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한 국회 본회의 상정에 부쳐...
파병
절권도의 창시자이자 위대한 액션 배우였던 이소룡은 무술을 물에 비유하곤 했다.
그의 무술 철학은 상선약수(上善若水, 지극히 착한 것은 물과 같다)를 금과옥조로 삼았던 노자 사상과 맥이 닿아 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철학을 배웠던 이소룡에 대해 “생각이 너무 많아 나약해진 무술인”이라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무술(武術)의 무(武)는 문(文)의 상대 개념으로, 무력이나 무기 등 폭력의 의미로 쓰이지만, 한자를 풀어보면 창을 뜻하는 과(戈)와 그칠 지(止)가 합쳐져, 무기를 멈추게 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무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멈추게 하는 것이다.
이소룡의 절권도(截拳道)는 주먹을 멈추게 하는 무술이라는 뜻이다.
동양의 유토피아에 해당하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무릉에 살던 사람이 발견한 별천지였지만, ‘싸움이 그친 언덕과 복숭아꽃이 만발한 물의 근원’으로 해석하는 건 지나친 억측일까?
죄 있는 무리를 군대로 친다는 뜻의 정벌(征伐)은 정의로운 다수(두인 변+正)가 창을 든 소수(사람인 변+戈)를 힘으로 굴복시킨다는 의미다.
오사마 빈라덴과 탈레반을 ‘정벌’하겠다며 미국이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올해로 10년째다. 그러나 이 전쟁이 ‘정벌’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 맨>이 적확하게 묘사했듯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 군수산업 자본에 합법적으로 돈을 갖다바치기 위한 알리바이일 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프가니스탄은 ‘21세기의 베트남’이 된 지 오래다.
아프가니스탄에 국군을 보내는 파병 동의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탈레반은 “다시는 파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경고하고 있다.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부른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일방적인 아프간 재파병 결정 철회해야
<한겨레> : 사설(2010. 2. 26)
이명박 대통령 취임 두 돌이 된 어제, 한나라당은 우리 장병을 극히 위험한 지역에 보내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동의안을 국회에서 일방처리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의 신뢰가 걸린 중대한 문제를 충분한 논의조차 없이 밀어붙인 것이다. 오만과 독선에다 무모함까지 드러낸 비민주적이고 반국민적인 행태다.
이번 조처는 분명히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2007년 정부는 나라 안팎에 아프간 철군을 약속하고 그해 말 다산·동의부대를 완전히 철수시켰다. 우리나라 민간인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돼 2명이 숨지고, 그에 앞서 윤장호 하사가 희생되는 아픔 속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명분 없는 파병이 막대한 고통과 비용을 초래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어제 여당은 정부의 요구에 따라 이를 송두리째 뒤집었다. 국가 신뢰도의 저하를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
재파병은 국제 현실과도 동떨어졌다.
최근 아프간에선 미군 사망자가 늘고 민간인 사상자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점령과 전쟁을 통해 테러가 근절되긴커녕 무장저항은 더 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도 내년부터 병력 철수를 시작한다는 일정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마당에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재파병을 하려는 것이다. 정세에 무지해서인지 아니면 미국 눈치를 살피느라 현실에 눈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인도적 활동에 주력하도록 민간인력 위주로 지역재건팀을 조직할 것이며, 군병력은 보호 임무를 수행할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현지에서 지역재건팀 요원들은 점령군과 동일시되면서 공격 표적이 돼왔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재파병 방침이 알려지자 현지 무장세력이 우리 기업의 건설현장을 공격한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확한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으면서 재파병을 추진해왔다. 앞으로 파병 장병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이 테러를 당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어제 처리된 동의안의 파병기간도 올해 7월부터 2년6개월로 유례없이 길다. 현지 상황이 혼란스럽고 위험하기에 매년 국회 보고·동의 절차를 엄격하게 진행해도 부족한 터에 아예 백지위임장을 발부한 것이다.
재파병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으며 국회 토론까지도 무력화시켰다. 내용과 절차가 모두 문제투성이인 이번 재파병 결정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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