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상호관세’ 위법, 관세협상 더 서두를 이유 없다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초 한국 등 57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 판결로 철강·자동차 ‘품목관세’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트럼프 관세’의 핵심인 상호관세가 무력화되며, 미국과 협상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사실상 사라졌다.
정부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유산인 ‘7월 패키지’를 과감히 폐기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새 전략을 짜야 한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2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2일 발표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며, 이 조처를 무효화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미국이 매년 거액의 무역 적자를 지고 있는 현실이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며, 세계를 상대로 고율의 상호관세 등을 부과했었다.
하지만 이 법엔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처로 ‘관세’를 명시하고 있지 않아, 적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결국 재판부가 미 헌법은 무역적자가 심하다는 이유로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상호관세에 사형선고를 내린 꼴이 됐다.
미국 정부는 즉각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지만, 이날 판결이 뒤집히기 전까지 현재 부과된 상호관세는 무효화된다.
이에 따라 우리의 대미 협상 전략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그동안 현재 10%인 상호관세가 25%로 복원되는 7월8일까지 ‘7월 패키지’를 만들겠다며 미국과 협의를 서둘러왔지만, 이제 시한에 목맬 이유가 사라졌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를 무효화했을 뿐,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3월12일 부과), 자동차(4월3일), 자동차 부품(5월3일) 등에 대한 25%의 품목관세는 여전히 살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관세도 준비 중이다.
상호관세 부과가 어려워진 만큼, 우리의 양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를 무기로 가혹한 요구를 이어갈 수 있다. 한국은행은 29일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로 대미 차 수출이 연간 4%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경제의 ‘생명선’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나아가 미국 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이 아닌 다른 법을 근거로 상호관세 부활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날 판결에도 트럼프 관세를 둘러싼 리스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진짜 협상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이다.
[ 2025. 5. 30 한겨레 사설 ]
'시사,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왕자와 제비처럼! (0) | 2025.06.02 |
---|---|
지금은 이재명식 ‘재생에너지-원전 믹스’가 답이다 (0) | 2025.05.30 |
극우와 종교적 광신이 합세해 국가 권력 장악하면? (0) | 2025.05.29 |
사전투표, 유권자 삶에 스며든 권리 (0) | 2025.05.28 |
이재명 "국익 중심 실용 외교"…윤석열의 '가치 외교' 폐기 (0) | 2025.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