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돈줄로 언론 길들이기

道雨 2010. 2. 24. 09:57

 

 

             돈줄로 언론 길들이기

 

 

 

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 권력자들은 늘 여러 가지 방식으로 언론을 길들이려고 한다. 그것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 언론을 장악하는 것이 여론을 장악하는 길이고, 여론을 장악해야 자신들의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언론을 길들이거나 통제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했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바로 내용을 통제하는 것이다. 내용 검열이라는 극단적 방법은 너무 노골적이기 때문에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기가 쉽다.

그래서 비교적 민주적인 나라에서는 합법적인 심의기구를 통해 내용을 통제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심의기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심의가 결과적으로는 검열로 둔갑하는 걸 종종 보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런 상황에 가깝다. 정부 비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검열 수준의 심의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은 언론 통제를 위해 중요한 언론기관의 수장들을 권력의 힘으로 바꾸는 것이다.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권력에 반대하거나 비협조적인 사람들은 몰아내고, 대신 그 자리에 자신들의 뜻을 따르는 인물들로 채우는 것이다.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공영방송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은 물론 <와이티엔>(YTN)의 사장 자리나 이사진 구성을 놓고 벌어진 그간의 사태들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엠비 정권은 합법을 위장한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기존 사장들을 몰아내고 자신들에 충성하는 인물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 그 효과는 내부 구성원들의 권력 순응성과 내용의 권력 친화성을 더욱 확대시켰다.

그런 탓인지 최근 방송에서는 권력에 비판적인 소리를 찾아보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정부 여당 쪽 명사(?)들의 출연이 더욱 빈번해진 것도 그러한 효과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심의를 통한 내용 통제나 낙하산 인사를 통한 인적 통제에 더하여 더욱 교묘한 언론 통제 방법의 하나가 돈으로 언론기관을 조종하는 것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정부 여당에 우호적인 조선, 중앙, 동아의 정부 광고 점유율은 도합 50%를 넘었다고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경향과 한겨레에 대한 정부 광고 비율은 각기 7, 8% 내외라고 한다. 올해 들어 ‘정부 광고의 양극화’는 심화됐다고 한다. 계속 그러면 더 줄이겠다는 엄포로도 보인다.

 

광고를 통한 경제권력의 언론 통제는 더욱 노골적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 이후 삼성은 이를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에 광고 게재를 중단한 바 있다. 최근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이들 신문에 삼성 광고가 다시 게재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경향은 삼성 비리를 폭로한 김 변호사의 책을 소개한 한 대학교수의 기고문 게재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그만큼 언론에 대한 경제적 통제는 교묘하면서도 치명적인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은 자신들에게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세력에 대해 아예 노골적으로 돈줄을 끊고 있다. 언론에 대해서는 물론, 시민단체나 문화단체, 심지어 학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치졸하고도 천박한 사상통제 방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이 반대세력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총체적 건강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결국 권력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셈이다.

지금 반대세력은 오히려 단식 중임을 명념하기 바란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