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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현경 체험 순례기

道雨 2008. 10. 18. 16:03

      친애하는 삶, 나는 이제 당신 거예요.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나는 준비가 됐어요!

              - '현경체험 순례기 : 결국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거야'를 읽고 -

 

  현경, 그녀가 말하는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아름다움은 결국 내면의 에너지, 좌충우돌하면서(생산적이든 파괴적이든) 또한 어느 쪽으로도 변할 수 있는 마음 속에 감춰진 힘으로 해석했다.

감춰진 힘은 자연환경에서도 볼 수 있다. 한 예로 우라늄은 그 안에 숨겨진 엄청난 열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물리학자들이 발견해서 원자탄이 만들어지고 또 사람의 몸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사선으로도 쓴다. 우라늄은 대량살인과 대량파괴를 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하고 병의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선한 도구로도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내면에 숨어 있는 에너지 역시 어떤 곳에 쓰려고 하는 가에 따라 파괴적으로도 그 반대로도 가능하다.

 

  프랑스에서 자두마을을 운영하는 탁닛한이 보여주는 마음의 힘은 그리고 내면의 아름다움은 현대를 살아가는 마음의 질서가 흔들린 사람들에게 쉬어가는 쉼터가 되고 있다. 탁닛한의 자두마을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서 마음을 풀어놓고 정리해서 다시 떠나오는 고향처럼 그런 넉넉한 마을이 되었다. 한 사람이 고통과 고뇌의 길을 걸으면서 다음었던 마음밭이 마을을 이루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다가가 그곳을 향수하게 만든다. 텔레비전에서 탁닛한의 자두마을이 소개되었다. 자두마을을 방문한 소녀의 질문이 "종을 치는 이유는 압니다. 그런데 종소리를 정확하게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탁닛한은 이렇게 대답했다. "종과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자동차 운전을 잘하기 위해서 자동차와 친해야 하고, 컴퓨터를 잘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공부하는 것처럼 종과 친구가 되면 잘 칠 수 있게 됩니다."

탁닛한의 생각의 길은 단순하면서도 정확히 맞는 길이다. 그런데 내가 소녀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답을 찾느라 머릿속을 온통 헤집었을 것이다. 내가 무궁한 답을 찾는 동안 탁닛한은 깊고 넓은 진리는 이렇게 간단하고 쉽게 표현했다. 그동안 닦아온 근기 또는 쌓아온 내공이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리라.

진리는 이렇게 간단하고 행동하기도 어렵지 않다.

  우리의 사는 모양도 이렇게 단순화시켜보면 어떨까?

삶에 필요한 요소들을 한 줄로 세워보면 필수적인 부분과 선택사항들로 구분할 수 있다. 원하는 것들을 선택을 할 경제적 시간적 여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여유 있게 사는 사람이고 부자라고 할 수 있다. 선택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능력이 있으니까.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돈과 시간을 많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희망사항, 삶의 방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유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상품을 사고 새로운 유행을 생활 속에 받아들이고......

  많은 사람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라는 농업시대에 만들어진 속담에 딱 들어맞는 상황 속으로 진입했다. 진입도 쉽지 않지만 쳇바퀴에서 탈출하기란 더 어렵다. 생각의 변화에 따라서 행동도 변한다. 이제 공식처럼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하고 행동도 닮아간다. 이런 닮은 꼴의 대중화는 세계로 통하는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세계적인 교육매체 역할을 해냈다. 정신적인 가치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물질이 귀한 대접을 받게 되면 사람은 외로워진다.

 

  이런 세상에서 현경과 나는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다. 현경은 자신에게 부딪쳐오는 문제들을 치열하게 대면하면서 자신 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래서 상처 입고 고통받는 가운데 찾아낸 답은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최고의 것은 어느 것인가?'에서 '이제 내 인생을 무엇인가를 위해 내놓겠어.'로 바뀌게 된다.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가 변화한 것이다. 나의 것을 만들기 위해서 애썼던 날들에서 180도 반대 방향인 곳, 나를 필요로 하는 그 곳에서 내가 쓰여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변한다는 것은 사람의 일생에서 꼭 필요한 과정인 것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오래된 영화 '버터필드 8'에서 주인공 글로리아는 고급 매춘부로서 자기 정체감을 갖지 못한 채 직업적으로 여러 남자를 만난다. 그런 중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데 품위 있고 아름다운 그 남자의 부인의 방문에 글로리아는 충격을 받는다. 글로리아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싶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저런 얼굴을 가지고 싶어하지. 그러나 아무나 가질 수는 없는 얼굴이란다." 이렇게 딸에게 들려준다. 현경처럼, 탁닛한처럼 자신과 세상을 구원할 아름다움도 있지만 최소한 자신을 구원할, 지켜줄 아름다움 또는 아름다운 얼굴도 있는 것이다.

 

  절에 가면 십우도라는 벽화그림 열 장면을 볼 수 있다. 소년이 검정 소를 잡아 길을 들이는데 마지막 무렵에는 검정 소가 흰 소로 변하고 그 때 소년은 소의 끈을 풀어주고 소가 가고 싶은 대로 가게 놔둔다. 이 그림의 상징은 진리를 치열하게 추구한 후 진리가 나의 것으로 내면화 되었을 때, 진리는 이미 나의 것이 되었기 때문에 떠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마음의 세계도 이런 비슷한 바탕으로 움직인다고 본다. 정신의 빈곤을 느끼고 또 무기력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을 염려하면서 도울 길을 찾는 사람들...... 현경을 통해서 그런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또한 현경은 나의 정신세계를 힘차게 두드러줬다. 이어서 새롭게 끄집어낸 생각 하나.

 

"나는 이 집의 중심이다. 내가 변해야 남편과 아들이 변한다. 그들의 성취가 나의 성취가 아니니 그것에 기댈 필요는 없어. 그들이 자신의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바래고 기도해주자. 내가 변하자. 나의 정신으로 그들에게 쉼터가 될 수 있는 날을 만들자."

 

                                                                                                              [2001년에 작성한 독후감]

 

 

출처 : 해운대 부실이
글쓴이 : 부실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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