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치료시기를 놓친 환자를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明代의 ‘萬病回春(만병회춘)’이라는 책을 보면 ‘病家十要’라는 글이 나옵니다. 이는 환자가 지켜야 할 10가지의 도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비록 400여년 전의 글이기는 하나, 그 때나 지금이나 환자가 지켜야 할 것에는 큰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病家十要에서
첫째는 환자는 자신의 병에 밝은 明醫(명의: 유명한 의사라는 뜻의 名醫가 아님)를 찾아야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유명세만을 쫓아 그 병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지 않은 의사를 찾는 것은, 오히려 병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기에 환자가 지켜야 할 도리 중 첫 번째로 삼은 것입니다.
둘째는 약을 복용함에 있어 불신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환자 스스로의 생각으로 치료여부를 결정하고, 의사의 처방을 불신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으며, 병을 치료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셋째는 병이 나면 즉시 치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작은 병이라도 가볍게 여겨 치료를 미룬다면, 후일 큰병으로 발전하여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이를 염려하고 방지하고자 함입니다.
넷째로 병이 있는 경우에는 부부간에 금욕을 해야하며, 이를 어긴다면 화타, 편작 같은 神醫(신의)라도 치료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병에 걸리면, 몸을 쉬어주고 攝生(섭생)에 주의해야 함을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다섯째는 화를 내지 말고 마음을 항상 맑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현대인은 스트레스로 생기는 병들이 많습니다. 이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화가 나고 짜증을 내다보면, 몸에 나쁜 기운들이 꽉차서 병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것입니다. 이를 조심하라는 의미입니다.
여섯째는 탄식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편히 하라고 하였습니다. 염려를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정신이 스스로 나아져 병을 치료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곱째로는 음식을 조절하라고 하였습니다. 과식을 하는 것은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해롭습니다.
여덟 번째는 몸을 쉬게 하고 일하는 것을 피하라고 하였는데, 이는 환자가 일을 하면 元氣(원기)가 약해져서 병이 낫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홉째는 허황된 사이비 의술을 믿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오랫동안 병이 낫지 않으면 환자는 이런 저런 말에 귀가 솔깃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비상식적인 치료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치료시기를 놓쳐 생명을 위협받게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열 번째는 병을 치료함에 있어, 비용이 아까워 치료를 받지 않고, 병을 키워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10가지 도리는, 환자가 병을 치료함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기에, 항상 가슴에 품고 매번 되씹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 동국대학교 분당한방병원 부인소아과 김 기 봉 교수
一擇明醫 於病有裨, 不可不愼 生死相隨 (일택명의 어병유비, 불가불신 생사상수)
二肯服藥 諸病可却, 有等愚人 自家撞着 (이긍복약 제병가각, 유등우인 자가당착)
三宜早治 始則容易, 履霜不謹 堅冷卽至 (삼의조치 시즉용이, 리상불근 견냉즉지)
四絶空房 自然無疾, 徜若犯之 神醫無術 (사절공방 자연무질, 상약범지 신의무술)
五戒煩怒 必須省悟, 怒則火起 難以救護 (오계번노 필수성오, 노즉화기 난이구호)
六息妄想 須當靜養, 念慮一除 精神自爽 (육식망상 수당정양, 분려일제 정신자상)
七節飮食 調理有則, 過則傷神 太飽難剋 (칠절음식 조리유칙, 과즉상신 태포난극)
八愼起居 交際當祛, 稍若勞役 元氣愈虛 (팔신기거 교제당거, 초약노역 원기유허)
九莫信邪 信之則差, 異端誑誘 惑亂人家 (구막신사 신지즉차, 이단광유 혹란인가)
十勿惜費 惜之何謂, 請問君家 命財熟貴 (십물석비 석지하위, 청문군가 명재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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