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구속된 명태균이 촬영한 김건희의 ‘돈봉투’…루비콘강 건너나

道雨 2024. 11. 15. 11:00

구속된 명태균이 촬영한 김건희의 ‘돈봉투’…루비콘강 건너나

 

 

“김 여사가 明에 500만원 든 봉투 줬다”…검찰, ‘코바나컨텐츠’ 새겨진 봉투 사진 확보
‘최순실 태블릿’ 떠올리는 명태균 ‘휴대폰·USB’…이준석 “尹 특정후보 공천 언급” 폭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헌법이 규정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정면으로 훼손했다."

정치 브로커이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의 '키'를 쥔 명태균씨(54)가 결국 구속됐다.

명씨에 대한 검찰의 1차 판단은 '중대 범죄자'다. 

 

정권 붕괴와 헌정사 첫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민간인의 국정농단 트라우마는 2024년 '최순실'에서 '명태균'으로 바뀌어 국민 앞에 다시 나타났다. 공천 개입이 아닌 '의견 표명'이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항변은, 김건희 여사가 건넨 '돈봉투'와, 한때 동지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작심 폭로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尹, 별의 순간 향하던 때 김건희는 明에 돈봉투

 

"돈의 흐름을 파악하면 이 사건은 금방 해결된다. 단돈 1원도 받은 게 없다."

공천 개입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는 명태균씨는 11월8~9일 두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며 '돈'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누구로부터' '어떤'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명씨의 이 주장은 역설적으로 돈을 받았다면 사건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신용불량자인 명씨는 금융기관을 통한 계좌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신에 대한 계좌 추적이 유의미한 증거로 연결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는 명씨는, '돈의 흐름을 보라'는 수상한 가이드라인을 던졌다.

 

하지만 정권과 검찰의 명운이 달린 이번 의혹은, 명씨의 입, 그리고 그가 갖고 있던 사진에서 또 다른 변곡점을 맞는 양상이다. '김건희 여사' '코바나컨텐츠' 그리고 '돈봉투'가 전면에 등장하면서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의혹 핵심 인물인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 미래한국연구소 김태열 소장 등으로부터, 김 여사가 명씨에게 돈봉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라고 적힌 돈봉투 사진을 확보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돈이 오간 정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씨도 김 여사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돈봉투를 받은 점은 인정했다.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2021년 9월을 포함해 "교통비" 명목으로 두 번 받았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명씨는 최근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이 돈을 꺼내 썼고, 봉투만 기념으로 찍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혜경씨 주장은 다르다. 강씨는 11월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명씨가 김 전 의원이 당선된 이후인 2022년 6월초, 의원 사무실에서 나에게 '김건희 여사한테 금일봉을 받았다'고 자랑했었다"며 "최근 명씨와 서울에 왔다갔다하면서 동행했던 분이, (금일봉 액수가) 500만원이고, 봉투 색깔까지 얘기해 줬다.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명씨가) 대선 여론조사 비용을 받으러 간다고 했었는데, 비용은 안 받아오고 금일봉 500만원을 받았다'는 것까지 말했다"고 전했다.

명씨는 이 돈이 여론조사 비용과는 상관없는 교통비라고 하지만, 어떤 명목이더라도 수사 확대는 불가피하다. 돈이 건너간 시기로 지목된 2021년 9월은, 윤 대통령과 명씨가 첫 만남을 가졌다고 알려진 시점에서 불과 2~3개월 후다.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윤 대통령이 '별의 순간'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하던 때다.

 

 

 

 

검찰 "봉투에 든 돈이 500만원이었는지는 불명확"

 

이 시기 명씨는 여론조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명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는, 윤 대통령이 포함된 대선 여론조사를 2021년 4월부터 8월까지 공표 18번, 미공표 3번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 의혹이 불거진 '명태균 설계' 여론조사는 윤 대통령 내외에게 보고됐고, 캠프로도 흘러갔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던 명씨의 '활약상'을 모를 리 없는 상태에서, 대가성으로 의심되는 돈봉투를 건넨 셈이다.

 

명씨가 대선 과정에서 81차례에 걸친 여론조사를 제공하고, 3억7500만원의 조사 비용 대신 2022년 6·1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만큼, 당사자 간 금전거래는 수사 확대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명씨에게 왜 격려금 형태의 돈을 줬는지 '돈의 성격'과 정확한 규모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 의지다.

사건을 검사 없는 수사과에 9개월간 방치한 검찰이, 명씨 구속 후 과연 핵심 줄기를 따라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는다.

검찰은 명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공천 개입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명씨와 김 전 의원, 명씨와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 간 불법 돈거래에서 수사가 끝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검찰이 명씨와 관련해 밝혀낸 것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으로부터 세비 절반씩 총 7600여만원을 수수하고, 2021년 지방선거 예비후보였던 배아무개·이아무개씨에게 공천을 암시하며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비용 2억4000만원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김 여사가 명씨에게 돈을 준 것과 관련해 "봉투에 들어있던 돈이 500만원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수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 등은 현 단계에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된 명씨를 상대로 돈봉투와 관련한 추가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명씨의 변호인 김소연 변호사는 11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500만원이라는 액수는 강혜경과 김태열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완전 별개의 사안이기도 하고, 검찰 조사에서 '(명태균씨가) 교통비 명목으로 (김 여사로부터) 소액 받았다'고 진술한 게 전부"라고 일축했다.

