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한의사축구대회를 마치고

道雨 2008. 10. 15. 23:26

 

 

 

     한의사축구대회를 마치고

 

 

 * 횡성종합운동장

 

 

 

 

 

 

 

 



2008년 10월 12일 일요일, 강원도 횡성종합운동장에서 제5회 보건복지가족부장관기 전국한의사축구대회가 있었다.

우리 부산 팀은 2년 전 파주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1차전 탈락(울산 팀에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패)의 아픔을 겪었기에, 이번 대회에서는 만회해보고자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으나, 아쉽게도 또 다시 1차전에서 울산 팀과 만나 득점 없이 비긴 후, 승부 킥에서 져서 또 다시 탈락하고 말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더니, 그 어느 때보다 연습을 많이 했고, 자신도 있었는데, 결과가 이렇다 보니, 감독을 맡았던 나로서는 선수들에게 더욱 미안하고, 협회 임원들이나 여타의 다른 회원들에게도 죄송스럽기가 그지없다.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 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한다. 부산시한의사회의 축구선수가 되어 전국대회에 참석하였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대회에 참석하여 경기에 임하게 될 때까지의 준비과정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고 연습에 임하였으며, 내 열정을 얼마나 쏟아 부었느냐 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비록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동안 준비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은 대단하였고, 또한 훌륭하였다고 생각한다.


 

 

 

 

 



6월 15일 첫 연습모임으로부터 10월 12일 대회 참석 당일까지, 약 4개월간 열정을 쏟으며 달려온 날 들을 정리해보았다. 



우리가 주 연습구장으로 사용한 곳은 해운대중학교 인조잔디축구장이다. 작년까지 운동장 섭외가 어려워서 제대로 모임을 갖지 못했기에 운동장 섭외가 큰 문제였는데, 다행히 이 문제가 해결되어 모두가 열정을 갖고 축구에 참여하게 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해운대중학교 축구장은 해운대고교 졸업생들의 축구모임인 ‘해고 FC’에서 전용으로 사용하는 구장인데, 그들이 여름동안 격주(1,3주)로 해운대고교의 천연잔디구장을 사용하는 시간에, 우리가 중학교의 인조잔디구장을 사용하기로 계약을 하였던 것이다.

6월부터 10월까지 1, 3, 5주 일요일(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 까지)에 우리가 사용하기로 하였으며, 비가 오면 자기들이 인조잔디구장을 써야 하므로 우리가 쉬기로 하였는데, 다행히도 비가 와서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연습구장은 확보되었지만, 해운대중학교 인조잔디축구장은 폭이 좁은 것이 흠이라, 넓은 곳에서도 뛰어볼 필요가 있기에, 추가로 장산체육공원의 인조잔디축구장을 두 번 빌렸다.

장산체육공원은 사용하려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빌리기가 어렵다. 최소한 두 달 전에 그것도 매월 초(1일)에 신청하여야만 되었다.

그리고 해고FC가 사용하는 해운대고교의 천연잔디축구장에서도 한 번 연습경기를 했다.


그리하여 6월 15일 첫 연습모임에서 시작하여, 10월 5일 마지막 연습 모임까지 연습경기차 모인 횟수가 모두 14회나 되었다. 그 기간 중에 일요일이 총 17번 있었으니까, 세 번만 빼고는 모두 모인 것이었다.

대구학술대회(6월 22일), 해운대구 구회(7월 13일, 영화관람), 추석(9월 14일)을 제외하곤 매주 모여서 축구연습을 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14회나 모였는데, 항상 한 팀(11명) 이상의 선수가 모였다는 것이다. 그 뜨거운 여름 휴가철에도, 벌초 시기에도 번갈아 빠지기는 했어도 항상 11 명은 넘게 모여서 연습경기를 했던 것이다. 그만큼 모두가 축구 연습을 즐기며 참석했다는 말이다.


