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국외 파병은 인도적 지원과 평화 유지 등의 사안이 생길 때 능동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올해 초 아이티 지진 때의 공병부대 파병, 과거 동티모르 독립 때 유엔평화유지군 형식의 파병 등이 그런 범주에 해당한다.
반면 이번 파병은 국제사회에 내놓고 설명할 만한 명분이 취약하다.
정부 설명대로 공사를 따내는 데 군사협력 카드가 보탬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돈벌이에 이롭다고 명분 없이 이 나라 저 나라를 찾아다니는 것은 용병부대나 할 짓이다.
한마디로 이번 파병은 우리 국군의 고유업무와 관계가 없으며 국군한테 그런 임무까지 맡겨도 좋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바도 없다.
이번 파병은 복잡한 중동 정세에 비춰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
당장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아랍에미리트와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이란이 경계할 것이다. 국군이 배치되면 이란 군사력을 가상적으로 설정하게끔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한 제재 참여로 가뜩이나 불편해진 한-이란 외교관계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엊그제 예멘의 한국 송유관 폭파 사건도 예사로이 넘길 일은 아니다.
파병 추진 절차도 문제투성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원전 수주를 발표할 때 원론적 수준에서 군사협력에 합의했다고만 설명했다. 그러다가 어제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국방부와의 당정협의가 끝난 뒤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동맹관계’까지 거론했다.
동맹은 말 그대로 전쟁이 나면 편을 지어 함께 싸우는 고강도의 협력관계다. 그럼에도 정부가 관련된 논의 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행태다.
정부는 파병 기간도 원전 공사가 끝나는 2020년까지로 잡고 있다. 파병 병력의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우려될 수밖에 없는 긴 기간이다.
이번 파병안에서는 당장 경제적 성과를 올릴 수 있다면 다른 가치들은 모두 희생해도 좋다는 속된 발상이 묻어난다. 이를 ‘엠비식 비즈니스 지상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해서는 국익을 지켜나가기 어렵다.
정부는 그릇된 방침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
눈앞의 이익만 좇는 ‘용병식 파병’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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