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노무현의 유지다
5월 23일 16주기…갇힌 몸이라 봉하마을 못 가
검찰·사법개혁 최초 추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조희대 대선 개입에 사법개혁도 국민적 관심사
1·2심 재판 시민 참여 보장 등 민주적 통제해야
정권교체로 들어설 제4기 민주정부 핵심 과제
단호한 개혁 추진이 노무현 유지 구현하는 길
※ 수감 중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시민언론 민들레 앞으로 자필 서신 형태의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를 맞아 노 전 대통령이 최초로 추진했던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이번 대선 이후 출범할 새로운 민주정부에서 반드시 결실을 맺기를 염원하는 글입니다. 조 전 대표는 특히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사태로 인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사법개혁의 당위성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검찰과 법원의 저항을 뚫고 정권 초기부터 단호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루는 길이라는 조 전 대표의 기고를 원문 그대로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5월 23일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16주기다. 갇힌 몸이라 봉하마을을 가지 못하고 독거실에서나마 묵념의 예를 올린다.
지금 여야 정치권 모두, 진보보수 언론 모두 노무현 정신을 높이 사고, 그의 비전과 정책을 칭찬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 그리고 퇴임 후는 전혀 그렇지 않았음을 똑똑히 기억한다. 특히 그는 물론, 부인과 자식, 동지와 후원자를 표적으로 삼아 진행된 전방위적 검찰 수사와, 검찰이 흘려준 일방적 정보를 받아 ‘사냥’에 동참했던 언론보도가 비극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집단임을 잊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도적 검찰개혁을 추진한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하게 검찰에 집중된 수사 권한을 분산시키려 시도했다. 검찰과 경찰, 그리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장기간의 논의를 전개했으나 검찰의 절대 반대로 아무 성과가 없었다. 필자는 교수로서 위원회에 참여했다. 노 대통령은 ‘검사와의 대화’를 직접 마련하여 진솔한 대화를 시도했으나 돌아온 것은 조롱과 모욕이었다. 윤석열의 절친 이완규가 당시 검사 대표의 한 사람으로 앉아있었다.
검찰은 잊지 않았다. 퇴임한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수사를 전개했음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의 유지(遺志)를 잊지 않고 검경 수사권 조정, 경찰 국가수사본부 신설, 공수처 신설을 이루어냈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는 다음 단계 과제로 연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모든 것을 거꾸로 돌려놓으려 했고, 성공하는 듯 보였다.
윤석열 검찰총장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권을 쥐고 흔드는 동안, 필자는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문재인 전 대통령, 그리고 세 사람의 가족은 지독하고 집요한 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하여 온 국민이 검찰권 오남용의 폐해를 실감하게 되었다. 정권교체 후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와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은 이루어질 것이다. 윤석열은 ‘검찰청’ 문패를 떼게 만든 검찰총장·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법개혁을 추진한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했다. ‘사법개혁추진위’가 만들어지고 장기간의 깊은 논의 끝에 여러 개혁이 이루어졌다. 필자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활동하면서 이 개혁 작업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이 체제는 고착되었다.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의 유착은 ‘사법농단’ 사태로 터져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와 김명수 대법원은 사법개혁을 중심과제로 추진하지 못했다. 일반 국민들도 검찰개혁에 관심을 집중했고, 사법개혁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윤석열 정부 동안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유례없는 대선 개입으로 사법개혁은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최유력 대선 후보를 제거하겠다는 대법원의 의도가 드러나면서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그러면서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이 논의하고 제안해온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폭발했다.
첫째, 국민들은 대법관들이 사건기록을 다 보지 않고, 상고이유서나 재판연구관의 보고서 정도만 보고 판결을 내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충실한 재판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사실 14명의 대법관이 연간 약 4만 건의 사건을 어떻게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겠는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전직 대법관이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린 사건은 제대로 보겠지만 말이다.
우리와 법체계가 비슷한 독일의 경우 대법관이 300명 정도이다. 그리고 대법원이 민형사·노동·사회·행정·재정, 다섯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반면 우리 대법원에는 세 개의 소부(小部)가 있고, 각 소부에는 네 명의 대법관이 있다. 전문 분야별로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각 소부가 모든 사건을 다 다룬다. 현재 대법관 증원을 위한 여러 법안이 제출되어 있는데, 단지 숫자 증가만이 아니라 전문 분야별 증원과 소부 증설이 필요하다. 급격한 증원이 무리라면, 적어도 현재의 세 개의 소부만큼의 증원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사법 엘리트’ 외,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가진 법률관들이 대법관으로 충원되어야 한다.

둘째, 국민들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가서 위헌을 다툴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자신이 내린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하여 강력히 반대해왔다. 전지전능한 대법관들이 내린 판결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리는 없다는 말인가. 우리와 제도가 비슷한 독일은 물론 스페인, 대만 등에서는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사이의 권한 다툼 문제로 이 쟁점을 보면 안 된다.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이 보장되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한가로 보아야 한다.
셋째, 1·2심 재판에서 시민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사법개혁 성과로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되었지만, 1심 형사재판의 1% 이하만 이런 재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사실 판단과 유무죄 판단에 있어서 일반 국민의 인식과 경험은 배제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등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오히려 예외적이다.
이곳에서 여러 편지를 받는데, 그중 재판받은 경험을 밝히며 사법개혁을 강조하는 것이 있었다. 절절했던 사연은 생략하고, 한 구절을 옮긴다.
“대한민국에서 검찰의 기소는 곧 유죄입니다. 검찰이 기소하면 판사도 유죄추정의 색안경을 씁니다. 왜냐하면 그들 집단은 무오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경우 사실을 판단하는 사실심에서는 반드시 ‘참심원’이라고 불리는 시민법관이 전문법관과 함께 법대에 앉아 재판을 한다. 영미권 국가의 배심재판에서 유무죄는 오로지 ‘배심원’이 판단한다. 재판은 국민의 생명·자유·재산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다른 OECD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적 통제는 전무하다. 조희대 대법원의 정치 개입에 분노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가기 전 1·2심 재판에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6월 3일 대선으로 정권교체가 되어 들어설 제4기 민주정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야 한다. 이때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상의 개혁은 모두 개헌 없이 법률 개정으로 가능하다. 정권교체가 되면 검찰과 법원은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이 개혁을 막을 것이다. 현란한 논리와 달콤한 제안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넘어가면 검찰과 법원은 반드시 뒤통수를 칠 것이다. 힘이 있을 정권 초기 단호하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노무현의 유지를 구현하는 길이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mindlenews01@mindlenews.com
'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귀연 판사 룸살롱 접대 받았나…"얼굴 찍힌 현장 사진" (0) | 2025.05.15 |
---|---|
국회가 대법관 지명 권한을 가져야 한다 (0) | 2025.05.14 |
대통령 불소추특권, 기소와 재판 모두에 해당된다 (0) | 2025.05.09 |
'이재명 파기환송' 대법원 판결문에 담긴 치명적 오류 (0) | 2025.05.08 |
‘이재명 재판’ 대선 뒤로, 선거개입 대법원장 책임져야 (0) | 2025.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