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감상문, 관람후기

[스크랩] 연극 `월장`이 끝나고 난 뒤

道雨 2008. 9. 24. 12:18

 

               연극 '월장'이 끝나고 난 뒤

 

담장은 집 둘레에 둘러막아 벽처럼 쌓은 것으로,

대지 경계, 도난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건축 부속 공작물의 하나.

 

위의 서술은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담장의 정의이다.

집과 집 안에 공존하는 사람과 사물, 생물들을 보호하고 지키는 경계벽이다. 담장은 도덕의 경계선, 상식의 경계선의 다른 이름이자 도덕과 상식 안에 머무는 존재를 보호하는 보호벽의 다른 이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연극 '월장'은 시대는 양반`상민으로 계급이 있던 시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양반의 자제인 필몽은 친구 석문을 연인으로 여기는데 이런 필몽을 소희가 사랑한다.

소희의 몸종인 삼순은 머슴인 만석을 사랑하는데 만석의 마음은 과부인 삼순의 어머니에게 향해 있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 어긋나 있고 또한 세상의 잣대인 도덕의 테두리에서 용납되지 않는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석문은 친구 필몽을 떠나면서 '친구여 이제 우리는 문밖으로 나가야 하네.'이렇게 말한다.

이성인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 방식을 문밖으로 표현한 것이다.

문안에서 이루어지는 동성의 사랑은 그들이 문밖으로 나가고자 해도 세상사람들은 그들을 반기거나 그들과 더불어 같이  살아갈 공간을 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만덕과 삼순 어머니는 서로의 연정을 확인하기까지 이르지만 삼순이가 만덕이를 극진히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삼순 어머니는 자신의 마음을 접기로 한다. 마음에 둔 사내를 잊기가 힘들다고 하자 '마음을 접기는 어렵겠지만 세월이 가면 해결 될 걸세.'라면서 마을 홀아비는 삼순어머니를 위로를 한다.

 

도덕의 시대에 도덕을 벗어나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도덕이 많이 해이해진 요즘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은 도덕의 옷을 쉽게 벗지 못한다.

그것은 자신을 지키는 안전복이기도 한 것이다.

나를 지키는 방패이면서 상대방을 함부로 상처 입힐 수 없는 무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도덕을 법으로 만들어서 사람과 사람의 행동의 한계와 범위를 규정지어 놓았다.

 

연극 '월장'은 퓨전사극이라고 한다.

시대는 조선시대이면서 내용은 옛날과 현대사회에서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사람 살이의 문제들을 현대적인 대화형식과 행동방식을 빌었다. 예를 들면 야생고양이를 연기하는 발레리나의 몸동작이나 상대방이 나를 기분 나쁘게 했을 때 상대방 듣지 않게 내뱉는 욕설 등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내 수준에서 보았을 때 '월장'은 잘 만들어진 연극이라는 생각이다.

연극에서 주고자 했던 메시지가 내 머리속에서 빠르게 요약이 될 정도로 연극의 핵심이 되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물 흐르듯이 연결되었다. 어느부분이 어색하거나 삐걱거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배우의 연기보다 먼저 연극의 토대가 되는 작품이 더 훌륭했기 때문에 연극 '월장'이 가능했으리라.

그리고 이들을 전체적으로 조율한 감독의 보이지 않는 내공이 있었을 것이다.

 

시 한 편을 올린다.

물론 '월장'처럼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낸 것이 아닌 무거운 삶을 무겁게 드러냈지만

그 무거움을 느끼고 나니 마음은 가벼워졌다.

 

                산다는 일은

 

                                        김옥남   / 시인

 

         산다는 일은

         상처럴 만들거나

         상처를 껴안는 연습이었다

 

         쓰다듬고 안아 보아라

         상처는 이미 상처가 아니다

 

         내 아픔이 너의 것

         너의 아픔이 나의 것임을 알기까지

         우리들은 모두 시간이 필요했다

 

        더딘 걸음으로 자기를 다스려

        참사랑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하여 온전한 평화를 얻을 때까지

 

        이곳에서 조금 저곳에서 약간

        지식과 경험을 더하게 하신 이의 지혜여

 

       산다는 일은 누구에게나

       나와 너의 상처를 보듬어 안고

       사랑의 능력으로

       상처를 지워가는 일이었다

 

출처 : 햇살마당(해운대)
글쓴이 : 김현숙 원글보기
메모 : 이 글은 저의 아내(김현숙)가 쓴 감상문입니다. 2008년 9월 19일, 해운대 문화회관에서 공연한 퓨전사극 '월장'을 집사람과 함께 관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