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가 맞는가?

道雨 2010. 12. 22. 10:37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가 맞는가?

 

 

 

* 오래 전(약 25년 전)에 기흉으로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는 직업군인 출신의 50대 중반인 A씨는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하고, 음주 횟수도 적은 편(월 1-2회 정도)이며,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예전에는 조기회 등에서 축구를 했지만 5-6년 전에 축구하다가 무릎을 크게 다친 후로는 축구는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주 3-4회 정도 탁구장에 다니면서 탁구를 하고 있다.

 

비록 육체적으로 강건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건강관리에 힘써 평소에 병원 출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연말이라 송년회 등 각종 모임에 연이어 참석하고 술을 자주 마시면서 무리가 되는 듯이 여겨지더니만, 최근의 모임에서 약간 춥다고 여겨지는 장소에서 식사를 하고는 2차로 탁구를 치고, 3차로 노래방(물론 음주도 포함된)까지 다녀온 다음날, 급기야는 몸살이 나버렸다.

 

머리가 많이 아프고 열이 약간 나면서 춥고, 어깨도 통증을 느꼈다. 속이 더부룩하고 트림이 날 듯하면서도 잘 나지 않는 것이 소화기능도 떨어진 듯 하였다.

마침 사돈의 딸 결혼식 때문에 서울까지 전세버스로 다녀오고 나니, 피곤한 탓이지 입술까지 부르트고 말았다.

 

초기의 감기 몸살이므로 구미강활탕이란 한방보험약(엑스제)을 하루 분(3회) 먹으면서 소화제는 두 번만 먹고, 잠을 푹 자고 나니(잠을 잘 때 평소보다 난방을 올려서 땀을 약간 흘리며 잤다) 다행히 몸살 기운은 사라지고 소화기능도 돌아왔다.

아직 입술 부르튼 것이 조금 남아있지만 말라가고(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더 이상 감기약은 먹지않고, 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보약(한약)을 먹고 있다.

 

A씨가 이러한 감기몸살에 걸린 것은 약 2년 만에 처음이며, 입술이 부르틀 지경까지 된 것은 몇 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 서양의학에서는 흔히 말하길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라고 한다.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도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바이러스만이 원인이라고 한다면, 그날 나와 함께 회식을 했던 5명이 모두 감기몸살에 걸렸어야 할 것 아닌가?

또 나와 함께 서울까지 왕복하며 버스에서 함께 보낸 30여 명의 사람들이 모두 감기 걸렸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한의사인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번 감기몸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연일 이어진 송년회와 결혼, 기타 모임 등의 음주와 수면 부족 등으로 면역기능이 저하된 탓이 크다. 기본적으로도 술에 약한 체질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최근의 모임에서 추위에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식당과 3차 자리(노래방)에서 약간 춥다고 느껴졌는데도 겉옷을 벗고 티셔츠 채로 있었던 것이다.

추위에 노출되면 면역기능이 저하되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두고 풍한(風寒)에 의해 위기(衛氣)가 손상을 입어서 방어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衛氣가 약해진 틈을 타고 邪氣(이번의 경우에는 風寒邪 : 이것이 바이러스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가 침입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바이러스(내 몸 안에 있었든지, 아니면 새로 접촉되었든지 간에)가 내 몸에서 활성화되어 감기몸살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된다.

 

 

 

*** 위의 사례로 볼 때, A씨의 경우 감기몸살의 원인을 바이러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친 음주, 수면부족, 추위에 노출 등으로 면역기능이 저하되고, 방어능력이 떨어진 상태 하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상적으로 관리가 된 상태(면역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서양의학적으로 볼 때, 흔히 감기에는 치료약이 없다고들 말한다.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라고 하면서도 그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개발되지 못한 탓이다. 그러면서 대증치료(증상에 대한 치료)를 한다. 그러면서 감기가 낫게 되기를 바라며, 또 실제 낫기도 한다.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지 않았는데도 감기가 낫는 것이다.

 

A씨의 감기몸살 치료약으로 쓴 구미강활탕(한방보험약인 엑스제)도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아니다. 그러나 감기가 치료되었다.

 

이러한데도 감기의 원인을 바이러스 만으로 한정한다고 하면 이는 올바른 인식이라고 하기 곤란하다.

 

다시 얘기하지만,

감기의 원인을 바이러스라고 하는 것은,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떠한 질병에 있어서 병원균(바이러스 포함)이 문제가 되는 경우라고 해도, 그 병원균의 존재가 발병의 모든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기의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면역기능의 유지와 방어능력의 발휘에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의 생활이 중요하다.

식생활 및 음주관리, 적절한 운동, 위생적이고 쾌적한 환경관리, 스트레스 관리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코넬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내과의사인 에릭 카셀의 말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결핵균을 결핵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소박한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