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득분배에서 최상위 10%의 소득 몫은 보통 35% 정도인데, 이 값이 50%로 빈부격차가 최악의 상태에 도달한 것이 1920년대 말과 2008년이다. 두 차례 다 공화당 정권의 부자 감세와 친기업 정책이 원인이다.
빈부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뒤 경제공황이 닥친 것도 두 시기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국민의 가차없는 심판을 받고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은 것도 공통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말 종료되는 부시의 감세를 중산층 이하만 연장할 계획인 반면, 공화당은 부유층까지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연간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 45명이 자신들에 대한 감세 연장을 반대하고 나서 이목을 끈다. 부자 감세는 재정 적자뿐 아니라 다른 납세자들의 부담을 늘린다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소득세, 법인세 등 부자 감세를 철회하느냐 마느냐로 시끄럽다.
한국은 안 그래도 직접세 세수 비중이 낮은 게 문제인데, 부자 감세로 인해 직접세 세수가 더 줄어들었다. 부자 감세로 인해 세수가 5년간 100조원 줄어들고, 국가부채가 2년 만에 100조원 증가해서 국가부채를 크게 줄이겠다던 한나라당 대선 공약이 부끄럽게 되었다.
한국의 법인세는 국제적으로 높은 편이 아니고 다국적기업이 투자를 고려할 때 각국이 부과하는 법인세는 그리 중요한 요인이 아니므로 법인세 인하로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효과는 별로 없다. 결국 법인세 감세 덕분에 국내 대기업들만 큰 이익을 보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죽을 지경이다.
한나라당이 감세 논쟁을 벌이는 배경은 최근 정계에서 유행하는 복지국가에 있다. 과거 복지라 하면 기를 쓰고 반대하던 한나라당조차 입으로는 복지국가를 운위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복지국가를 말하면서 돌아서서 부자 감세와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진정 복지국가를 원한다면 부자 감세와 4대강 사업부터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무력화시키는 바람에 연 2조원씩 세수가 줄어든 종합부동산세는 소득세, 법인세보다 훨씬 우수한 세금이므로 우선적으로 부활시켜야 한다.
바야흐로 한, 미 두 나라에 부자 감세 논쟁이 뜨거운데 부자 감세는 경제를 망친다는 사실이 이미 미국 역사에서 두 차례나 증명되었으므로 철회가 옳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
‘재정 강화를 지지하는 애국적 백만장자들’이라는 단체는 20일 자신들의 누리집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합당한 몫을 담당하고 싶다”며 “우리에 대한 감세는 정부 재정적자와 부채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가는 공정하고 책임있는 방식으로 재정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며 “100만달러 이상 소득에 대한 감세 조처를 끝내는 게 그런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금을 올려달라는 성명에는 유명한 헤지펀드 투자가 마이클 스타인하트와 벤앤드제리 아이스크림 창업자 벤 코언 등이 서명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지난달 “내 사무실의 전화 받는 직원과 청소부들의 세율이 나보다 높다”며 ‘부자 증세’를 주장한 바 있다.
15일 개회한 미국 의회에서는 중간선거에서도 쟁점이 됐던 ‘부자 감세’ 연장을 둘러싼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때 취해진 전 계층 감세 조처가 올해 만료됨에 따라 민주당은 연소득 25만달러(약 2억8300만원) 이하 가구에 대한 감세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고소득자 감세도 연장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
부자감세 논쟁
미국 부자들 “증세” 자청
백만장자 45명 성명 발표
‘부자감세’ 연장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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