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3개월도 못 버틸 거라 했지만, 3년째 '순항중'

道雨 2010. 2. 27. 10:53

 

 

 

     3개월도 못 버틸 거라 했지만, 3년째 '순항중'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기자]


시사저널 노조원 20여명이 지난 2007년 1월22일 오후1시 정동 사옥 앞에서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가 뉴스 거리가 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위험 현장에서 취재하다 죽거나 납치되거나, 혹은 유명 남녀 앵커가 바람을 피우다가 걸렸거나. 대개는 좋지 않은 일을 당했을 때 기자는 지면이나 화면에 얼굴이 팔린다.

'시사기자단'도 그랬다(될 수 있으면 전 직장의 이름은 입에 담기 싫다). 법관은 판결로,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는데 우리는 실리지 못한 기사로 말해야 했다.
2006년 6월 당시 삼성 이학수 부회장 관련 기사를 회사가 편집국장도 모르는 새 빼버리는 바람에 싸우다 2007년 파업을 했고, 집단 사표를 내고 회사를 차렸고, 급기야 < 오마이뉴스 > 선정 '2007 올해의 인물'로 뽑히기에 이르렀다.

단순히 < 시사IN > 하나만의 여정을 돌이켜 보면 지금도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슴 벅차다. 언론 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선배들마저 불가능하다고 했다. 새 회사를 차리겠다고 뛰는 기자들 자신도 확신이 없었다.

실패할까 두려워하는 우리의 등을 두드려주고, 혹은 채찍질한 이들은 독자였다. 700명이 넘는 열혈 독자와 지지자들이 돈을 모아주어 지분율 51%가 넘는 대주주 없이 회사를 차릴 수 있었다.
전 직장 사람들은 우리가 3개월도 못 버틸 거라고 악담과 저주를 퍼부었지만 우리는 3년째 순항 중이다. 특히 여러 언론사에서 뛰어난 경영 실적을 보여온 표완수 사장이 지난해 부임하고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회사 꼴이 잡혀간다. '잘못하다가는' 올해 흑자에 턱걸이 할지도 모르겠다.

 
2010년, 세상은 맹렬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삼성 관련기사 삭제' 이후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워왔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지난 2007년 6월26일 전원 사표를 제출하며 사측과 결별을 선언했다. 1년여동안 끌어왔던 사측과의 줄다리기를 끝내며 기자들이 그동안 몸담았던 편집국 현판 앞에 헌화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렇더라도 우리의 마음은 가볍지 못하다. 700명이 넘는 주주가 겨우 우리 입에 풀칠이나 하라고 우리를 일으켜 세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주주 가운데는 자기 자식 이름을 건 분들이 의외로 많다.

자식대에는 돈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재벌이나 권력에 붙어 약자의 피를 빠는 언론에 대한 반감이 담겼다. 그 분들의 마음을 모아 < 시사IN > 을 만들었건만 세상은 < 시사IN > 이 생기기 전보다 좋아졌다고 말하기 힘들다. 오히려 맹렬히 뒷걸음질을 친다.

삼성만 놓고 보자. 요즘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이 불티나게 팔린다는데 사실 그 책은 옥중에서 나왔어야 했다(김 변호사에게 사감이 있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법무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삼성과 함께 저질렀던 중대한 범죄를 자백한 용의자다. 검찰과 국세청, 금융감독기관이 삼성으로부터 얼마나 부정한 돈을 많이 받아왔는지 목격한 증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보통 검찰도, 특별 검찰도 그를 구속하기는커녕 제대로 불러 수사한 일도 없다. 법원도 그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그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실명으로 폭로한 이들은 처음에는 김 변호사를 명예훼손으로 걸겠다고 펄펄 뛰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그를 고소·고발하지 않았다.

이런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기이한 사법 절차를 거쳐 이건희 회장은 집행 유예 판결을 받았고, 그도 모자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았다. 삼성은 실정법을 어기면서 숨겨온 4조 원이 넘는 비자금(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탈세, 편법 경영권 승계에 대해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2천만 원씩 포상금을 주는 것 등을 시작으로 공적 자리에 돌아왔으며, 삼성 경영 복귀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삼성은 이제 < 경향신문 > 지면에서 김상봉 교수의 칼럼을 파내버릴 정도로 기력을 되찾았다. 언론인 출신 이인용씨가 껄끄러운 매체 관리를 맡아 맹활약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삼성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한 줌도 남지 않은, 약자 대변해줄 언론

편집권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다 모두 사표를 낸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이 지난 2007년 7월2일 저녁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출범시키며 새매체 창간을 선포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참석자들이 새매체 성공을 기원하며 큰절을 올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언론의 상황도 참담하다. 오마이뉴스 독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므로 더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시사기자단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열심히 보도했던 분들은 모두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MBC < PD수첩 > < 뉴스 후 > , KBS < 미디어 비평 > < 시사투나잇 > < 단박 인터뷰 > , EBS < 지식채널e > < 다큐 여자 > 등등. 수많은 좋은 방송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있다.
시사기자단 여기자의 삶에 초점을 맞췄던 < 다큐여자 > 외주 제작사는 EBS 경영진이 주문을 끊어 버리는 바람에 회사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 분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죄송하다. 아마 요즘 시사기자단이 결성됐다면 인터넷 매체 말고는 단 한줄도 기사가 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언론은 한줌도 남지 않았다.

그 한줌 남은 언론 가운데 하나인 < 오마이뉴스 > 의 10주년을 맞는 이 경사스런 때에 우울한 얘기만 늘어놓은 것 같아 송구하다.
세상이 뒷걸음질을 칠수록 < 오마이뉴스 > 같은 언론의 존재 가치는 더욱 빛날 수 있다. 어려운 시기 모두 함께 헤쳐나가면 훨씬 힘이 덜 들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10년간 세계 언론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유형의 언론을 만들어오신 오마이뉴스 식구 모두에게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