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교육이 ‘세계1등’ 비결이랍니다
- ‘핀란드 경쟁력 100’ 출간…핀란드 전 보건사회부 장·차관 타이팔레 부부
국가경쟁력 1위, 번영지수 1위, 교육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PISA) 1위, 반부패지수 1위, 공공도서관 장서 수 1위.
발트해 연안에 자리한 인구 540만명의 나라 핀란드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각종 ‘세계 1위’ 지수들은 세계경제포럼, 국제투명성기구 등에서 발표한 수치들이다. 비결은 뭘까?
오늘날 핀란드의 국가경쟁력을 일군 각 분야의 사회적 창안 100가지를 담은 책 <핀란드 경쟁력 100>(비아북 펴냄)의 국내 출간을 기념해 책의 편저자인 일카 타이팔레(68) 헬싱키대 교수가 그의 아내 바푸 타이팔레(70) 핀란드 보건사회부 전 장관과 함께 서울에 왔다.
19세기부터 전통, 박사과정까지 무료
남녀평등 ‘40%성별할당제’가 추동
노사분쟁·정치갈등 협상으로 풀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핀란드 대사관에서 두 사람을 만나 ‘비결’을 물었다.
핀란드의 교육 및 보건복지 권위자인 이 부부는 오늘날 핀란드 사회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제일 중요한 것이 무상 교육입니다. 대학 박사과정까지 무료입니다.
둘째가 남녀평등.
셋째가 핀란드가 어찌 보면 타협과 협상 사회라는 점일 겁니다. 노사정 3자 시스템 안에서 협상을 통해 현안을 풀어내고, 정치에서도 어느 한 정당만이 정권을 잡기 힘들어 늘 협상을 해야 합니다. 갈등과 분쟁이 있지만 타협을 통해 사회가 유지됩니다.”
연 1000만원을 넘나드는 고액 대학 학비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와는 사뭇 다른 무상교육 제도는 어떤 사회배경 속에서 도입되었을까?
“무상교육은 오래된 정책입니다. 사회적 합의죠. 1800년대 말 이래 교육은 전통적으로 무료입니다. 95%에 이르는 노조 가입률이 그 답일 수도 있겠네요.”(일카)
여기에 바푸는 “엘리트 학교가 없고 모든 학교가 평준화돼 있다”는 점을 핀란드 교육의 장점으로 추가했다.
일카 타이팔레가 보건사회부 차관을 지낸 반면, 아내 바푸는 보건사회부 장관을 역임했다. 부부의 이력 역시 핀란드 남녀평등의 지표로 읽힌다. 이 나라의 양성평등을 떠받쳐온 제도는 ‘40% 성별 할당제’다. 1995년 이래 핀란드의 중앙과 지방 정부에서 간접 선출되는 의사결정기구에 성별 할당제가 적용되고 있다.
1995년 처음으로 여성이 내각의 40%를 넘어섰으며, 1994년에 첫 여성 의장이, 2000년에 첫 여성 대통령이, 2003년에는 첫 여성 총리가 선출됐다.
“국회의원은 직선이므로 할당제에 해당되지 않지만, 현재 여성 의원이 40%가 넘습니다. 장관도 할당제가 아니지만 2003년 이래 항상 내각의 절반 이상이 여성입니다. 정당들은 어차피 여성표를 얻으려면 그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물론 정치 분야의 일이고요, 기업 사장급이랄지 민간 분야에선 아직 미흡합니다.”(일카)
<핀란드 경쟁력 100>을 관통하는 생각은 복지와 경쟁력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 동반자관계라는 것이다. 쉬운 예로, 한 달 반에서 두 달에 이르는 긴 여름휴가와 263일에 이르는 출산·육아휴가, 똑같이 속도 위반을 해도 부유층이 100만유로를 낼 때 가난한 계층은 100유로를 내는 소득에 따른 벌금제 같은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며 핀란드식 ‘평등’이라고 일카 타이팔레는 말했다.
이 부부는 12일 핀란드 대사관저에서 출간기념회를 연 뒤 13일 출국한다.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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