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한국적 파시즘의 특성

道雨 2025. 2. 18. 12:08

한국적 파시즘의 특성

 

 

 

모든 파시즘의 전제는 민족주의…한국엔 그게 없다

'반란 천국, 탄핵 지옥'? 전면에 나선 개신교 목회자

아스팔트 극우 집회에 투항한 국힘 정치인들의 응원

이대남 극우화는 세계적 경향, 한국은 뭐가 다를까

 

1.19 서부지법 폭동으로 얼굴을 내민 파시즘이 대한민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윤석열의 난’이 진압되고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을 화근이다. 전면에 등장한 파시즘 세력은 증오의 에너지로 우리 사회에 불안을 조성할 것이다. 뉴라이트 전문가인 이병권 연구가가 긴급 분석한 매국우파 파시즘의 본질과 대처 방안을 다섯 차례에 걸쳐 분재한다. ① 그들이 걸어 온 길 ② 본산은 뉴라이트 ③ 한국적 파시즘의 특성 ④ 이대남의 집결 과정 ⑤'봉쇄'와 '배제'의 전략. 이병권 연구가는 지난해 말 <시민언론 민들레>에 ‘뉴라이트 해부’ 4부작을 기고한바 있다. [편집자 주]

 

*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에 현판이 쓰러져 있다. 2025.1.19. 연합뉴스

 

 

 

모든 파시즘 국가는 과거의 영화를 되살리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자기 민족의 우수성을 과장하기 위해서죠. 이탈리아 무솔리니는 과거 로마의 영광을, 독일 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일본은 천황과 일본인의 위대함을 최대한 극적으로 보이려 견마지로를 다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파시즘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는 위대한 민족에 대한 예찬과 강조가 없습니다. 박정희 정권이 부각했던 것은 기껏해야 성웅 이순신의 구국 열정과 헌신 정도에 불과합니다. 왜 이럴까요.

 

 

첫째, 한국 파시즘에는 민족이 없다.

 

 

필자는 그 이유를 이들의 노예근성에서 찾고자 합니다. 파시즘에서 민족의식 고양은 필연적으로 대외 확장이나 침략전쟁과 같은 대외 팽창으로 발현됩니다.

한국의 역대 파시즘 권력들은 탄생부터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에 맞서거나, 이를 극복하여 자국이나 자민족의 중흥을 부르짖을 배짱이나 자긍심이 없는, 사대주의에 찌든 정권이었습니다.

 

이승만은 기껏해야 조선 왕조의 혈통을 주장하며, 강대국에 사대하는 제후국의 왕 노릇에 만족했습니다.

박정희는 만주 군관학교 이력을 세탁하고, 가장 열성적인 반공주의자로 행세해야 했습니다. 남로당 전력을 씻기 위해 일찌감치 전향, 과거 동료들을 밀고하며 살아남았죠. 미국의 의심을 피하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그 역시 제후국의 제후로서만 자신의 지위를 연장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생략한 파시즘을 선택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박정희 정권의 판박이와 다름없습니다. 박정희가 말년에 추진했던 핵 개발 계획조차 미국에 얌전히 헌납한 채, 영구집권을 위한 폭압 파시즘에 몰두했을 뿐이었습니다.

위대한 민족주의나 민족의 영광까지는 아니더라도, 배달민족의 지속적 발전을 도모한다면, 갈라진 남북한의 통일문제는 민족적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2.1 연합뉴스

 

 

 

주변 4대 강국이 한민족 통일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과 북만이 원한다고 해도 성사될 일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종전 선언과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전쟁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매국우파 세력은 평화 분위기 조성에 절대로 찬성하지 않습니다. 남북 간 긴장과 갈등이 지속돼야 자신들의 입지가 보장되고 이익 또한 극대화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평화 조성보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자신들의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합니다. 일본은 신대동아공영권의 꿈을 지피고 있습니다.

