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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시대착오…시대의 물결 거스를 수 없다

道雨 2025. 5. 2. 10:36

대법원의 시대착오…시대의 물결 거스를 수 없다

 

대통령-대법원장-대법관으로 이어지는 위계체제

시대착오적 망동으로 스스로 청산대상 커밍아웃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대법원은 국민의 여망을 철저하게 저버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 전진을 가로막는 핵심적인 훼방자로서의 시대착오적인 진면목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필자는 엊그제 시민언론 민들레에 <대법원, 민주주의의 수호자임을 입증하라>라는 기고문을 통해, 대법원이 본래 극히 ‘정치적’이며, 최근 대법원의 ‘비정상적인 행보’의 의도는, 분명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이나 파기자판’에 있을 것이라고 기술하였다.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모든 권력을 ‘악랄하게’ 끝까지 행사한다”

 

필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한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기고문을 경향신문에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 ‘필화 사건’으로 필자는 당시 근무하고 있던 국회에서 파면 위기에 몰렸었고, 대한변협의 ‘상고법원 반대 TF’로 활동한 바 있었다.

당시 2년여 기간 활동하면서 온몸으로 감지한 것은, 대법원의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옹호하고 행사하는 데 단 한 치의 주저함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지상의 만물을 주재하는 천상의 존재로 인식하면서, 자신들의 ‘적’이나 반대파에 대해서는 반드시 최대한의 피해를 주는 그러한 자들이었다.

 

대법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 많은 언론과 진보 진영 인사들은 막연한 생각으로 ‘무죄 선고’할 것이라고 희망 어린 주관적인 예측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대법원 쿠데타’를 목도하면서 다시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대법원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은 결코 그 기득권을 선한 마음으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꾸로 저들은 자신들의 모든 권한을 끝까지 동원하고, 나아가 기득권 카르텔을 활용하여 더욱 많은 권한을 ‘가장 악랄한 수준으로’ 행사함으로써, 반대세력을 모조리 압살하려고 한다.

진보 진영은 이 지점에서 항상 ‘설마’ 하면서 ‘순진한’ 대응을 함으로써 좌절을 거듭해온 것이다. 이 점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 1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생중계가 나오고 있다. 2025.5.1. 연합뉴스

 

 

 

대통령이 대법원 구성을 철저히 장악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 없다

 

오늘날 대법원 체제는 독재자 박정희가 구축해놓은 그대로다.

1962년 헌법에서는 법관추천회의라는 것이 존재하였고, 그 회의의 과정에는 4명의 법관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법원 내부의 의사가 통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 유신체제는 이러한 방식을 완전히 폐지하면서,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즉 철저히 대통령의 뜻에 의해 대법원이 구성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명 과정을, 종래의 사법주도형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정치주도형으로 변질시켰고, 이러한 왜곡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이 대법관과 일반 법관의 인사권을 독점하고, 그 대법원장은 대통령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체제이다.

검사동일체 원칙 하에 상명하복의 위계구조로 된 검찰조직과 다르지 않다.

위계 구조의 최정점에 대법원장이 군림하고, 이를 정치 권력이 통제하는 방식이 구조화되어 있어, 정치 권력의 영향력은 사법부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철저하게 관철된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관 9명, 그리고 내란대행 한덕수가 임명한 1명, 그래서 정확히 10대 2로 나뉜 이번 판결은 이 점을 명징하게 증명한다.

 

미국도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와 전혀 다르다.

우선 미국 연방대법관은 종신제로서, 근본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대법관 자체가 현저하게 희귀하다. 또한 대법관 임명은 상원에서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만 비로소 임명될 수 있다. 우리 국회도 대법관 및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하지만, 대부분 통과 의례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대법관 임명에는 미국변호사협회를 비롯한 각계 사회단체 및 조직의 영향력이 대단히 크게 작동한다. 이렇듯 대통령이 임명하는 모양새는 같아 보이지만 그 내용은 우리와 다르다.

이 나라 대법원처럼 정치 권력에 의해 일원적으로 통제되는 대법원은 세계 대법원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법원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한 1일 이 후보가 전국 각지에서 민심을 듣는 '골목골목 경청투어'을 시작하며 경기도 포천의 한 치킨집 상인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5.5.1. 연합뉴스

 

 

 

대법원의 ‘시대착오적 망동’은 민주정부 수립에 장애를 조성할 수 없다

 

위기는 바로 기회이다. 이번 내란수괴 윤석열의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가 시민의 힘에 의해 붕괴된 데서 명백하게 입증되었듯, 기득권 세력이 아무리 구시대적 망상으로 저항해보려 해도, 이미 우리 사회의 성숙한 시민 의식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

 

대법원이 아무리 앞을 가로막으려 해도, 우리 민주주의의 도도한 물결을 결코 동요시킬 수 없다. 또한 그러한 시대착오적 망동은 우리의 민주 정부 수립의 길에 전혀 장애를 조성할 수 없다.

이제 한 달 남짓 뒤면 세워질 민주 정부는, 수립 그 첫날부터 깨어있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우리 사회의 그릇된 기득권을 과감하게 청산함으로써, 참된 민주공화국을 이뤄내는 엄숙한 시대적 임무를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하게, 그러나 철저하게 실천해나가야 한다.

 

 

한 가지 강조할 중요한 점이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난동으로 촉발된 난국에서, 급기야 대법원까지 그 민낯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내란에 동조하는 우리 사회 모든 악의 세력이 스스로 커밍아웃함으로써 청산 대상은 이제 분명해졌고,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 나라 기득권 세력은 선의에 의하여 포용한다고 하여 통합될 그런 ‘이성적인’ 세력이 아니다. ‘통합’이란 통합할 만한 ‘양심적인’ 세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극우 기득권처럼 망상과 구시대적 망상에 사로잡힌 세력을 좋은 게 좋다고 숫자만 늘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더 ‘철저해야’ 한다.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namoo00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