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 나설라…불안한 ‘LMO 재배 청정국’
세계인이 즐겨 먹는 토마토는 저온에 취약하다.
밤새 지표 온도가 뚝 떨어져 서리가 내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기온이 10~12도 밑으로만 내려가도 냉해가 나타나 농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1990년대 초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 ‘디엔에이 플랜트 테크놀로지’는, 토마토의 내한성을 높일 방법을 유전자 조작에서 찾았다. 차가운 북극 바다에 사는 가자미에게서, 조직이 얼지 않게 하는 단백질 유전자를 분리해 토마토에 결합시킨 것이다. ‘물고기 토마토’로 불린 이 작물은, 실험실을 벗어나지도 못한 상태로 유전자변형생물체(Living Modified Organisms, LMO)에 대한 거부감을 담은 신조어 ‘프랑켄푸드’의 상징이 됐다.
이후 몬샌토, 신젠타 등의 거대 다국적 농업 회사들이 엘엠오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고, 해충이나 가뭄에 잘 견디고, 특정 성분이 강화되거나 줄어든 콩·옥수수·카놀라·면화·밀·감자 등이 만들어져, 세계 20여개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럼에도 엘엠오 식품이 당장은 아니어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인체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재배 중 유전자가 다른 작물로 이동하는 데 따른 토종 품종 손실과 생물다양성 감소, 생태계 교란,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 잡초의 발생 등도 마찬가지다.
엘엠오 작물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재배 면적이 전세계 엘엠오 재배 면적의 3분의 1이 넘는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재배한 대두의 96%, 옥수수의 90%, 면화의 93%가 엘엠오 작물이었다.
한국은 아직 엘엠오 작물의 상업적 재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엘엠오 재배 청정국’이다.
수확된 엘엠오 옥수수와 콩은 매년 합쳐서 1000만t 넘게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식품이나 사료용으로 수입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2014년 재배 승인이 난 엘엠오 감자는 농민단체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막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산업계가 얼마 전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수입규제 완화 민원을 쏟아내며,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와 재배용 엘엠오 수입 금지를 특별히 언급했다는 소식은 예사롭지 않다.
자국 제조업 보호와 무역적자 해소를 앞세워 무모한 관세 전쟁을 마다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상품 수출을 막는 타국의 수입 규제에 대해 무모한 압박을 주저할 것 같지 않아서다.
김정수 편집부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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