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한국 민주주의 지수, 윤석열 친위쿠데타로 하락

道雨 2025. 2. 28. 18:04

한국 민주주의 지수, 윤석열 친위쿠데타로 하락

 

'이코노미스트' EIU 조사 세계 민주주의 지수

2024년에 일본 대만보다 낮은 범주로 전락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대체로 8점 이상

이명박, 박근혜 정부때 7.9, 지난해 7.8점

국가별 순위는 22위에서 10단계 떨어진 32위

민중봉기로 독재자 몰아낸 방글라 ‘올해의 나라’

 

* '이코노미스트' 조사분석 전문 자매회사 EIU 발표 '세계 민주주의 지수'. 청색 쪽이 민주주의 지수 점수가 높고 붉은 색일수록 점수가 낮다. 한국은 2023년까지 대체로 청색이었으나, 지난해 윤석열 친위쿠데타로 청색보다 한단계 낮은 옅은 회청색('결함이 있는 민주주의')으로 바뀌었다. 일본 대만 호주 뉴질랜드는 청색('완전한 민주주의')    이코노미스트 2월 27일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서둘러 취소하면서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어,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범주에서 탈락했다.”

 

27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조사분석 전문 자매회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세계 최신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이 2024년에 전년도(2023년)까지의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국가범주에서 한 단계 아래인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 지위로 떨어졌다.

* 국가들의 연도별 순위와 점수 중에서 한국 것만 표시한 것. 2006-2007년의 7.9점 이후 8점 이상을 받다가 박근혜 정권 때인 2016년에 7.9점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8점대로 올라간 뒤 2021년 문재인 정권 때 8.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지난해 윤석열 친위쿠데타로 가장 낮은 7.8점을 받았다.   이코노미스트 2월 27일

 

 

* 대륙/지역별 각 국가 민주주의 범주별 분포. 아시아/호주지역에서 한국은 청색인 일본 대만 호주 뉴질랜드보다 옅은 회청색 점으로 표시돼 있다.    이코노미스트 2월 27일

 

 

 

한국, 일본보다 한 단계 낮은 범주로 전락

 

이에따라 이를 색깔별로 표시하는 세계지도에서, 한국의 색은 짙은 청색에서 그보다 옅은 회청색으로 바뀌었다. 아시아에서는 뉴질랜드, 호주, 대만, 일본만 짙은 청색이며, 한국은 윤석열 친위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들 나라와 같은 범주에 속해 있었다.  

 

 

세계 평균점수도 지난해가 최하

 

EIU는 선거 과정, 다원주의, 정부 기능, 정치 참여, 정치문화, 시민적 자유 등 5가지 기준을 토대로, 해마다 세계 167개 국가/지역별로 0점에서 10점까지의 점수를 매겨 발표해 왔다.

EIU는 이 점수에 따라 167개 국가/지역들을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 혼합체제(Hybrid regime), 권위주의 체제(Authoritarian regime)의 4가지 범주로 나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70개가 넘는 나라에서 선거가 치러져, 연간 가장 많은 선거가 치러졌지만, 2006년부터 연도별 세계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해 온 지 20년만에 전반적으로 가장 점수가 나쁜 해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때 7.9, 지난해 7.8

 

한국은 EIU의 민주주의 지수 조사가 시작된 2006년부터 이명박 정권 첫해인 2007년에 7.9점(도표는 이때까지 2년 단위로 묶어 발표)을 받은 뒤, 2008년부터 줄곧 8점 이상을 받다가, 박근혜 정권 때인 2.16년에 7.9점을 받은 뒤 다시 8점 이상을 받았다.

문재인 정권 때인 2021년에 가장 높은 8.2점을 받았고,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2023년에도 8.0점을 받는 등 8점 이상을 받다가, 윤석열 친위 쿠데타가 일어난 지난해에는 7.8점, 32위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2023년보다 점수는 0.3점 내려갔고, 국가별 지수 순위는 22위에서 10단계나 떨어졌다.

 

대만은 줄곧 7.6-7.8점을 받다가,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2020년부터 8점대로 뛰어 올랐으며, 지난해엔 8.8점으로 12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아베 신조가 집권 중이던 2015-2019년엔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범주에 들어 있었으나, 이후 다시 '완전한 민주주의'로 올라갔으며, 지난해엔 8.5점으로 16위였다.

 

* 윤석열 친위쿠데타로 분열된 대한민국.  이코노미스트 1월 7일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

 

12.3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지 2주일째인 지난 1월 7일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관련 기사 제목은 “대한민국 대통령, 체포에 저항하며 민주주의에 도전”이었다.

