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관자와 SSM

道雨 2010. 10. 11. 12:36

 

 

 

 

                  관자와 SSM
» 이재성 기자
 
 
사람들은 관자(관중)를 관포지교의 주인공으로만 기억하고, 그가 인류 최초의 경제학자였다는 사실은 놓치고 있다.
그는 화폐이론과 가격이론, 재정정책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을 보여준다.
 
“토지는 정치의 근본이다. 시장상황은 재화수급의 지표다. 화폐가치는 경제동태의 반영이다. (중략) 재화가 많아 물가가 안정되면 투기적 이익은 사라진다. 투기 이익이 사라지면 국가사업을 조정할 수 있으며, 경제 조정이 정상화하면 백성들의 삶이 절도있게 된다. 국가사업과 재정은 계획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많은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관자> 목민편)

 

노동력을 생산적 산업에 배분하는 것이 국가경제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임을 관자는 통찰하고 있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보다 2500년이나 앞서 같은 지론을 제출한 것이다.

그는 경제와 시장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이론을 바탕으로 약자를 돕는 정책을 펼쳤다. 나라를 튼튼히 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어느날 환공이 북쪽 마을 주민이 가난한 것을 염려하여 관자를 불러 물었다.

“북쪽 마을은 가난하다. 남자는 짚신을 만들고 여자는 실을 뽑고 있으며, 채소를 가꾸어 겨우 입에 풀칠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는가?”

관자가 답했다.

“‘곡물 100종(약 5000ℓ)의 수확이 있는 자는 짚신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1000종의 수확이 있는 집은 채소를 가꾸어서는 안 된다. 고을에서 300보 이내의 사람은 채소를 심어서는 안 된다’는 금령을 내려주십시오.

이렇게 하면 빈 땅을 빈민에게 줄 수 있어서 북쪽 주민은 짚신을 만들어 돈을 벌 수 있고 채소의 이익은 10배가 될 것입니다.”(<관자> 치국편)

 

 

이른바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해결책이 프랑스에만 있는 건 아니다. 동서고금이 증명하는 해법을 외면하면서 중소기업과 서민, 상생을 말하는 건 기만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