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 멈추고 ‘민감국가’ 4월 발효 저지 집중해야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은, 정보 유출을 뜻하는 “보안 관련 문제” 탓이라는 지난 17일 밤 외교부 설명 뒤, 이번 사태와 ‘핵무장론’을 연결짓는 것은 가짜뉴스라는 식의 국민의힘 쪽 인사들의 주장이 이어진다.
다음달 15일부터 민감국가 지정이 효력을 발휘하면,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교류할 때 건건이 신원 확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된다.
관계당국이 시급히 미국을 설득해, 4월 민감국가 발효를 막을 수 있도록, 정치권도 국익에 득이 되지 않는 핵무장론 관련 언동을 삼가야 한다.
19일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한·미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 협력 현황 및 계획’ 자료를 보면, 과기부는 미 에너지부와 합성생물학·2차전지·핵융합·원자력 등 4개 분야에서 공동 연구, 정기 콘퍼런스, 글로벌 포럼 개최 등 협력을 이어왔다.
이들 사업에 투입된 예산도 2022년 525억7000만원에서 올해 3006억38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민감한 첨단기술 분야 협력이 성과를 거두려면, 양국 연구 인력 간 활발한 교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번 사태로 인해, 앞으로 우리 연구 인력이 미국 쪽 연구소의 정보·기술·시설에 접근하려면, 최소 45일 전에 요청서를 제출해 신원 조회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당장 교류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적잖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오랜 동맹인 우리를 민감국가에 포함시킨 데에는, 표면적으로 내세운 보안 문제 외에도, 독자 핵무장론에 대한 ‘경고’가 일정 부분 담겨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에선 이런 우려에 대해 “가짜뉴스”(안철수 의원), “괴담 유포”(김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라고 단정하거나 “민주당의 친중반미가 더 크게 미국을 자극”(홍준표 대구시장)한다는 주장만 내놓고 있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직접 핵무장은 신중해야 한다”는 한동훈 전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일본과 같은 농축·재처리 능력 확보를 대안으로 내놨다. 일본이 이 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핵연료 사이클 정책’과 ‘비핵 3원칙’을 유지하며, ‘절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지금은 4월 민감국가 발효를 막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시끄럽게 외칠수록 상황은 우리에게 점점 더 불리해진다.
[ 2025. 3. 2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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