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이일대로(以逸待勞)

道雨 2010. 12. 11. 12:43

 

 

 

               이일대로(以逸待勞)
» 백승종 역사학자

 

 

중국 정사 <삼국지>에 법정(法正)이란 책사가 나온다.

그는 제갈량과 더불어 유비의 최측근 참모였다. 본래 유장의 부하였던 그는 유비의 인물됨에 반해 주인을 바꿨다.

익주성을 함락시키는 데 기여했고, 전략적 요충지 한중(漢中)을 차지하는 데도 크게 한몫했다. 덕분에 유비는 한중왕이 되었다.

법정 역시 상서령이란 높은 벼슬을 했으나 명이 길지 않아 역사의 무대에서 일찍 사라졌다.

 

소설 <삼국지연의>는 나중까지 활약한 제갈량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도 정군산에서 법정이 구사한 “이일대로”(以逸待勞)의 전략만은 빼놓지 않았다.

 

맹장 황충과 함께 그가 정군산에서 하후연을 무찌를 때의 일이었다. 적진 가까이 이르자 법정은 곳곳에 막사를 지어 놓고 군사를 편히 쉬게 했다. 실제 전투가 벌어지자 법정은 적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피로하게 한 다음 쳐서 이겼다. 황충의 매서운 칼날에 조조의 부하 하후연은 목이 날아갔다.

 

이 전략은 이미 <손자병법>에도 언급되었다. 전장에 나가 미리 적을 기다리고 있으면 싸우기 쉬우나, 뒤늦게 전쟁터로 나가 허둥지둥 적을 맞아 격전을 벌이게 되면 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배불리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군대가 급히 멀리서 오느라 배고프고 지친 적병과 싸워 질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안 한다, 안 한다” 하더니 결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마무리되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기가 무섭게 연평도 사건이 터졌다. 이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이 위풍당당하게 서해 바다로 들어왔다.

세상공짜는 없는 법, 그때 알 만한 사람은 다 이 사태의 결말을 점쳤다.

 

엊그제 국회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런 결과가 나와서 죄송하다며, 재협상은 그간의 상황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변명까지 했다.

 

미국에는 법정의 화신이 있어 우리를 끌고 다녔나.

 

<백승종 역사학자 >

 

 

 

 

*** 이일대로(以逸待勞)

아군을 편안하게 휴식시키면서 피곤한 적을 기다린다는 뜻.

여유있게 휴식하면서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해놓으면, 준비없이 급히 서두르며 지친 상대방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