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분쟁, 한국엔 ‘이중의 도전’…대응책은?
트럼프 시대 한-미 동맹은 여러 측면에서 변화와 도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중국 견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잠정 국방전략지침’을 수립한 바 있다. 중국의 “대만 점령 시도 저지와 미 본토 방어”에 역점을 두고, 기타 위협은 동맹국이 주된 책임을 맡는다는 게 골자다. 주한미군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임을 강조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미군의 역량과 태세를 확실하게 중국 견제로 이동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 이중의 도전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자강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원치 않는 강대국 분쟁에 연루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연루의 위험과 관련해서는 특히 대만 분쟁이 중요하다. 과연 한국은 어떤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하는가?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은 세가지다.
첫째, 대만해협의 현상변경이 동아시아 질서에 주는 함의는 무엇이며, 이는 한국에 얼마나 사활적인 문제인가?
둘째, 대만 유사시 한국의 연루 위험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셋째, 한-미 동맹 차원에서 제기되는 한국군의 기여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대만이 중국에 흡수되면 동아시아 해역 일대가 중국의 호수로 변할 거라는 견해가 있다. 대만이 복속되면 미-일 동맹, 한-미 동맹도 유명무실해지면서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에서 미국이 축출되는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경고다. 따라서 역내 국가들은 대만 유사를 자국의 유사 사태로 간주하고, 대만 수호의 부담을 미국과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지나치게 비관적이며 단순 논법이다. 대만을 지켜주지 못할 경우 미국의 신뢰도가 상처를 입겠지만, 역내 미국의 입지와 영향력이 소멸한다고 보는 건 극단적이다.
도미노 현상은 베트남 전쟁 사례에서 보듯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의 안보를 대만의 운명과 동일시하는 건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만 유사시 한국이 연루를 피할 수 없다는 회의론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한반도가 주한 미 공군의 발진 기지로 활용되는 경우다. 바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다. 다만,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연루 위험을 최소화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무엇보다 오산, 군산 기지에서 미 전투기가 뜨고 내리며 대만해협 작전에 투입되는 건 막아야 한다. 정 어쩔 수 없다면, 주한미군 전력 일부를 대만에서 가까운 오키나와 등지로 차출하는 쪽으로 타협할 필요가 있다. 이 방식이 미국에도 급유, 군수, 비행 안전 등 여러 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 점에서 우리와 일본의 입장은 다르다. 괌과 더불어 오키나와는 애초부터 미 군사력 투사의 허브 기지로 존재해왔다. 지리적으로도 센카쿠열도는 대만과 350㎞ 떨어져 있고, 일본의 최서단 요나구니섬은 대만과의 거리가 110㎞에 불과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는 곧 일본 유사”라고 경계감을 표시한 배경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만 유사가 곧 한국 유사’라고 단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하며, 연루 위험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만 유사시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참전을 피할 수 없다는 숙명론도 지나치다. 일각에선 한국이 상호원조 의무를 저버릴 경우 한-미 동맹의 미래는 없을 거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일이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국가적 과제다. 대만 유사 사태가 발생해도, 아니 그럴수록 더욱 한-미 동맹은 북한이 모험주의적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대만해협에 더해 한반도에서 제2의 전선이 열리는 상황은 미국으로서도 피해야 할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미국과의 외교적 공조, 군수 지원 등 비전투 분야의 간접적 지원 정도가 될 것이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충돌이 발생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참혹한 강대국 전쟁의 비극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어느 쪽이건 무리한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데 대해선 국제사회가 반대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다만, 지나친 비관론이나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강박관념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위험해지고 있는 세상이다. 한국으로서는 최대한 유연함과 균형감각을 갖고 이 예민한 이슈를 다뤄나가야 한다.
김정섭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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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침공시 세계 GDP 10% 줄어…대만 40% 이어, 한국 23% 감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분석
GDP 전세계 10%, 한국 23% 감소
코로나19·세계 금융위기보다 치명적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국제 사회가 1경3천조원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가장 큰 유탄을 맞는 주변국은 한국으로, 한해 국내총생산(GDP) 23%가 줄어드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 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9일(현지시각), 중국과 대만이 전쟁을 벌일 경우, 국제사회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피해가, 전세계 국내총생산의 10%에 해당하는 약 10조 달러(1경3202조원) 규모로 내다봤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토지를 평가액 기준으로 팔았을 때(1경489조원) 값을 넘는 천문학적 규모다.
지구 경제를 흔들었던 코로나19 대유행과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전세계 국내총생산 감소분(이상 각각 -5.9%)이나 2001년 9·11 참사(0.6%), 지난해 가자전쟁(-0.3%) 등과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의 굴뚝’ 중국과 무역이 상당 부분 끊기고, 대만의 첨단 반도체 수출이 막히는 등에 따른 영향이다.
전쟁 당사국 두 나라만 놓고 보면, 대만의 충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대만이 군사력에서 세계 2∼3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중국과 정면으로 충돌하면, 대만 국내총생산(이하 2022년말 기준 1005조원)이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역시 전쟁 여파로 국내총생산(2경3704조원) 손실분이 16.7%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 여파로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 손해가 4500조원가량으로, 한국 한해 국내총생산(2209조원)의 두 배를 넘는다.
전쟁 불씨는 대만해협을 넘어 주변국에도 큰 피해를 준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각각 국내총생산 23.3%, 13.5%가 감소하며, 전쟁 당사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 사이 전쟁에서 어떤 형태로든 개입이 불가피한 미국의 피해도 국내총생산 -6.7%에 이른다.
두 나라가 대만 독립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지만, 돌연 전쟁으로 넘어갈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양안 관계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선거 결과가 전쟁의 ‘잠재적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은 잠복했던 긴장이 어떻게 분쟁으로 폭발하는지 보여줬다”며 “월스트리트 투자자부터 대만 반도체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이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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