 

결국 자국의 역사와 국익에 관심 없는 매국우파는, 지난 파시즘 시절 그랬듯이, 형식적 민주주의가 시작된 1987년으로부터 불과 4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노예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둘째, 정치 권력과 종교 권력의 결합이 성사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다양한 종교가 매우 평화롭게 공존하는 전 세계에서 드문 다종교 사회입니다. 필자는 한국사회가 종교 간 극심한 갈등이 적은 이유가 불교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교는 유일신을 숭배하지 않고, 개방된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종교입니다. 종교의 속성이 타 종교나 타 문화에 갈등하기보다 순응하고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한반도에 불교가 유입된 지 2000여 년이 가깝지만, 불교라는 종교 자체가 국가나 사회적 갈등의 중심이 된 예는 찾기 쉽지 않습니다. 외국과의 전쟁 시기에 호국불교가 있었고, 승병이 있었고, 의병장이 다수 있었지만, 전쟁을 일으키거나 침략에 불교가 앞장선 사례를 찾기는 힘듭니다. 반면에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는 그 종교의 이름으로 수많은 전쟁과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세속적인 야욕 때문이었겠지만, 서양에서 2세기에 걸쳐 일어났던 십자군 전쟁은 그 자체가 국제적 만행이었고, 중세의 마녀 사냥, 종교 전쟁 등 수많은 전쟁의 원인이 명분상 종교 문제였습니다. 종교의 교리가 아닌, 종교의 이름으로 빚어진 사건을 말함입니다.

 

기독교는 19세기 천주교에 대한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조선 땅에 들어왔고, 개항 이후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반도 북부지역에 대규모 선교사와 목사들이 선교활동을 벌이면서, 조선 말과 일제 초기에 크게 교세를 확장합니다.

1919년 3.1운동을 이끌었던 민족지도자 33인 중 15명이 천도교도였고, 16명이 개신교 진영이었습니다. 불교 대표는 2명이었죠.

개신교는 서구 문물과 민주주의 정신을 한반도에 이식했고, 많은 기독교계 학교가 건립돼 서구 근대 교육의 산실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일제 말기에 이르러 일본은 특히 개신교에 대해 예배 중 신사참배를 강요하였고, 이를 거부한 다수의 목사를 쫓아내고 교회를 폐쇄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목사와 교회는 생존을 위해 예배를 2회로 나누어 한번은 정식 예배를, 다른 회에는 신사참배를 하는, 사실상 우상숭배에 해당하는 신사참배에 굴종하는 반기독교적 행태를 보이게 됩니다.

 

* 왼쪽은 부산세계로 교회의 손현보 목사, 오른쪽은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 손 목사는 여의도파, 전 목사는 광화문파 극우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5.02.06. 유튜브 화면 캡처

 

 

 

일제는 ‘불령선인’으로 의심되는 개신교 신도들을 상호 고발케 하여 총독부에 대한 충성 경쟁을 하게 했습니다. 본격적인 친일을 한 다수의 목회자들은, 해방 이후 미군정에 밀착하여, 이제는 미군정의 눈과 귀가 됩니다.

북한 지역은 평양을 중심으로 개신교가 강성한 교세를 누렸으나, 소련군과 김일성의 등장 이후 반동 집단으로 몰려, 대거 남쪽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북한 지역에서 밀려난 많은 북한 개신교 신자들은, 자신들의 울분을 서북청년단 조직을 통한 반공 청년단으로 조직화합니다. 이들은 극우 백색테러 집단으로 활동하는데, 제주 4.3 항쟁 과정에서 그 악명을 떨칩니다.

 

1950년대, 다수의 이북 출신 정치깡패들이 동대문파 깡패 이정재 휘하에서 활개를 치며, 자유당의 돌격대로서 극우 정치깡패로 활동합니다.

한편, 월남한 북한 지역의 목회자들은 특히 일제에 부역했던 목사들을 중심으로, 이승만과 박정희 휘하에서 반공을 숭상하고, 미국을 부모의 나라로 여기는 목회 활동으로 교세를 확장합니다.

 

그래도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 개신교는, 문익환, 박형규 등 사회문제와 민족문제에 관심을 두고 민주화운동과 빈민운동 등에 헌신했던 다수의 목회자가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까지만 해도, 교회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었기에, 많은 사회운동의 진앙 역할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항쟁 이후 형식적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교회 내의 다수 사회운동가가 각자의 사회운동 진영으로 분화되면서, 과거 개신교 진영이 해왔던 사회운동의 진앙 역할은 축소됩니다.

