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스크랩] 탁구

道雨 2008. 9. 24. 12:31

탁구는 내가 하는 유일한 운동이다.

숨쉬기 운동만 하면서 30대를 지나왔는데 40대 어느날 신체의 연결부위에서 '삐걱' 소리가 났고 이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노인 몸이 되겠구나! 라는 위기의식이 들고...... 그래서 탁구를 시작하였다.

이제 5학년이 되었으니 10여 년이 넘은 지금, 탁구 이상의 것들이 의미를 가지고 다가온다.

'일상의 일들도 반복하다 보면 거룩한 것이 된다'는 고도원의 편지 글을 나의 탁구에서 실감하기도 한다.

 

  체육의 가치와 목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신체의 능력개발은 체육활동을 통해서 질병과 정신적 긴장에 잘 견디고 갑작스런 사고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행동력을 길러주고 굳센 정신력을 갖게 하며,  또한 건전한 신체적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게 한다.

 환경적응 능력개발은 사람이 체육활동을 통해 생활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힘든 일을 극복할 수 있도록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길러 준다. 달리기와 수영, 등산은 물과 산에서 장애물을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사회생활 능력개발은 의사표현 능력과 사회성 개발을 돕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며 또한 경쟁과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동심을 길러준다.

 

  이런 교과서적인 설명이 나의 경우에 딱 들어맞는다는 경험을 했을 때의 느낌이란......!

탁구를 배우는 동안 실력이 늘어가는 재미, 게임을 하는 재미가 나면서 나중에는 다른 느낌이 더해졌다. 게임을 하려면 집중력이 필요하다. 게임 중에는 잠깐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게임이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풀려버리는데 물론  점수를 잃게 된다. 공부를 할 때도 관심의 분산이 집중에 방해가 되는 것처럼 탁구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할 때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단식의 경우는 특히 자신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동안 얻는 것이 있다. 나의 실력부족으로 지는 게임일 경우에도 상대방의 실력을, 기술을 보고 적응할 능력을 키우는 기회가 된다. 탁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누구든 새로운 느낌으로 접하게 되는데 이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개성의 다양성으로 대체해서 생각할 수 있고 또한 상대방을 존중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것을 탁구를 통해서 배웠다. 이 세상의 누구든 이러한 자신의 게임 방법과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승부근성을 키워준다.

언뜻 승부근성은 '너무 살벌하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탁구를 하다보면 게임을 해야 재미있다. 또한 먼저 시작하신 선배 분들의 말씀이 게임을 해보지 않고는 진짜 실력은 알 수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게임은 어느 사라이든 최선을 다하게 하는 힘이 있어서 이기고 지고의 승부를 떠나서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만으로 탁구를 통해서 인생을 배웠다.

  탁구를 통해 알게 된 또 한 가지의 사실.

어느 누구든 한 가지 일을 깊이 있게 하는 사람은 멋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명희의 '혼불'에서도 '누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꾸준히 해 나간다면, 그것은 모여서 결국은 실한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문화도, 학문도, 살림살이도.' 이렇게 말한다.

전업주부로서 반찬을 맛있게 만드는 사람이 아름답고, 자식을 잘 키우는 부모도 아름답다. 탁구를 열심히 꾸준히 하는 사람도 아름답다.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듯 자신있는 분야에서 한 가지 씩 이루면서 살아간다면 자신의 삶이 건강해질 것이며, 가정의 평안, 사회의 평안으로 연결될 것이다.

 

  탁구를 통해서 이렇게 많은 생각과 기쁨을 얻었다. 인생은 자신이 보려고 하면 보일 것이고 얻으려고 하면 주어질 것이다. 이런 낙관도 탁구를 통해서 더욱 강화되고 보강되는 듯하니 이렇듯 탁구는 내 인생의 기쁨이자 인생을 가르쳐주는 한 권의 교과서가 되었다.

출처 : 햇살마당(해운대)
글쓴이 : 김현숙 원글보기
메모 : 이 글은 저의 아내(김현숙)가 쓴 글입니다. 요즘 야간에 동네 탁구장에서 집사람과 함께 탁구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운동량이 부족한 요즘의 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