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안치환과 자유' 콘서트를 보고

道雨 2007. 12. 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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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치환과 자유' 콘서트를 보고

 

 

 

 

 

 

 

* 지난 12월 1일 토요일 부산 KBS방송국에서 '안치환과 자유' 콘서트가 있었다.

  집사람은 독서회원들과 콘서트나 음악회 등에 여러번 갔었지만, 나는 이제까지 콘서트라는 것은 구경해 본 적이 없었는데, 범진(거제도에서 일하고 있는 작은 아들, 지금은 집에 돌아와 있다)이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준 덕분에 새로운 구경과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예약(구입)은 했지만, 당일 현장에서 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을 마치고는 집사람과 함께 방송국으로 향하였다. 약간 고조된 기분에 좀 편하게  빨리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오히려 차가 밀려 시간에 늦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택시 기사의 요령껏(도로교통법을 위반하는) 운전에 힘입어 광안대교를 타고 멀리 돌아가는 수고까지 곁들이고 나서야 늦지않게 방송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표를 받고 홀에 들어가니 좌석도 중앙쪽 두번째열로서 아주 좋은 자리여서, 다시금 아들에게 고마운 느낌이 들었다. 그야말로 R석(로얄석)이었다.

  관객들은 대부분이 30-40대인 듯 보인다.

 

 

 

  둘이서 자리에 앉아 얼굴 사진을 찍는 중에 집사람과 같은 독서회원인 천혜숙씨를 만났다. 천혜숙씨는 무대 바로 앞에 임시로 놓은 의자열로서 제일 앞줄이어서 우리와는 떨어져 앉게 되었다.

 

 

 

  공연 중에는 사진을 찍지 말라는 주의가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에 얼굴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자기 휴대폰카메라로 손을 뻗어 조그만 거울을 보고 찍느라 익숙치가 않은 탓에 얼굴이 잘리기 일쑤여서, 여러번을 시도한 후에야 겨우 둘의 얼굴이 다 나온 사진을 얻을 수가 있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헐렁한 바지에 편한 복장을 한 자그마한 키의 소유자 안치환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의 동료들...안치환과 자유...  

  겨울의 초입이자 가을의 막바지라 가는 계절타는 노래들, 가을의 노래들을 몇 곡 불렀다.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안치환 특유의 힘있는 우렁찬 목소리가 홀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내가 알지 못하는 노래들이라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했다.

  안치환은 기타를 4개나 준비했다. 하모니카와 휘파람도 불었다. 또 다른 기타리스트는 3개의 기타를, 베이스 기타리스트도 2개의 기타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드디어 내가 아는 노래의 전주가 흘렀다.

  소금인형...

  이 블로그에도 소개한 바가 있지만('노래, 음악 관련' 카테고리에서 찾아보시라), 안치환의 '소금인형'은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 중의 하나이다.

  류시화 시인이 인도여행에서 들은 이야기에 감명을 받고 쓴 동명의 시에, 안치환이 곡을 붙이고 노래한 이 소금 인형...

  노래와 잘 어울리는 안치환의 춤사위와 함께 홀을 가득 채웠다. 혼을 담아 부르는 듯한 그 노래, 테이프나 컴퓨터의 스피커가 아닌, 현장에서 듣는 이 소리야 말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소금인형'이 끝난 후 우뢰같은 박수소리가 홀을 울렸고, 내 손에는 땀기운이 촉촉하였다.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기 전 막간에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아티스트(안치환의 말에 의하면) 찬조출연자의 멘트와 노래로 채워졌다. 

  2부에는 주로 '자유'를 주제로 한 노래들 위주로 이어졌다.  

  '알바트로스'라는 노래와 '늑대'라는 노래가 이어졌다. 알바트로스는 지구에서 가장 큰 새라고 하며, 이 새를 보기 위해 안치환은 뉴질랜드까지 갔다고 하한다.

   늑대는 길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의미가 있었으니, 자유에 대한 그의 열정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사람이꽃보다 아름다워'였다. 거의 유일하게 함께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고 생각되고, 분위기도 절정에 이르렀다.

  어느덧 2부 행사도 마치고 안치환과 자유 멤버들도 막 뒤로 퇴장했는데, 관객들의 앵콜 소리가 이어졌고, 안치환과 멤버들이 다시 나타났다. 안치환은 편지를 읽기 시작했고, 편지의 내용과 매치가 되는, '내가 만일'이 이어졌다. 이제까지 이 노래를 안불렀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듯 했으니, 앵콜과 편지 낭독도 다 각본에 있었던 것이겠지...

  마지막에는 관객들이 모두 일어서 함께 참여하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많은 사람들이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아들 덕분에 아내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요즘 우리 세대에 어울릴 만한 노래를 간혹 7080에서 듣지만, 우리 나이 또래의 가수가 무대에 서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목소리도 변하고 모습도 변하니 대중 앞에 서기도 어려울 것이다. 

  오늘 '안치환과 자유' 콘서트에서는 약해져가는 세대의 우리들에게 재충전의 힘을 불어 넣어주는 계기도 될 것 같다.

  앞으로 종종 이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새로운 경험과 함께 내 생활에도 활력이 솟아나기를 기대해본다.

         

        "범진아! 덕분에 구경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