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흑묘백묘론( 黑猫白猫論)

道雨 2009. 9. 30. 10:11

 

 

 

           흑묘백묘론( 黑猫白猫論)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실용주의를 표현하는 말이다.


중국의 개방 성장을 이끈 등소평은, 성장을 위해서라면 사회주의나 자본주의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색깔이 문제가 아니라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것이다.



의료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환자를 치료하여 낫게 하는 데에 있어서는 한, 양방의 구별이 꼭 필수적이지는 않다. 필요하면 민간요법을 써서라도 낫게 해야 도리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영역이니 만큼, 아무나 시술이나 처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양방 의료에 관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행하여야만 더욱 효과적이고, 또한 예기치 못한 불상사를 방지할 수가 있다.


우리의 의료제도는 한방과 양방으로 구분되어 있느니 만큼, 치과와 조산의 영역을 제외하곤 주로 한의사와 의사가 그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방과 양방은 서로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서로가 자기 분야의  장점을 살리면서 부족한 점은 보완하여 나가야할 것이지, 서로를 배척하고 헐뜯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일이다.


한방은 전체적, 경험적, 철학적 요소가 많으며, 양방은 국소적, 합리적, 과학적 요소가 많다고 비교하기도 한다.

한방은 만성 질환에 효과적이고, 양방은 급성(응급) 질환에 필수적이라고도 말한다.

한방은 정기(正氣, 精氣)를 온전하게 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데 비해, 양방은 사기(邪氣 : 病邪)를 제거함을 위주로 한다고 하기도 한다.


정기를 돕고 사기를 제거하는 것을 한방에서는 부정거사(扶正祛邪)라고 표현한다.

질병을 치료함에 있어서는 정기를 돕는 것을 위주로 해야 되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사기를 제거함을 우선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정기를 돕는 것을 ‘보(補)’라고 하고, 사기를 제거하는 것을 사(瀉)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질병의 치료에 있어 사(瀉)를 위주로 할 때는 인체의 정기도 함께 손상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따라서 신체가 허약한 사람들에게 사법을 쓰는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보사를 겸하거나 오히려 보법을 위주로 써야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신종플루로 인하여 사망자들이 나올 때마다 뉴스에 오르곤 하는데, 신종플루는 치료되었으나 다발성 장기부전이나 뇌염, 폐렴 등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는 허약한 사람들의 신체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타미플루라는 조류독감 치료제를 사용한 때문에 오는 부작용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신종플루의 대처에 있어서, 가벼운 상태인 경우에는 중의(한방) 위주로 치료하고, 심한 중증의 경우에는 중서의(한양방) 협진으로 치료하여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검은 고양이니 흰 고양이니 구분하며, 내가 너보다 낫다’고 다툴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의 실용주의를 채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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