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말하는 '미국 우선주의'의 실체
'우선주의' 치닫는 미국과 조선, '한국 우선주의'는 어떨까
제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조선에 대한 인식은 달라도 많은 사람들은 대화와 평화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대화는 말 그대로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인데, 상대가 반감부터 갖게 되는 표현은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에 처한 한반도 평화를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적대성의 완화와 대화 재개가 필수적입니다. 서로 '제 이름 부르기'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기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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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은 미국 외교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유엔 총회에서 있었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한 이 결의안은 찬성 94표, 반대 18표, 기권 65표로 가결됐다.
그런데 반대표를 던진 나라에는, 러시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란, 벨라루스 등 반서방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도 포함되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 및 우방국들 대다수는 찬성표를 던졌다.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선 거센 반발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의원은 "어떻게 미국이 북한, 이란과 같은 편에 설 수 있느냐"고 비판했고, 존 커티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에 동조하면서 "이번 일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중시해 온 미국의 이상으로부터 급격한 전환"이라고 개탄했다. 25일 자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취임 후 미국의 새로운 친구는 러시아, 북한, 벨라루스"라며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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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쟁을 막지도, 이기지도, 끝내지도 못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을 비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내용은 누락되고, 즉각적인 종전을 촉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성과로 내세운다. 이 결의안은 미국이 제출한 것인데,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인 영국과 프랑스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찬성 10표, 기권 5표로 통과됐다.
전후 세계질서 내치고 다극화 세계로?
이처럼 트럼프의 미국은, 자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주도해 온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종언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세 가지를 기둥으로 삼아왔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의 공유와 확산, 경제적으로는 자유무역주의 추구, 안보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동맹체제다.
이들 세 가지는 하나같이 '피아의 구분'에 기초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 세 가지 기둥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기보다는 권위주의에 매력을 느끼고, '관세 폭탄'과 '신중상주의'를 앞세워 보호무역주의와 약탈적 제국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안보는 스스로 해결하라'며 미국의 안보 공약을 후퇴시키면서 동맹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의 오랜 전통인 피아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극체제를 수용·촉진할 뜻도 내비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미국이 국익보다 세계질서를 너무 자주 우선시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자국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해 왔다"며 "세계에 단순히 일극 세력만 있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다극화 세계로, 세계의 다른 곳에 여러 열강이 있는 지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도 이러한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윤석열 이후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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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미국 외교의 대전환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단키는 어렵다.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단명할 수도 있지만, 미국 외교의 '뉴노멀'처럼 굳어질 수도 있다.
다만 미국 단극체제의 자장 안에 있는 한국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한국은 기존의 군사동맹에 더해 가치동맹과 경제동맹까지 이뤄내, 한미동맹이 전략적·포괄적 동맹으로 격상되었다고 안주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안보 무임승차'로 규정하는 한편, '관세 폭탄 맞을래, 미국 제품 더 많이 사고 미국에 투자할래?'라는 식으로 압박한다. 이전 미 행정부들의 요구에 따라 이웃한 조선·중국·러시아에 강경 기조를 유지했었는데, 정작 트럼프는 이들 나라 지도자들과 거래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전 속에 기회는 이 지점에 있다.
경제적으로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담론과 정책에서 벗어나,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
안보적으로는 75년째 미국에 맡겨둔 전시작전통제권을 조속히 환수해야 한다.
외교적으로는 '피아의 구분'에서 벗어나, 북·중·러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과 두루두루 잘 지낼 수 있는 선린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켜본 트럼프의 외교술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동맹·우방이든, 적대국·경쟁자든 상대에게 좋냐 나쁘냐는 중요하지 않다. 미국과 나한테 유리한가가 유일한 기준이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 우선주의'의 실체가 아닐까 한다.
이제 우리도 '한국 우선주의'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역설적으로 한국의 가장 중요한 두 상대, 즉 조선이 내세우는 "우리국가제일주의"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닮은꼴이다.
김정은 정권의 '제일주의'가 한미일에 대한 적대성을 띠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주의'가 배타적이고 약탈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면, '한국 우선주의'는 나부터 이롭게 하면서 관계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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