 

*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11월1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사의 선물" 일주일 후, 무슨 일 있었나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판도라 상자'로 지목된 명씨의 휴대전화 3대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명씨는 6개월 주기로 휴대폰을 바꿔왔고, 과거 사용했던 휴대폰 등 통신·저장기기는 이미 모두 폐기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속하면 깐다, 까면 다 죽는다'는 명씨의 경고를 감안하면 어떤 형태로든 자료를 갖고 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검찰은 일단 명씨가 쓰던 컴퓨터에서 발견된 '대통령의 흔적'을 주목한다. 당초 명씨는 올해 초 강씨에게 해당 PC를 버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강씨는 이를 폐기하지 않다가 이후 수사팀에 제출했다. PC에서는 2022년 5월9일 명씨가 2분 분량으로 추정되는 '대통령과의 대화'라고 된 파일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송한 기록이 발견됐다. 검찰은 구체적인 파일 내용은 복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일이 전송된 날은 "김영선 해줘라"라는 문제의 대통령 발언이 있었던 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하는 음성이 담겼다. 이는 총 17초 분량이었다. 만일 명씨가 갖고 있던 2분짜리 파일의 편집본이라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정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태블릿 PC에서 민간인인 최씨가 국정에 전방위 개입한 물증이 쏟아져 나오며 수사가 급물살을 탔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명씨가 쓰던 PC에서 발견된 것은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뿐만이 아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을 두고 나눈 대화도 확인됐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의원은 2022년 5월9일 자정께 명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대통령이 김 전 의원 경선 치러야 한다고 한다더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명씨는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고, 오전 10시께 두 사람 간 통화가 이뤄졌다. 문제의 "김영선 해줘라" 육성이 나온 그 통화다. 명씨는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며, 윤 대통령과 대화를 마무리한 후, 다시 이 의원에게 "전략공천 받을 것"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 취임일인 5월10일 창원의창 지역에서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 의원과 명씨 간 대화는, 윤 대통령 그리고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더욱 짙게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과 강씨 측이 공개한 녹취록으로는 5월2일 "여사님의 선물"이라며, 일찌감치 김 전 의원의 전략공천을 확언했던 명씨가, 왜 일주일 후인 5월9일 "끝났어. 아 XXX들. 대통령 뜻이라고 해 가지고 내가 전화한 거 아나? 사모(김 여사)하고 대통령 전화해서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러대"라고 강씨에게 말했는지 명확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다.

이 의원이 당내에서 김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명씨에게 던진 점이 확인됨에 따라, 이에 놀란 명씨가 대통령과 여사에게 연락해 관철시켰다는 흐름이 완성되는 셈이다.

 

 

이준석 "尹, 특정인 공천 언급"…제3의 인물 또 있나

 

창원지검은 윤 대통령이 경선을 거쳐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이후 당선되기까지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명씨와 장기간 소통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이 전략공천을 위해 전화한 것으로 지목된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의원도 조사를 피해 가기 어렵다.

 

그러나 수사 대상이 '확대'된 게 아니라 '바뀐' 것이라면,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봐주기 수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이 구속된 명씨로부터 사라진 휴대폰과 USB 등 증거와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하는지,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접근하는지에 따라 '용산검찰청'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명씨와 밀접했던 관계가 확인되며 코너에 몰린 이준석 의원은, 11월14일 귀국길에 작심 폭로를 쏟아냈다. 이 의원은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를 언급하며 "어느 도당 위원장이 '이준석이 말을 안 듣는다'고 대통령에게 읍소해서 대통령이 저에게 특정 시장 공천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신 적도 있고,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은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좋지 않냐'고 말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검찰에서 조사를 하겠다고 하면 이미 나와 있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것들을 얘기해줄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2022년 5월9일 '김영선 경선' 내용의 메시지를 명씨에게 보낸 데 대해선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전달해준 건데, 결과적으로 완전히 틀린 정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공천 개입 정황과 사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만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규명해야 할 의혹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명씨가 창원국가첨단산업단지(창원산단) 선정 과정에 개입하고 대외비 문건을 보고받은 의혹, 기밀인 대통령의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 방문 일정을 미리 알고 지인에게 "주식을 사두라"고 한 부분, 공공기관장 선임 개입과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시 대통령 전용열차에 탑승한 의혹 등이 줄지어 터져나왔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검토 중인 불법 여론조사 의혹 관련 고발 건은 창원지검으로의 이송 가능성이 거론된다.

 

야권은 검찰이 꼬리 자르기를 위한 몸풀기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두루뭉술한 사과 이후 내놓은 첫 조치가 명씨와 연락하던 대통령 부부의 휴대폰 교체라며 "온갖 의혹의 가장 중요한 증거인 휴대전화를 폐기하거나 초기화하면, 이는 국정 쇄신이 아니라 증거인멸"이라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명씨와 대통령 부부에게 증거를 인멸하고 말 맞추기를 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지검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민간인과의 통화에서 공천을 약속하는 대통령 육성이 나왔다면, '검사 윤석열'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며 "용산이 그려준 방향대로 끌고 가다 또 부실수사, 하명수사 논란에 휩싸이면, 검찰 조직 전체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게 될 텐데, 검찰총장과 검찰 수뇌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