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부은 최상목…정국 혼란 틈타 ‘상속세 감면’ 꼼수
“유산세→유산취득세” 세법 개정안 입법 예고
상속세 근간 흔드는 초부자 감세…양극화 심화
세수 2조 이상 감소하는데도 보완 대책 없어
민주당도 “유산취득세 도입은 시기상조”
“사회적 합의 배제된 상속세 개편 중단해야”
기획재정부는 19일 상속세의 근간을 흔드는 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 12일 공개한 ‘상속세의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담은 개편안이다.
12·3 내란 사태가 길어지며 정국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조 원대 세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부의 양극화를 심화할 상속세법 개정을 밀어붙인 것이다.
백보 양보해 상속세 과세체계가 정말 불합리하고 고쳐야 할 사안이라면, 정국이 안정되고 여당과 야당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개편안을 마련하는 게 상식이다.
지금이 상속세 개편에 매달릴 때인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 경제는 침몰 직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하지도 않은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지금은 불씨가 완전히 꺼질 위기에 있는 내수 경기를 살리는 게,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전쟁이 벌어지며, 수출 전망도 불투명하다. 내수를 살리지 못하면 올해 한국 경제는 암흑기를 맞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3개월 전보다 0.6%포인트나 낮췄다.
산업 현장과 시장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절망적이다. 지금은 상속세 개편을 논할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정부가 상속세 공제 한도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세법의 근간을 흔드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잠시 국정을 맡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정신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상속세 근간 흔드는 유산취득세 도입 신중해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과세체계를 바꾸는 건, 상속세법 전체를 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유산취득세는 상속된 총재산이 아니라 각각의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재산 총액으로 하는 현행 유산세는 세율이 높은 과표 구간이 적용되지만, 상속인이 각각 상속한 재산으로 세법을 바꾸면 과표 구간이 낮아져 상속세 세율이 낮아진다. 상속인으로서는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것이다.
받는 만큼 세금을 내는 방식이라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과세체계’라는 기술적 측면만 고려한 것이다.
상속세 본래 취지는 부의 대물림을 막아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공정 사회를 구현하는 데 있다.
부의 이전을 방치하면, 불평등이 심해지고, 민주주의도 위협받는다.
우리나라가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를 채택한 배경에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상속세 과세체계가 나라마다 제각각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렇게 설명한다.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는,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이 생애를 통해 형성한 재산 중 세원 포착의 어려움 등으로 과세가 되지 않았거나,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등 조세지출을 통해 혜택을 받은 부분에 대한 정산이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즉 피상속인이 생애 기간에 형성한 재산은 오로지 본인 노력으로만 얻어진 것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정산의 개념으로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가 시행되어 온 것이다.”

유산취득세 수혜 상속재산 많은 초부자에 집중
이에 비해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재산총액은 똑같지만, 각각의 상속인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피상속인의 과세 누락이나 조세지출을 통해 형성한 재산에 대한 정산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상속인들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물려받아 발생한 불로소득에 대해 응당 부담해야 할 세금을 감면해주는 셈이 된다.
국세청의 지난해 상속세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총사망자(피상속인) 수는 35만 511명이었는데, 상속세를 신고한 상속인은 1만 9900여 명에 불과했다. 전체 사망자 중 약 5.7%만 상속세 부과 대상인 셈이다. 이들의 상속재산 가액 총액은 51조 8500억 원이었으나 실제 상속세 총결정세액은 12조 2914억 원에 그쳤다.
상속세 개편론자들은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통계를 보면,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명목세율에 비해 실효세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유산취득세 도입과 관련해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30억 원 넘는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이 몇 명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속재산 가액이 30억 원 초과, 50억 원 이하 구간에 속하는 피상속인은 1928명뿐이었다. 50억 원 초과 100억 원 이하 구간에는 850명, 100억 원 초과 500억 이하 구간에는 402명, 500억 초과 구간 상속세 피상속인은 37명에 불과했다. 만약 유산취득세로 상속세법을 개정하면, 이들이 집중적으로 혜택을 보게 된다.
유산취득세 과세체계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초부자 감세인 것이다.

상속세 유산취득세로 개편되면 세수 2조 이상 줄어
또 다른 문제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면 세수가 크게 감소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속세로 거둬들인 세금은 약 8조 5000억 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법 개정으로 상속세 과세 방식이 유산취득세로 바뀌고 공제 한도를 늘리면, 2조 원 이상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기재부는 추정하고 있다. 기존 상속세의 25%에 달하는 거액이다.
이렇게 부작용이 큰 정책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밀어붙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 야당도 유산취득세 방식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경실련은 “이번 기재부의 상속세제 개편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의문이며, 무엇보다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면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상속세를 감면하는 세제 개편은, 기회균등과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정책”이라며 “정치권과 기재부는 상속세 개편이 중산층과 민생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기만적 언행을 중단하고, 내수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는 민생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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