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이행기, 그리고 미국의 종말
‘미국은 끝장났다(The End of America)’고 선언한 나오미 울프의 책이 나온 것은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7년이다.
진보적 사회비평가 나오미가 보기에 미국은 이미 그 시점에서 더는 미국이 아니었다. 금융공황이라는 경제파탄 이전에 정치·사회·도덕적으로 이미 파산상태였다.
나오미는 부시 집권기간을 파시즘 체제로의 이행기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종말>은 부시 정권이 미국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그 ‘열 가지 비법’을 가르쳐 준다.
1. 안팎의 위협을 부각시켜라.
2. 비밀수용소를 건설하라.
3. 준군사조직을 육성하라.
4. 일반시민들을 사찰하라.
5. 시민단체에 파고들어라.
6.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체포와 석방을 꺼리지 마라.
7. 핵심인물들을 겨냥하라.
8. 언론 자유를 봉쇄하라.
9. 비판은 ‘간첩행위’로, 비판하는 자는 ‘국가반역죄’로 몰아라.
10. 법의 지배를 뒤엎어라.
미국 우익 패권주의세력이 영구집권을 위해 고안해낸 이 10가지 수법은 히틀러나 무솔리니, 스탈린, 그리고 프랑코, 피노체트, 수하르토, 소모사 등이 써먹던 수법을 그대로 따온 것임을 나오미는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미국은 망가졌다.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의 사회비평가 나오미 울프는 <미국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파시즘 이행기’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부시 정권이 민주주의에서 파시즘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그는 '파시즘 이행기’를 판별할 몇 가지 잣대를 제시했습니다.
△ 집회·시위에 나서거나 비판적 발언을 하면 신체적 위협을 가한다. 시민들의 무차별 체포와 투옥을 꺼리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민간의 ‘준군사조직’이 등장한다.
△ 일반 시민을 사찰한다. 도청을 합법화하고 개인의 전과와 정치 성향, 사생활 등을 기록한 개인 자료를 활용한다.
△ 교수·공무원·언론인·문화예술인 등 비판적 인사들을 전략적으로 겨냥해 직장에서 쫓아내거나 경력을 파괴한다.
△ 시민단체에 첩자를 심어 조직을 파괴하거나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으로 괴롭힌다.
△ 비판적 검사를 해임하는 등 법의 지배 방식을 뒤엎는다. 인격모독을 포함한 고문, 근거 없는 고발,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 대한 마구잡이 기소 등의 사법독재가 등장한다.
△ 정치적 압박으로 자유언론을 탄압한다. 언론인을 모독하거나 수치심을 주고, 해당 언론의 책임자들이 언론인을 해고하게 만든다.
△ 시민들의 사상·행위·표현을 범죄로 만들기 위해 불법행위의 범주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새로 법을 만들거나 개정해 ‘법의 이름으로’ 처벌한다.
△ 일련의 과정에서 안팎의 위협을 부각시킨다.
놀랍게도, 버락 오바마의 등장으로 주춤거리고 있는 미국 파시즘의 불길한 전조들이, 한국에선 지금에야 그대로 복제돼 한층 더 강도 높게 활개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미국의 종말>이라는 거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윗글은 '한겨레 21'을 비롯한 인터넷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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