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사상의 자유 억압하는 공영방송

道雨 2010. 4. 16. 12:22

 

 

 

       사상의 자유 억압하는 공영방송

 

 

지난 2005년 미국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어 신임교수 연수에 참가해서 받은 연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에서는 어떤 종류의 차별과 성희롱도 용납되지 않고, 차별이나 성희롱과 관련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처벌도 무겁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동이나 말을 금할 뿐 아니라, 인종이나 성별, 개인의 이념과 정치성향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직장 구성원이 그 직장의 사장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또는 그 직장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고 해서 인사나 진급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개인의 정치활동이나 의사표현을 빌미로 회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차별로 간주되어 철저히 처벌을 받게 된다.

이는 미국의 수정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생각과 사상의 자유,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만약 인종, 성별, 정치이념을 이유로 차별했을 경우 그 사람은 직장에서 즉시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고 법적 처벌까지 받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도 개인의 표현과 이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개인의 이념과 정치성향 때문에 차별을 받는 일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이 지난 5일 본부장과 팀장 등 20여명이 참석한 임원회의에서 방송인 김미화씨의 내레이션과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인터뷰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4개월 전 다른 프로그램의 내레이터를 맡아 “정감 있고 따듯한 목소리로 효과적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김미화씨의 내레이션을 문제삼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서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성명서를 내어 임원회의에서 김미화씨를 두고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대체 김미화씨가 무슨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말일까?

아마 김미화씨가 현 정권의 정책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내레이션과 특별히 관련 없는 개인의 생각과 이념, 그리고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공영방송이 차별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도 아니고 이미 완성된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터의 개인적인 정치성향을 이유로 선정을 문제삼는 것은 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사상의 자유를 철저히 짓밟는 행위다.

또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상과 정치이념을 문제삼아 개인의 업무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부당한 차별행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차별이 국민들의 시청료를 받아 운영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자유로이 사고하고 판단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되어 있다. 만약 어떤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자유로운 사고와 판단하고 표현하는 행위가 억압을 받게 되면 인간의 존엄성은 심각한 훼손을 받게 된다.

개인의 생각과 이념, 그리고 정치성향을 빌미로 업무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바로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요, 차별행위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