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을 열섬이나 버리고도 방에 붙지 못하는 놈'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렇기에 엿은 뇌가 바로 사용하는 당을 공급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다.”
옛말에 머리가 우둔한 사람을 두고 ‘엿을 열섬이나 버리고도 방에 붙지 못하는 놈’이라고 비웃었다.
요즈음도 입시 때면 어김없이 엿을 선물하고 있다. 최근에는 엿 대신 쵸콜릿을 선물하는 것이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잡고 있긴 하다.
이런 풍속 뒤에는 과학적인 해석이 명쾌하게 이어진다.
뇌는 확실히 엄청난 포도당을 사용하는 소비적인 기관이다. 인간의 뇌의 무게는 몸무게의 2%에 지나지 않지만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은 20%에 육박하며 이것은 근육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뇌가 활동하는데 있어서 포도당은 한 순간도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대부분의 신체 에너지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지만,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공복이 되면 사고력이 흐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엿은 속담의 지적처럼 뇌가 바로 사용하는 당을 공급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다.
한의학은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시험 때 엿의 효능을 설명한다.
“술과 엿은 누룩과 엿기름으로 만드는데 이 둘은 모두 보리로 만든다.
누룩은 먼저 가루로 만든 다음 뚜껑을 덮어 만들므로 생기를 꺾어 오랫동안 가두었다 발효한다. 오랫동안 갇혀 있었으므로 성질이 더욱 미쳐 날뛴다.
엿은 싹을 틔워 기가 풀려 나온 것을 가루로 만들므로 기가 순조로우며 이완되어 성질이 느리고 완만하다. 엿은 화를 진정시켜 물을 만든다.”[본경소증]
시험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뇌의 영양분 부족이 아니라 지나친 긴장과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위장을 확실히 압박한다. 위장을 지배하는 것은 자율신경이다. 긴장으로 인해 자율신경의 조화가 깨지면 자율신경은 지나치게 위를 수축시키거나 위벽세포의 모세혈관을 수축한다. 위벽의 혈액 흐름이 나빠지고 위벽을 지켜주는 점액의 분비량이 줄어든다. 위 내부에 산도가 높아져 위벽이 산의 침범을 받는다. 이럴 때 나타나는 증상이 배가 딱딱해지며 복통이 생기면서 밥맛을 잃는다.
고3병을 앓는 대부분의 환자도 지나친 긴장으로 속이 답답해지거나 배가 아프며 막히는 것 같다는 호소가 가장 많다. 심지어는 우황청심환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시험날 가장 당황하는 것은 배가 아파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다.
과긴장이 유발하는 복통이다. 이것을 이급(裏急)이라고 하며 속이 급하게 고통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엿의 효능 중 가장 구체적인 증상의 목표가 된다.
중약대사전은 이렇게 기록한다. 엿성분은 ‘비위의 기를 완화시키고 원기를 회복하며 진액을 생성하고 속을 촉촉하게 한다’라고 약효를 설명한다.
엿 성분이 가장 많이 든 처방은 소건중탕이라는 처방이다. 치료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빈혈이 있어 쉽게 피로하며 뱃가죽이 얇고 복직근이 당긴다. 복통을 호소하며 손발이 화끈거리고 목이 건조하다.”
적응증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의 체질 개선약으로 폭넓게 사용되어 ‘키디’라는 상품명으로 대중화되었다.
엿의 원료로는 찹쌀, 멥쌀, 좁쌀, 황정, 백출 등의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약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찹쌀을 최고로 치며 다음으로 좁쌀을 사용한다.
한약으로 사용하는 엿은 이(飴)라고 하며 맑고 형태가 유연한 것이고, 끈적끈적한 것은 당( )으로 주석과 같이 무르면서 딱딱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조금 더 딱딱하면서 탁한 것은 포( )라 한다.
엿의 종류는 많다. 특히 유명한 것은 울릉도의 명물 호박엿과 개성과 광주의 밤엿이다. 호박엿의 정설은 후박엿이다. 후박은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기능을 돕는 후박나무의 껍질을 사용하여 만들었는데 호박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울릉도에 자생하는 후박의 의미와 엿의 효능을 더하면 진짜 위장을 치료하는 좋은 식료 먹거리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몸에 가장 좋은 엿은 무엇이었을까.
무술관이라는 엿이다. 노란 수캐를 삶아 그 고기 국물을 엿에 넣으면 보신에 가장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술주와 더불어 소개되어 있다. 엿의 폭넓은 의미를 안다면 수험생을 위한 선택은 분명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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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산한의원 이상곤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