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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소통’ 파는 동네부엌

道雨 2010. 9. 28. 11:52

 

 

 

      ‘믿음과 소통’ 파는 동네부엌
마을이야기 성미산마을 ④
 
 
15년 전,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맺어진 아줌마들의 회합은 자정 즈음 동네 작은 호프집이나 야심한 밤 근처 한강변 산책길에서 이루어지곤 했다. 밤 11시나 돼야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반찬투정을 하는 남편 흉을 보기도 하고, 아직 끈을 놓지 않은 미래에 대한 꿈을 밤새 나누기도 했다.

 

다독이고 안아주고 함께 웃으며 몇년을 함께 보내던 어느 날. ‘아, 누가 국이라도 끓여주면 좋겠다.’

한강변이었던가?

누군가 불쑥 던진 푸념 섞인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나는 나물 무치는 게 너무 힘들어. 장 보기도 힘들고. 사놓고 썩어서 버리는 것도 아깝고…’ ‘반찬가게 음식들은 하루만 지나도 물러버리고, 조미료도 많이 들어가고… 집에서 한 것처럼 누가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반찬가게구상의 시작이었다. 조미료 넣지 말자,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자, 동네 손맛 좋은 분을 찾아 일감도 드리고 하면 서로 좋지 않으냐, 공동출자나 조합형식으로 해보자….

예비운영 1년 뒤에 창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궁리 끝에 가게 이름도 찾았다. ‘동네부엌’. 동네 아줌마들끼리 밤 마실 10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2003년 11월, 경영을 맡은 에이미를 필두로 7인의 출자자 아줌마들(엄지, 바람, 돌고래, 청바지, 오소리, 지구인, 장미)의 세월로 빚어진 공간 ‘동네부엌’의 화덕에 맛있는 반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 처음 함께 조리를 맡아 하신 ‘대장금’은 마을 아이들의 먹을거리 취향을 꿰고 있다. 그의 안전하고 믿음이 가는 먹을거리와 친근한 소통은 동네부엌이 마을 안에서 자리 잡는 데 큰 힘이 됐다.

“그 뭐랄까, 집에서 해먹는 것 같은 맛이에요.”

“아이가 이곳에서 요리수업도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유기농 음식과 친환경 식품에 대해 아이가 직접 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반찬가게를 이용하기 전에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재료의 믿음인데 그 부분걱정이 없으니 더 이상 망설일 일이 없었지요.”

“돈 주고 사먹는 음식임에도 왠지 감사하단 생각이 많이 들어요.” 손님들에게서 듣는 이런 말들은 힘든 가게 운영을 견뎌내게 하는 보람이다.



맞벌이 부부나 가사노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동네부엌은 이제 무공해 유기농 반찬을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을 덜어줌으로써 여성이 사회활동을 맘 놓고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동네부엌은 반찬가게 이상이다. 반찬을 사고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나들이 갈 때 김밥을 준비하거나 동네에서 잔치를 하거나 행사를 할 때 이곳에서 음식을 준비한다.

아이는 적립금으로 간식을 먹고 엄마 아빠의 귀가가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와서 저녁도 먹는다. 말 그대로 ‘동네의 부엌’ 노릇을 하는 것이다.

 

<에이미/성미산마을 주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