그 기사는 윤석열의 계엄령 시도와 실패 뒤 한국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면서, 하나는 민주주의의 '취약성'에 관한 것이고, 다른 또 하나는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관한 것이라며, 비상계엄 선포에 맞선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이 쿠데타를 무산시키고,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도 회복력이 취약성보다 우세해 보인다고 썼다.

쿠데타를 온몸으로 막아낸 시민과 국회가 만들어낸 그 '회복력' 덕에, 점수와 순위가 그나마 그 정도로 떨어지는데 그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12.3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표면화됐고, 1월 3일에는 윤씨를 반란혐의로 체포하러 간 경찰과 대통령 경호원의 대치상황이 심각한 수위로 치달았다.

 

그 1월 7일 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윤 씨는 법의 수호자로서 먼저 이름을 알렸고, 정치 경력을 시작하기 전에 한국 검찰청에서 승진했다. 그는 계엄령 선언에 대한 ‘법적 또는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하게 그렇게 했고(책임을 회피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과 나라에 더 큰 수치를 안겨 주었다. 대통령의 거주지는 치외법권적 주권지역인 외국 대사관이 아니다. 자신의 거처가 놓인 땅의 법률에 따라야 한다. 윤 씨는 분명 그 원칙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50여 일이 지난,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 일정까지 끝난 지금까지도, 윤 씨는 치외법권 지역에 사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한국 민주주의 위기를 연장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표현에 따르자면, 수치스럽게도 그는 헌재 변론 최후진술에서 “법적 또는 정치적 책임”을 질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1월 7일 기사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초기 공격에서 살아 남았을지 모르지만, 미래를 위한 싸움의 끝은 아직 멀다”로 끝맺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1위 노르웨이, 2위 뉴질랜드 빼고 10위까지 유럽국

 

올해 EIU 조사에서 점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로 9.81점을 받았고, 이는 16년 연속 1위 기록이다. 그 다음이 9.6점의 뉴질랜드이며, 3위는 9.4점을 받은 스웨덴이고, 이하 10위까지가 모두 유럽국가들이다.

가장 점수가 낮은 나라는 아프가니스탄(0.25점)으로, 2021년 이후 연속 4년째 최저 점수를 받았다.

 

 

‘올해의 나라’는 독재자 몰아낸 방글라데시

 

점수 변화가 가장 큰 나라는 방글라데시인데, 4.4점으로 100위였다. 순위가 25단계나 떨어진 이 나라는, 지난해 장기집권자였던 셰이크 하시나가 민중봉기로 권좌에서 쫓겨난 뒤,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임시정부를 이끌며 민주주의를 재건하려 애쓰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빈민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을 하며 그라민 은행을 운영한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유누스의 과도정부가 질서를 회복하고 경제를 안정시켰다며, 방글라데시의 장래를 낙관했다. 그런 이유로 이 나라를 2024년 ‘올해의 나라’로 선정했다.

 

* 2010년대 중반 이후 계속 하향 추세를 보여 온 세계 민주주의 지수.. 167개국 대상 조사. 10점 만점.   이코노미스트 2월 27일

 

 

 

세계평균 5.17점, 세계인구 6.6%만 완전 민주주의

 

세계 평균은 2015년 5.55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는 5.17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EIU의 기준에 따르면, 지금 전 세계 인구의 6.6%만이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살고 있다. 이는 10년 전 12.5%였던 것에 비하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한국도 지난해 윤석열 쿠데타 탓에, 이 완전한 민주주의를 누린 세계 인구수를 줄이는데 가세했다.

 

지수 상위 10개국 중 9개국이 있는 유럽조차도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프랑스는 8.0점, 26위로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로 격하됐다. 이는 주로 지난해 6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강행한 조기 선거에서, 어떤 단일 정당이나 블록도 의회 다수당을 확보하지 못해, 정부의 신뢰성이 떨어진 상황을 반영한다.

미국 또한 7.8점, 28위로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남았고, 트럼프 2.0이 시작된 2025년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세계 40% 인구가 권위주의체제 주민

 

세계인구의 약 40%(5명 중 2명)는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선거 폭력으로 얼룩진 파키스탄은 2023년엔 3.25점이었으나 지난해엔 2.84점으로 떨어졌으며, 5번째 임기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의 장기 독재가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는 2점으로 150위, 중국은 2.1점으로 145위였다.

 

 

 

한승동 에디터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