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독재자를 도와주는 6가지 유형

道雨 2025. 1. 8. 09:28

독재자를 도와주는 6가지 유형

 

 

 

셰익스피어는 나라가 독재자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과 평생 씨름했다. 그의 역사극에는 독재자 주변에서 그를 도와주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셰익스피어 연구자인 스티븐 그린블랫 미국 하버드대 교수(영문학)는 저서 ‘폭군’에서, 독재자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6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장미전쟁 당시 정치적 음모와 배반, 폭력이 난무했던 영국을 역사적 배경으로 한, ‘리처드 3세’의 등장인물들을 주 대상으로 삼았다. 이 작품은 군사독재 시절 한국에선 공연이 금지됐다.

12·3 내란사태에서도 독재자에게 절대 충성하거나 아부하고, 잘못을 알고서도 모른 체하며 따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는 걸 보게 된다.

 

이번 내란사태와 관련해 재정리한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독재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자들이다. 이 부류에는 곤란한 상황을 피하고자 마지못해 명령을 따르는 이들, 명령을 적극 이행하면서 뭔가 챙기길 바라는 이들, 그리고 정적들을 공격 대상으로 해 고통받게 하는 잔인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포함된다.

아마도 김용현 국방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행동 대장들이 어떤 부류일지 짐작이 갈 것이다. 야구방망이를 준비시켰다는 노 전 사령관은 잔인한 게임을 즐기는 축에 속할 것이다. 그린블랫은 “셰익스피어의 세계에서 그리고 실제 세계에서, 독재자는 이런 사람들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번에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드러나 오싹해진다.

 

두번째는 다소 음흉한 사람들이다. 왕이 파괴적인 인물이라는 걸 알지만, 왕 덕택에 자신들이 이익을 볼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린블랫은 “이런 동맹자 겸 추종자들은 왕이 한걸음 한걸음 위로 올라가는 것을 도와주고, 그의 지저분한 일에 참여하고, 각종 폐해가 늘어나는 것을 아주 냉정한 무관심으로 지켜본다”고 말한다. 관료 그룹과 국민의힘 친윤석열계가 여기에 속할 것 같다.

 

세번째는 왕에게 속아 넘어간 사람들로, 왕의 주장을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그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 주장을 믿는 극우 지지층 일부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 밖에 왕의 겁박에 겁을 먹거나 무기력해진 사람들, 왕의 사악함을 명확히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왕이 형편없는 줄 알지만 중심을 잡는 어른들과 제도가 있어 나라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거라 믿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조력자들의 다양하면서도 자기 파괴적인 행태들이 합해지면, 나라는 집단적 패망에 이를 것이라고 암시한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