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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진짜 위기, 갤럭시폰의 진실

道雨 2025. 2. 28. 10:48

삼성전자의 진짜 위기, 갤럭시폰의 진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위기, 주52시간 예외로 해결하겠다는 삼성

 

 

삼성전자의 위기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문제라는 지적이고, 정치권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반도체 특별법까지 만들어 삼성전자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과연 지금의 삼성전자는 반도체만 문제일까요?

일단 이미 익히 알려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위기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33조 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라며, '비전 2030'을 발표할 때만 해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9% 정도였습니다. 파운드리 진출 초기에 애플의 칩을 위탁생산하기도 했던 삼성전자는, 비전 2030 발표 이후 퀄컴, 구글 등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체로부터 주문받아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 지난 지금, 그 고객들은 모두 삼성전자를 떠나 TSMC로 옮겨 갔습니다. 완제품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해야 하는 고객사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서 그렇다는 핑계가 많았지만, 사실은 같은 공정노드에서도 두 회사의 수율과 품질에 너무 큰 차이가 나서 다들 TSMC로 옮겨 갔다는 게 더 정확합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도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AI 가속기 수요가 폭발하고, 거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는데, 삼성전자가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는 겁니다. 메모리 시장 전체로 보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41% 수준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53%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38%로 멀찍이 뒤에서 쫓고 있는 형국입니다.

더 큰 문제는 SK하이닉스가 HBM3E 12단과 16단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차세대 D램인 1c 메모리를 개발해 양산을 준비 중인 데 반해, 삼성전자는 HBM3E의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1c 메모리 역시 개발 목표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는 겁니다.

기술에서 뒤처지다 보니,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서 팔아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니라, 저가의 메모리를 많이 팔아 매출 목표만 겨우 맞추고 있는 실정입니다.

삼성전자 사업부문별 매출 및 영업이익. 반도체를 생산하는 DS부문 전체 매출보다 DX부문 안에서 휴대폰과 태블릿을 생산하는 MX사업부의 매출이 더 높습니다.삼성전자 경영보고서

 

 


이런 상황은 숫자로 나타납니다. 2020년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매출은 약 103조 원, 영업이익률은 20%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실적을 보면 매출은 약 111조 원으로 10%도 채 증가하지 못했고, 영업이익률은 13%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매출이 2020년 매출 31조 원에서 2024년 66조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20년 15.7%에서 2024년에는 35.5%로 크게 늘어난 것과 확연히 비교됩니다. SK하이닉스가 매출액은 적지만, 영업이익만 보면 삼성전자 DS부문보다 더 많습니다.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스마트폰

그럼 다른 부문은 어떨까요? 반도체만 제대로 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는 사업 영역에 따라 크게 4개 부문으로 나뉩니다. 가전과 통신, 휴대폰을 담당하는 DX부문,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디스플레이의 SDC, 오디오 기업 하만입니다.

삼성전자 2024년 전체 매출액 300.9조 원 가운데 DX는 매출액의 57%에 해당하는 174.9조 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액 111.1조 원의 DS를 크게 넘어섭니다. DX 안에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담당하는 MX사업부의 매출액은 114조 원으로 반도체 부문의 전체 매출액을 넘어섭니다. 스마트폰이 삼성전자 사업 중 핵심 사업이라는 뜻입니다.

2024년 3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스마트폰 판매 회사입니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은 세계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를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19%로 17%의 애플, 14%의 샤오미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스마트폰 출하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만 그렇습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1위는 애플로 바뀝니다. 시장점유율이 46%나 됩니다. 삼성전자는 15%로 2위인데 그 차이가 3배가 넘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많이 팔기는 하지만 비싸게 팔지는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ASP)은 약 356달러입니다. 여기서 애플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903달러로 독보적입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299달러로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시리즈는 판매단가가 1000달러도 넘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건 지난해 삼성전자가 어떤 모델을 많이 팔았는지를 보면 이해가 됩니다. 2024년 한 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모델은 애플의 아이폰 15입니다. 2위는 아이폰 15 프로맥스, 3위는 아이폰 프로입니다. 애플은 10위 안에 아이폰 16 프로맥스(5위), 아이폰14(8위), 아이폰16프로(9위) 등 여섯 개의 모델을 올려놓았습니다.

