제로 점령해 자국 영토에 편입시킨 뒤, 러시아 함대를 궤멸시키기 위한 군사 요충지로 활용했던 만큼 전략적 가치가 큰 곳이다.

 

윤 정권이 진정으로 세간의 '독도 지우기 의혹'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괴담'에 불과하다고 여긴다면, 윤 대통령 직접 이 각서의 내용을 공개하고, 3국 간 '독도 공동 활용 계획'은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한편, 앞으로도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하면 그뿐이다. 국민 여론을 받들어 관련 의혹 진상조사에 나서는 야당을 애꿎게 비난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자주통일평화연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4. 07.31 연합뉴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 회의 발언을 통해 '독도 지우기' 의혹에 대해 "주권과 영토·국민을 팔아먹는 행위, 이를 묵인하거나 용인하는 행위는 반국가 행위이고, 이를 행하는 세력이 바로 반국가 세력이다"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반국가 세력으로 오인될 만한 일체의 행동을 중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주권과 영토를 지키는 데 앞장서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괴담' 비난에 대해 "독도를 군 교재에서 지우고, 분쟁 지역으로 표현하고, 주요 공공기관에 독도 조형물이 하나둘씩 철거되고 있는 명백한 사실을 괴담이라고 퉁 치려는 여당 정치인들이야말로 참 괴이하다"면서 "민주당이 준비하고 있는 친일 공직자 금지법에는 어떤 형태로든 독도 지우기에 가담하거나 묵인한 친일매국병 공공기관장에 대한 징계 조치도 포함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유 에디터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