축구는 많은 사람이 모여야 할 수 있으면서, 또한 그 인원수만큼의 연습 상대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 우리의 주 연습 상대는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축구동아리 학생들이었다.

부산시한의사회 축구팀의 취약점은 고령화와 함께 선수 보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최근 몇 년간 체육대회가 없다보니 새로운 선수 발굴이 되지 않고, 기존의 선수들마저 배드민턴이나 골프 등 다른 종목으로 선회하여 선수가 부족하였다.

한의과대학 축구동아리 선수들은 졸업하면 바로 즉시 전력감이 될 것이며, 미리미리 선배들과 축구를 함께 하면서 자연스레 어울리는 시간도 가지면, 졸업 후에 서먹서먹하지 않게 바로 한우회(부산시 한의사 축구동호회)에 들어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후배들을 불러 함께 연습하였다.

‘해고FC’와 ‘슈팅’(내 아들 공진이와 범진이가 속한 축구 클럽이며, 해고FC와 형제팀)도 수시로 우리의 연습 상대가 되어주었다.

장산체육공원축구장에서 찰 때는 ‘신도시조기회’가 연습 상대로 되어주었다.


한의사는 혼자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동료 한의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직업이다. 같은 구에 있으면 월례회 때라도 보지만, 다른 구의 사람들은 동기가 아니면 거의 얘기 나누어볼 기회가 없다. 뭐든지 혼자 궁리하고 혼자 해결해야 하는 외로운 직업이기도하다.

이번 축구연습 기간 동안 우리는 연습이 끝난 후에는 거의 대부분 함께 식사를 했다. 중학교 밑에 있는 ‘아원 아구찜’과 신도시의 ‘다소곰 감자탕’에서 식사와 함께 반주를 곁들이면서 선수들끼리 또 후배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친분을 맺었다. 축구, 한의원, 대학, 세상사는 이야기 등, ...

축구 외에도 이렇게 함께 하는 자리가 더욱 친근하고 결속력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되며, 선수나 후배들도 대부분 이러한 자리들을 의미 있게 생각하며 좋아하였다.

 

 

 

 


이번 연습기간 중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작년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부산한의사회 축구팀 사상 최초로 시도한 MT이다.

9월 20일 토요일 저녁에, 우리 축구팀은 해운대에 있는 ‘아르피나 유스호스텔’에 모여서 1박 2일의 MT를 가졌다. 민락동 수변공원에 있는 장어집에서 회식을 하고, 장산체육공원과 해운대중학교에서 연습경기 때의 모습을 캠코더로 찍은 것을 TV에 연결하여 보면서, 자신의 경기하는 모습을 되새겨보고는 웃기도 하였다.

우리의 포메이션이나 포지션 등에 관한 진지한 전술토의를 약 1시간 동안 진행하기도 하였다.

전술토의를 마치고는 선수들 간의 친목시간으로서, 대부분 당구장에 갔다. 당구장에 다녀와서는 일부는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고, 일부는 서양화 감상,...

나는 자리에 눕기는 했지만, 서양화 감상조의 이런저런 소리 다 듣고 거의 밤샘...

아침은 축구장 가는 길에 단체로 그랜드호텔 뒤에서 콩나물해장국과 시락국으로 간단히 먹고, 그리고 바로 축구장으로 가서 축구하고, 축구를 마친 뒤 다소곰에서 점심까지로, 1박2일의 MT(약 20시간의 여정)를 마치게 되었다. 


MT와 다르기는 하지만, 횡성 가기 전날에도 아르피나 유스호스텔에 모였다. 그랜드 호텔 뒤 식당(구멍가게)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아르피나에 모여서 함께 자고(몇 명은 새벽에 도착), 일요일 새벽 4시에 출발하였다.

물론 자기 전에 스크린 골프, 서양화 감상 등의 친선을 도모하는 시간도 함께 주어졌으며,  소등 시간은 엄격하게 지켜졌지만, 초등학교 때 소풍가기 전 날의 기분과 흡사하여 잠도 오지 않았다.


