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道雨 2010. 4. 6. 14:26

 

 

 

           병역 의무의 값이 없어졌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온갖 추측과 해설이 난무한다. 그 가운데 제일 마음이 쓰렸던 것은 아들을 둘 둔 아버지가 이를 악물고 토해내듯 쓴 글이었다.

 

“… 내 아들 둘은 절대 군대에 안 보낸다. 그동안 아들한테 군대는 꼭 다녀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맥과 돈을 동원해서 병역면제를 받을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안 했다. 마음이 바뀌었다. 절대 이런 나라의 군대에 내 아들을 보내지 않겠다. 외국으로 보내서 평생 한국에 못 들어온다 하더라도 안 보낸다. 내 장기를 팔아서라도 하겠다. 악착같이 돈을 벌겠다. 평생 못 보는 한이 있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

 

해군 병사들이 찬 물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동안 대통령을 필두로 지하벙커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을 병역면제자들이 청와대 지하벙커에 모여 국가안보회의를 했다.

그들의 자녀들은 결코 졸병으로 차디찬 바다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운명을 만들 리 없는 면면들을 보면서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만 하는 보통의 부모들이 느낀 열패감과 좌절감, 분노가 절절히 배어 있는 글이다.

현 정부의 장관들 가운데 이렇게 병역면제자가 많았는지 정말 몰랐다. 병역면제자의 비율로 따지면 사상 최고의 내각이 아닌가 싶다.

병역면제자인 줄 알면서도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됨으로써 본인은 국민들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셈이지만 병역면제자를 곳곳에 중용하는 것까지 국민들이 용인하지는 않는다. 특히 국가안보와 군대 문제와 관련해 위기나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는 이 정부로서는 전혀 말발이 서지 않게 되어 있다.

 

딸 키우는 부모들은 결코 모를 일이 있다. 아들이 입시지옥을 빠져나와 대학에 들어가면 바로 닥치는 군대 문제다. 아들이 선선히 군대에 가겠다고 나서면 다행이다. 유학과 진학, 취업을 핑계로 시간을 질질 끌고 있으면 답답하다.

군대 안 가면 사회생활에 지장이 많다고 타이르면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여당 원내대표도 장관도 재벌도 언론사 사주들도 그 아들들도 모두 군대에 안 갔다면서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이렇게 무능한 부모를 둔 것도 너의 운명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군대에 안 가는 것은 특혜고 특전이다. 산업체 요원, 국위선양, 질병 들의 이유로 병역면제의 특권이 주어진다. 병역비리가 쏟아져 나올 때마다 특례와 특혜, 질병을 교묘히 악용·남용하는 것이 드러난다.

안 갈 수만 있으면 안 가고 싶은 곳이 군대다. 군대는 한창때의 젊은이들이 2년 동안 몸으로 시간으로 때워야만 하는, 시간이 유예된 곳이라고 생각하는 탓이다. 그런데도 어떤 집단은 세습적으로 군대에 안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또 그것이 부끄럽지도 않게 된 세상이다.

 

우리는 지금 군인들이 바다에서 공중에서 육지에서 어떤 장비로 어떤 악조건에서 근무하는지 시시콜콜 알게 되었다. 텔레비전에서 비춰주는 갖가지 화면과 정황들은 군대의 실상이나 어려움, 우리 아들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장비로 어떤 군대생활을 하는지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다는 것의 의미, 만일의 경우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지도 상세히 알게 되었다. 천안함 침몰 이후 아들을 군대에 안 보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부모들이 늘어날 것이 정말 두렵고 그 파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이 시점에서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면제의 특전을 주는 것도 재검토해야 한다. 때에 따라, 여론에 따라 남용되고 있을뿐더러 병역을 마친 사람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방법의 보상을 찾는 게 마땅하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면제된 것을 축하하는 나라에서는, 그것이 특권이 되는 나라에서는, 국방의 의무는 값이 없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선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