2023년과 2024년, 스마트폰 모델별 판매 순위. 애플의 플래그십 모델 6개가 10위 안에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A시리즈가 3개, 플래그십 모델인 S시리즈가 1개 포함되어 있습니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반면에 삼성전자가 가장 많이 판매한 모델은 갤럭시 A15 5G로 4위인데, 이 모델은 갤럭시 제품군 중 가장 저렴한 쪽에 속합니다. 갤럭시 A15 4G(6위), 갤럭시 A05(10위) 역시 보급형 모델입니다. 7위에 오른 갤럭시 S24 울트라만 플래그십 모델인데, 이것도 2018년 이후 갤럭시 S모델 중 처음으로 10위 안에 포함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을 만드는 2024년 MX네트워크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9%밖에 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해야 할 일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많이 팔아서 ASP를 끌어 올리고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일입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25 제품군을 발표했습니다. 제품 발표 후 유튜버들의 제품 평을 보면, 성능만 보면 애플 아이폰 못지않은 제품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럼 이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문의 실적이 좋아질 일만 남은 걸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데, 갤럭시 S25에 사용되는 AP는 퀄컴 제품입니다. 삼성전자는 자체 AP인 엑시노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성능 때문에 S25에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AP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P만 타사 제품을 쓰는 게 아닙니다. 갤럭시 S25에 사용하는 메모리 반도체 역시, 삼성전자 제품 대신 미국 마이크론 제품입니다.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가, 자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자사의 메모리 대신 경쟁업체의 메모리를 사용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겁니다.

팹리스 업체인 퀄컴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쓰이는 AP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25가 많이 팔려도, 그 과실은 퀄컴과 TSMC, 마이크론이 나눠 갖게 되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메모리 사업부는 딱 그만큼 기회를 잃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 외에 시장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얼마 전 애플은 아이폰 16e 모델을 새로 출시했습니다. 기존의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SE 시리즈의 후속 모델입니다. 아이폰 16e는 플래그십 모델에서 사양을 낮추고 유용한 기능을 많이 빼는 대신 가격을 낮췄습니다.

기존에 플래그십 모델이 많이 팔리는 미국이나 한국, 일본 같은 시장 대신, 그동안 아이폰 보급형 모델이나 리퍼폰(수리 후 되파는 제품) 소비가 많았던 중국, 인도, 중동, 남미 등의 시장을 노리는 제품입니다. 삼성전자가 보급형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시장과 정확히 겹칩니다. 또한 이 시장은 이미 중국의 보급형 스마트폰 제조사와도 경쟁이 치열한 곳입니다.

지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플래그십 모델은 타사 부품 채택이 높은 바람에 많이 팔아도 이윤이 적고, 그동안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보급형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와의 단가 경쟁에 더해 애플이라는 강적과 맞서게 됐습니다. 삼성전자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중에 반도체는 이미 많이 기울었고, 스마트폰은 큰 위기 앞에 선 겁니다.

직원들 일 더 시켜서 위기 극복하겠다는 삼성전자

그럼 이런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는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을까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인해 사과문까지 발표했던 삼성전자지만, 그 이후 눈에 띄는 대책 발표는 없고, 자사 직원들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예외로 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만 높을 뿐입니다.

삼성전자가 주 52시간제도의 예외를 주장하는 바람에, 현재 법정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법정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 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같은 법 제53조에서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 시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12시간을 추가로 근무하면 주 52시간이 되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요구는 법정근로시간에서 좀 더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아니라, 법정근로시간에 기본적으로 12시간을 추가로 일을 시키고 있는데, 그것마저 부족하니 더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자사 직원들이 경쟁사보다 덜하기 때문에 생긴 걸까요?

SK하이닉스가 발표한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노동자 1인의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이 나와 있습니다. 2020년에는 주당 평균 43.8시간이었는데, 2023년에는 주당 평균 40.9시간으로 줄었습니다.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은 줄었는데, SK하이닉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40.9시간인데, 이렇게 일하고도 매출과 이익을 두배로 끌어 올렸습니다.SK하이닉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부문 두 곳에서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삼성전자지만, 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책이 자사 직원들 일 더 시키는 것뿐이라면, 위기 극복은커녕 더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장시간 노동의 효용성을 떠나, 경쟁사가 주 40시간 노동으로도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52시간 이상 노동을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 자체가 남 보기 창피한 일이란 걸 삼성전자 경영진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삼성전자가 해야 할 일은,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책임자를 우선 경질하고, 삼성전자가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