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콩과 헥산, 부적절한 만남

道雨 2007. 12. 10. 12:03

 

 

 

        콩과 헥산, 부적절한 만남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2003년 8월29일 아침, 미국 오하이오주 에이지 프로세싱사(Ag Processing Inc.) 대두유 공장. 생산 라인 한쪽에서 강력한 폭발사고가 발생한다. 사고 장소는 기름 추출 탱크 근처였다. 주변에 있던 작업자 8명이 순식간에 쓰러진다. 허겁지겁 현장에 달려온 공장장은 직감한다. ‘헥산 때문이다. 헥산이 누출된 거다!’

  ‘헥산’(hexane)은 고인화성의 유독성 물질이다. 식용유 공장 한가운데에 웬 이런 위험한 물질일까. 대두유 공장에서 헥산은 인체의 피와 같이 꼭 필요한 물질이다. 대두유를 흔히 ‘추출유’라고 하지 않는가. 유기용매로 추출해서 만든다는 뜻이다. 이 유기용매가 바로 헥산인 것. 이 물질은 보통 큰 탱크에 담겨 있다. 여기에 콩이 들어오면 콩 속의 기름 성분을 녹여낸다. 이 용매의 일부가 새어나와 불이 붙은 것이다.

  사고도 사고지만, 식용유를 그런 위험한 물질로 녹여 만들다니….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그렇다. 이 사고는 추출유의 실상을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 언뜻 느껴지는 거부감만큼이나 이런 추출유에는 문제가 많다. 일단 녹아나온 기름은 유기용매와 섞여 있는 상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두 물질을 완전히 분리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추출유에 5ppm 이하의 헥산 잔류를 허용하고 있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오랜 기간 먹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헥산은 중추신경계와 호흡기 장애를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어서다. 분리·정제 과정에서 기름에 생기는 트랜스지방산 문제와는 별도다. 이런 사실들이 추출유는 되도록 피해야 하는 이유인데.

 

  “‘탈지대두’가 뭐예요? 시중의 간장엔 거의 탈지대두를 쓰는 것 같던데요.” 가끔 받는 질문이다. 이 궁금증도 대두유 공정을 알면 저절로 풀린다.

  추출 탱크의 헥산은 콩에서 기름만 빼낸다. 다른 성분은 그대로 남겨둔다. 추출 탱크를 빠져나온 고형분 덩어리, 그게 바로 탈지대두다. 말 그대로 ‘기름 뺀 콩’이란 뜻이다. 단백질은 고스란히 남아 있을 터이니 간장을 만드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매력적인 점이 있다. 식용유 공장의 부산물에 불과하지 않은가. 값이 무척 싸다. 간장 공장에서 굳이 비싼 메주를 쓸 일이 없다.

  이렇게 말하고 보면 또 한 가지 생각나는 원료가 있다. ‘대두단백’이 그것. 햄·소시지·미트볼 등 각종 육가공품이나 만두·맛살 따위의 조미식품들에 두루 사용되는 원료다. 이 대두단백의 정체는? 벌써 짐작이 갈 것이다. 탈지대두에 화학처리를 해서 단백질 함량을 높인 물질이다. 고단백질 원료다 보니 입에 넣고 씹으면 쫄깃쫄깃하다. 육가공품의 증량제로 안성맞춤일뿐더러 결착력까지 높여주는 일석이조의 물질이다. 역시 싼값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탈지대두나 대두단백도 추출 대두유와 같은 가문의 물질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똑같이 헥산이라는 유기용매의 은총을 받은 물질이다. 그것들 속에는 화학물질의 DNA가 숨어 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존 롤락은 “유기용매를 이용하는 추출유 제조법은 하루빨리 퇴치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방법은 오직 하나다. 헥산이 만드는 ‘삼총사 물질’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 물질이 들어 있는 식품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소비자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