새벽 4시 정각에 아르피나를 출발하여, 횡성에는 예정 시간 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였다. 도중에 안동휴게소에서 아침 식사까지 하고 갔는데도 8시 조금 넘어서 횡성 종합운동장에 도착하였다. 서울 팀에 이어 우리가 두 번째로 도착하였는데, 쌀쌀하기는 하지만 축구경기 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인 듯 여겨졌다.

횡성종합운동장에는 천연잔디가 1면, 인조잔디가 2면이 있어서 대회를 치루기에 좋은 여건이다. 

 

 

* 울산과의 경기에 출전하는 스타팅 멤버.

 


대회 팜플렛을 보니 우리 팀의 첫 경기는 울산 팀과 11시 40분, 꽤 늦은 시간이다. 우리가 아마 첫 경기일 것이라 생각하고 서둘러 왔는데 예상 밖이다.

한참을 기다린 뒤, 드디어 우리 팀과 울산 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는 대체로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공격하는 쪽이고 울산 팀은 간간이 역습을 한다. 그러나 양쪽 다 결정적인 찬스는 드물고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공방이 이어졌다. 생각 외로 잘 풀리지 않고, 우리 팀도 실점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전반전에 양 팀 모두 득점이 없이 끝나고, 선수교체 몇 명 하고는 후반전, 후반전에도 득점 없이 끝나고, 마침내 승부 킥이다.

승부 킥에서 4대1로 우리가 졌다. 2년 전에도 울산 팀에 승부 킥으로 졌는데, 또 다시 지다니...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 우리가 한 수 위라고 자부했는데, 또 지다니 맥이 빠진다. 4개월  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다니...

더욱이 이곳 횡성까지 와서 경기에 뛰어보지도 못한 선수들에게 더욱 미안하기 그지없다.

1회전에서 떨어진 팀들은 족구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워낙 실망이 큰데다 식사하느라 시간도 늦어 족구도 기권하였다.

박용진 원장이 집어주는 횡성의 그 유명한 한우고기도 맛을 모르겠고...

예선 탈락한 우리 팀은 끝까지 있을 기분도 아니어서, 먼 길이라는 핑계로 횡성에서 일찍 출발하였다.

부산 서면에 도착하여 횟집에서 아쉬움을 달래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술잔을 교환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몇몇은 더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공들여 쌓은 탑도 언젠가는 무너지지만, 끝까지 허물어지지 않는 건 그 탑을 쌓으면서 바친 정성이라고 한다.

비록 1회전에 탈락하여, 공든 탑이 무너지듯이 우승의 꿈이 무너지고 말았지만, 4개월 동안 우리가 쏟아 부은 열정과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동안 함께 열성을 다한 우리 부산시한의사회 축구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아래는 이번 횡성 축구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이다.


부산 축구의 영원한 레전드이자, 주장으로 활약한 최시열 원장,

현재 한우회 회장으로서 회원들의 열정과 단합을 이끌어낸 조장근 원장,

한우회 총무로 모든 궂은일을 맡아서 처리한 박재훈 원장,

한우회 부회장으로 회원들을 독려하고 늘 가족과 함께 축구장에 온 이창섭 원장,

한우회 부회장으로 부친상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참석한 정병용 원장,

한우회 부회장으로 화려한 기술과 왕성한 활동으로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해온 현동환 원장,

진구 회장으로서 전 선수를 통틀어 유일하게 100% 참석의 기록을 세운 최재호 원장,

저보다 연장자이며, 팀의 최고령자임에도 성실하게 참석해주신 안재호 원장님,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한 연습으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온 손성희 원장,

모친상을 겪는 아픔에도 열심히 참석, 팀에 헌신한 김동훈 원장,

많은 유망주를 소개해주고, 본인도 열심히 참석한 박용진 원장,

팀의 문제점이었던 골키퍼 부재 문제를 해결, 그러나 필드에서 뛰고 싶은 강경완 원장,

부산시회 부회장으로서 팀의 재정 등, 협회와 관련한 제반 문제를 해결해주신 임진섭 원장,

테니스를 하고 난 후에도 축구를 하러 열심히 참석한 체력의 달인 박홍기 원장,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량이 늘어가는 놀라운 대기만성형의 이영배 원장,

