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지귀연·한덕수·최상목, 헌정 파괴의 동조자들
4주 전 이 칼럼에서 다음번 칼럼에는 내란 수괴 피의자의 호칭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틀렸다. 그는 아직 현직이다. 오히려 그사이 감방에서 풀려나 부인과 반려견들이 있는 관저로 돌아갔다. 무죄방면이라도 된 양 위풍당당하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가 하면, 구치소 앞에 몰려나온 지지자들을 향해 감격 어린 90도 인사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다수 국민들이 울분과 답답함,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 극렬 지지층은 기세가 등등해졌다. 형사재판 과정의 구속취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탄핵심판을 걸고넘어지며 헌법재판소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구속기간 산정을 둔 절차 시비 끝에 윤 대통령이 풀려난 탓에, 헌재에 대한 압박도 절차 논란에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82명은 헌재에 탄원서를 내고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가 철회돼 탄핵소추의 동일성을 상실했다”며, 탄핵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하는 절차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내용은 따지지 않고 소송 제기 자체를 종료하는 것이다. 내용을 살핀 뒤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기각과도 다르다. 자신들도 차마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하니, 절차상 문제를 부각하는 것이다.
물론 허망한 시도다.
이미 헌재는 탄핵심판 초반에 구체적인 내란죄 여부를 빼고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만 살피겠다고 정리한 바 있다. 내란죄 판정은 형사재판에 맡기고, 공직자 징계 재판인 탄핵심판에선 윤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의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었는지만 따지기로 한 것이다. 이미 결론이 난 문제를 다시 꺼내 우긴들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법률가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철 지난 주장을 반복하는 건 헌법재판관을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극렬 지지층에 과시하고 아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예상되는 결론과는 별개로, 윤 대통령을 풀어줌으로써 지금의 혼란을 야기한 지귀연 부장판사와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에 대해서는 명토 박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구속기간 계산 기준은 형사소송법에 엄연히 ‘날’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지 판사는 ‘시간’으로 해야 한다고 독단 결정했다. 더구나 시간으로 계산해도 체포적부심에 걸린 시간을 빼면 검찰 기소가 늦었다고 할 수 없었는데, 유독 이 시간은 또 형법 교과서와도 달리 구속기간으로 환산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국회에 나와 이런 오류를 지적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유리하게 거의 입법에 맞먹는 초유의 법 해석을 두번씩이나 해준 것이다.
공명심 때문인지, 정치적 편향성 때문인지, 정말 인권 보호를 위한 소신의 발현인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뭐가 됐든 결과적으로 헌정 파괴범을 풀어줘, 동조세력을 격려·고무하고, 결정적 시점에 국가적 혼란을 증폭시킨 무책임과 무분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심 총장의 죄과는 더욱 무겁다. 대법원마저 필요성을 인정한 즉시항고와 보통항고를 모두 포기하고, 기다렸다는 듯 윤 대통령을 풀어줬다.
이미 검찰은 윤의 심복인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세번이나 기각했다. 이 정도 사안은 당연히 심 총장의 지휘 대상이다. 경호처가 관리하는 비화폰 서버에 심 총장 자신의 계엄 관련 정황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책임자인 김 차장 구속을 방해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크다. 이번 석방으로 심 총장의 내란 관여 여부를 밝혀내야 할 이유가 더욱 뚜렷해졌다.
크게 보면, 내란 주범 석방이라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원죄는, 애초 내란 특검 도입을 거부한 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있다. 우리 사회가 신속하게 내란 극복으로 직진하지 못하고, 탄핵소추, 체포, 구속 등 고비마다 극심한 진통에 시달린 것도, 윤 대통령이 곳곳에 심어둔 추종세력이 시스템을 장악하고, 헌정 복원의 길에 가시철망을 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듯했던 사법 시스템도 지귀연·심우정의 법기술에 생채기를 입었다.
물론 탄핵소추·체포·구속을 둘러싼 저항이 모두 실패했듯이, 이번 석방도 종국에는 짧은 막간극으로 귀결될 것이다.
내란 종식과 헌정 정상화의 도도한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는 지금 헌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민주 헌정 최후의 보루로서 역사적 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손원제 | 논설위원
'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가는 심우정, 즉시항고 또 거부…'윤석열 친위대' 자인 (0) | 2025.03.14 |
---|---|
대법원도 무시하며 내란수괴 옹위하겠다는 검찰 (0) | 2025.03.14 |
검찰은 윤석열이다, 둘은 ‘민주공화국의 적’이다 (0) | 2025.03.12 |
“지귀연, 본인 책과 반대로 尹 풀어줬다”…왜 입장 바뀌었나 물으니 (0) | 2025.03.11 |
"체포적부심 소요기간은 '날짜' 기준…검찰수사관 시험에도 나와" (0) | 2025.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