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국민을 조롱하는 건가, 아니면 위협하는가

道雨 2010. 12. 11. 12:52

 

 

 

* 2010. 12. 11  한겨레 사설

 

 

   국민을 조롱하는 건가, 아니면 위협하는가
한겨레

 

 

여당의 오만함과 뻔뻔함이 도를 넘었다.

내년도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 대한 일말의 자괴감이나 부끄러운 표정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다. 낯뜨거운 자화자찬에, 적반하장식 책임 떠넘기기, 하늘을 찌르는 기고만장함이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일방독주식 국정운영의 고삐를 더욱 죄려는 조짐도 뚜렷하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은 날치기 통과 다음날 곧바로 ‘객토론’ ‘국가개조론’ 등을 들먹이며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천연덕스럽게 ‘선진정치’니 ‘정치개혁’이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부터 놀랍다. 개헌 협상이야말로 여야 간에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더욱이 이번 예산안 날치기 통과의 총감독은 청와대였다. 그런데도 여권 수뇌부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자는 따위의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국민을 우롱하고 정치를 희화화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한술 더 떠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국회 선진화’ 법안들을 재정비해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해 7월 언론관련법 날치기 통과 이후 한나라당이 추진한 국회 선진화 법안 중 상당수는 ‘다수당 일방독주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 회의장 출입을 막으면 징역형에 처하고(국회 질서유지법), 국회 안에서 발생하는 형법상의 주요 범죄에 대해서는 형법보다 1.5배 가중처벌한다(국회 폭력방지법)는 따위가 바로 그런 예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소수당은 변변히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다수당의 횡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지금 여당이 하는 모양새를 보면 이런 법률들마저 모두 날치기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미 의회정치니, 민주주의니, 대화와 타협이니 하는 단어들을 모두 내팽개쳐버린 상태다. 어차피 정상궤도에서 이탈했으니 더욱 ‘막가파’로 흐르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여세를 몰아 ‘문제 법률’들을 모조리 상임위 등의 정상적 처리 절차를 건너뛰고 강행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굴욕적 재협상을 거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도 마찬가지다.

외국에 군대를 파견하는 중차대한 일마저 사상 유례없이 날치기 통과시킨 게 바로 한나라당이다.

 

이미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야당은 물론 국민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