금년에 처음으로 한우회에 들어와서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인 방호열 원장,

부원장으로서 원장님을 보좌하여 열심히 참석하신 왼발잡이 수비수 정웅채 원장,

금년도 한의대를 졸업한 신참으로 차기의 주전,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활약할 정영호 원장,

선심도 보고, 총무의 대타로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맛있는 커피를 준비해준 황동섭 원장,

부산 축구를 위해 대회 당일 서울에서 내려온 만능스포츠맨 송명호 원장,



이 외에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축구대회 장소인 횡성까지 가지는 못하였으나, 평소 연습에 참여하여 함께 해준 여러 회원들이 있었기에 더욱 활기찬 날들이 이어졌다.

  

한의사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파워풀한 힘이 넘치는 박인기 원장,

대회 전날, 어머님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함께 가지 못한 허성욱 원장,

우리 팀의 예비 골키퍼이자, ‘해고FC’의 일원인 성재환 원장,

올해 졸업하여 젊음의 활기와 빠른 몸놀림으로 공격진에 활력소가 된 안정만 원장,

역시 올해 졸업하고 타이트한 수비 실력을 보여주어 차기가 기대되는 김희석 원장,

큰 키의 제공권으로 수비의 핵심으로 자랄 가능성이 큰 김태욱 원장,


대회는 끝났으나 한우회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므로, 회원 여러분들은 계속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다른 팀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휴식시간에 몸을 푸는 선수들

 



우리의 연습 상대가 되어준 ‘해운대고 FC'의 서정하 회장과 김기석 감독 및 선수들, 우리 아들들이 속한 ‘슈팅’ 선수들, 동의한의대 축구동호회 박지호 회장 및 배우열 등 후배들, 해운대 신도시조기회 문준기 회장과 회원들에게도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감독의 역량 부족으로 1차전에서 탈락하여, 횡성까지 갔음에도 운동장에서 뛰어보지도 못한 선수들에게는 다시 한 번 죄송스런 마음을 전하며, 그 동안 우리 축구팀에게 성원을 보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내가 가장 애송하는 시를 적어보며 글을 맺는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 종 환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나는 한의사 축구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연습경기 또는 전국대회 경기)하는 장면을 CD(또는 DVD)로 구워서 선수들에게 기념으로 간직하게 하는 것이다.

늘 우리는 월드컵 경기나 프리미어리그, 국가대표팀 경기, 프로축구리그 등, 남이 뛰는 것만 보았지, 정작 자신이 뛰는 모습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보완하고, 한편 부산시한의사회 축구대표선수로서의 추억을 영상으로 되살려 볼 수 있도록, 추억을 선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찍은 것은 너무 소략하고, 찍는 기술이 미숙하기도 하고 빠진 선수도 많아서 DVD로 제작하기는 어려울 듯하고, 다음을 기약해야만 할 것 같다.

감독 역할을 하려면 게임을 봐야 하는데, 캠코더를 찍다 보면 게임을 볼 수가 없어서, 제대로 찍지를 못했다. 횡성에서도 캠코더를 가져가기는 했지만, 경기를 보느라 전혀 찍을 엄두도 못 냈다.


한의협(또는 주관 시도협) 차원에서 매 경기를 캠코더로 찍고, DVD로 구워서 해당되는 선수들에게 하나씩 주면, 좋은 기념품이자 선물이 될 것 같은데......

그것이 어렵다면 캠코더로 찍은 경기모습을 협회 홈페이지에라도 올려서 선수들이 자기의 경기모습을 볼 수 있게 하면 얼마나 좋은 추억이 될까 생각해본다.


 

 

*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