 

한국 개신교는 크게 장로교와 감리교로 양분되지만, 누구라도 자신의 교회나 신학교를 세울 수 있고, 교인들을 모을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천주교나 불교가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이라면, 개신교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자생해야 하는 골목상권이자 벤처기업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개신교 진영에 유달리 사이비 교파나 범죄 목회자들이 출몰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누구라도 견제나 통제받지 않고, 자신의 교파를 만들고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의 개신교는 각자의 브랜드를 가진 교회이기 때문에, 교회와 목사의 밀착성이 매우 강합니다. 상품에 각 브랜드가 있듯이, 교회들은 아무개 목사의 아무개 교회라는 식으로, 각자의 영역을 개발하여 자신의 신도를 늘리고, 그 신도들을 기반으로 교회를 키웁니다.

 

* 지난해 12월 29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광훈 씨가 이끄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서 단상에 올라 탄핵을 막지 못해 사죄드린다며 큰절을 하고 있다. 2024.12.29. JTBC 뉴스 갈무리

 

 

 

교회 내에서 담임 목사의 권위는 절대적입니다. 그 목사의 주장과 설교가 곧 진리로 신자들에게 강요됩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교회의 선교 구호는 강력한 선교의 추동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신교의 강한 배타성과 경쟁의식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유일신을 믿는 교회에서 해당 목사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반영하여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 특정 정당을 죄악시 하거나 적으로 규정할 경우, 신도들에게는 매우 큰 영향력과 행동력을 요구하게 됩니다.

 

오늘날 전광훈과 같은 인물도, 자신이 세운 교회와 신학교에서 목회자 자격을 획득하여, 스스로 ‘아무개의 교회’라는 브랜드의 교회 목사라고 자임합니다.

천주교나 불교의 조계종 같은 종교는 나름 정규 학교나 교단을 통한 제재가 가능해 최소한의 자정 역할을 하지만, 개신교계에는 그러한 조정력이 없으니, 각자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목사라도 교인들을 끌어모을 능력만 있으면, 대형교회를 짓고 세습하며 호의호식할 수 있는 게 오늘날 개신교계 현황입니다.

1980년대 이후 강남 바람이 크게 일면서 서울 강남지역에 대규모 교회가 세워졌고, 이 교회들에 ‘영향력 있는’ 유명 인사들의 영입은 필수사항이 됩니다.

 

사회적 영향력 확대는 필수적으로 돈과 권력에 대한 접근과 일체화를 의미합니다. 동시에 더 큰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교회는 권력을 지지하고, 권력은 교회의 지지를 이용하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가 확대 재편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닌 강남 지역의 소망교회는,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개신교 모두가 그러한 것은 물론 아닙디다만, 크고 돈이 많은 교회일수록 자본과 권력과 밀착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현재 서울의 대형교회로 꼽히는 교회 대부분이, 과거부터 보수정권을 공공연하게 지지해 왔고, 2008년 김진홍 목사가 대표로 이끈 ‘전국 뉴라이트 연합’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합니다.

 

오늘날 한국의 개신교 내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극우 기독교 인사들, 전광훈 목사와 같은 기회주의적 출세주의자들, 정치지향 목회자들은, 아스팔트 태극기부대를 이끌고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는 이미 ‘자유한국당’을 이끌며 각종 선거에 자당 후보를 내세우고 있으며, 이른바 ‘자유마을’을 전국 시, 군, 구에 만들어 각종 이권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하부조직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12.3 계엄 시도와 실패는, 정치적 야욕에 가득 찬 개신교인들을 아스팔트로 불러내고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와 손현보 목사의 부산세계로교회 등은,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단상에 불러올려 90도 인사를 받고, 극우 선동에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을 주도한 인물 상당수는, 극우 개신교 세력과 깊은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 목회자들과 윤상현을 비롯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윤석열의 변호사들이 폭도를 선동했습니다. 정치와 종교가 한 몸이 되어 파시즘을 이끌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현재 대한민국 파시즘의 행동대장과 그 돌격대장, 행동대원들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실례이기도 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2025.2.1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셋째, ’이대남‘의 파시즘적 성향

 

대한민국 사회에서 20대 남성들의 보수화 경향은, 지난 수년간 축적되어 온 사회 현상이자, 시대적 경향으로 보입니다. 20대 남성층의 보수화, 극우화 경향은 비단 대한민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극우 정당 및, 트럼프를 추종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군중의 핵심 세력으로 20~30대 남성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이대남’은 다른 나라들의 극우세력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결집하고 의식화되고 있습니다. 이대남 현상을 따로 떼내어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속>

 

 

 

이병권 인문연구가mindlenews01@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