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환경호르몬엔 ‘식이섬유’를

道雨 2007. 11. 24. 14:33

 

 

 

             환경호르몬엔 ‘식이섬유’를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현재 시각 11시55분.’ 얼마 전 TV를 통해 각 가정의 안방으로 배달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환경시계가 12시면 멈춘다고 볼 때 5분밖에 안 남았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시곗바늘을 마구잡이로 돌리는 것은 환경호르몬. 피해자들이 줄줄이 소개되면서 경고가 경악으로 변해갔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그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라면 시종 답답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어떡하란 말인가?” ‘유기농 무첨가’ 식품을 먹으라는 충고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그러나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킨다고 해서 모든 플라스틱 재질을 등질 수 있을까. 그런 생활이 과연 가능할까. 플라스틱은 현대인에겐 이미 물과 공기와 같은 존재가 아닌가.

 

  여기서 한 가지 동물실험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6년 일본 후쿠오카현의 보건환경연구소. 모리타 구니마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식이섬유의 이론적인 기능을 검증해보기로 했다. 식이섬유란 야채나 과일 또는 현미 등에 들어 있는 난소화성 물질이다. 전문가들은 이 물질이 체내에서 환경호르몬을 배출시킨다고 설명한다. 그 이론을 확인해보자는 것.

 

  연구팀은 실험쥐의 몸 안에 다이옥신 성분을 강제로 축적시켰다. 다이옥신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다. 실험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일반 사료를, 다른 한쪽에는 쌀겨가 10% 첨가된 사료를 투여했다. 쌀겨는 자연의 ‘고식이섬유’ 소재다.

  결과는 놀라웠다. 쌀겨 사료를 먹은 쥐의 분변을 분석해보니 일반 사료를 먹은 쥐에 비해 다이옥신 농도가 약 4배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쌀겨의 섬유질 성분이 환경호르몬 배설을 크게 늘렸다는 뜻이다. 엽록소가 들어 있는 야채의 기능은 더욱 뛰어났다. 사료에 녹황색 야채 2%를 첨가한 시험구에서는 다이옥신 배출량이 약 5배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실험 결과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환경호르몬의 피해를 줄이는 일은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하지만 일상에서 환경호르몬의 공격을 100% 막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환경호르몬 정책은 체내 축적량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맞춰지는 게 옳다. 섭취량은 줄이고 배설량은 늘리는 ‘솔로몬의 비법’, 그 열쇠를 식이섬유가 쥐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섬유소의 청소 기능이 환경호르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섬유소 성분은 소화기관을 통과하면서 그 밖의 유해물질, 이를테면 노폐물�중금�?발암물질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흡수해 배출한다. 흔히 섬유소를 ‘인체의 청소부’에 비유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당분의 흡수 속도를 조절해 혈당치의 앙등을 막는다든가 장운동을 활성화해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 등은 별도로 평가돼야 할 섬유소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이다.

 

  조물주는 자연의 먹을거리 속에 불필요한 물질을 넣지 않는다. 왜 우리는 현미밥을 먹어야 하는가. 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야채와 과일을 권하는가. 비타민과 미네랄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면 반쪽 상식에 불과하다. 환경호르몬을 비롯한 각종 유해물질들이 범람하는 요즘, 그곳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病家十要(환자가 지켜야 할 10가지 도리)  (0) 2007.12.10
콩과 헥산, 부적절한 만남  (0) 2007.12.10
과욕이 부른 괴물, 보조식품  (0) 2007.11.24
‘생들기름’을 찾으시라  (0) 2007.11.23
향료 범벅, 게맛살  (0) 200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