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국정원장 해임하고 조직 전면 쇄신해야

道雨 2011. 2. 22. 17:51

 

 

 국정원 사건, ‘국익’ 앞세워 얼버무릴 생각 말라
한겨레 2011. 2. 23  사설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놓고 곳곳에서 ‘국익론’이 난무한다.

 

국정원이 이런 무모한 짓을 저지른 것도 국익을 위해서요, 이번 사건이 국정원 직원들의 소행임을 밝히는 것도 국익에 위배되며,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이다.

어제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이런 일이 자꾸 신문에 크게 나는 게 과연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언론의 보도 자제 요청까지 했다.

그 논리도 해괴하거니와, 국익을 망쳐놓은 사람들 입에서 국익 옹호론이 나오는 것은 역겹기 짝이 없다.

 

국정원이 이번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부터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미 이 사건은 ‘세계 스파이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으로 세계 만방에 조롱거리가 된 상태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자기 나라 안방에서 외국 특사단의 짐을 뒤지다 발각된 것부터가 유례가 없다.

이미 ‘유례없는 일’을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 정보기관의 활동을 밝히는 것이 전례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정원장의 거취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쪽은 “지금 원세훈 국정원장을 바꾸면 국정원의 소행임을 공식 시인하는 셈”이라며 난색을 나타낸다. 그렇지만 원 원장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체면이 유지된다고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국정원장 유임론 뒤에는 국익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국정원의 조직이기주의, 자리를 보전하려는 관계자들의 욕심, 아마추어 국정원장을 임명한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호도하려는 의도 등이 숨어 있다.

 

경찰의 국익 타령은 더욱 가관이다.

경찰은 “국정원과 접촉이 없었다” “처벌해도 실익이 없다”는 따위의 어이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는 노력이 모두 ‘국익을 위해서’라는 고상한 목적으로 포장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에 국정원에 밉보였다가 나중에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도 국익으로 교묘히 포장된 조직이기주의가 숨쉬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오도된 국익’이 얼마나 치명적으로 국익을 해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좋은 예다.

정부가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려면 우선 엉터리 국익론부터 걷어치워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국익과 국격을 조금이라도 지키는 길이다.


 

 

 

 

 

 

 

   국정원장 해임하고 조직 전면 쇄신해야
한겨레 2011. 2. 22 사설

 

국가
정보원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의 숙소에 잠입해 노트북 컴퓨터를 뒤지다 발각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직 ‘의혹’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국정원 소행이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국익을 위해서라지만 이런 식의 파렴치한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른 국정원의 만용이 한심하다. 어설프게 설치다 꼬리까지 밟혔으니 참으로 부도덕과 무능의 극치다. 국제사회에 얼굴을 들 수 없는 창피하고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이 잘못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다 발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의 인권 실태 조사차 방한한 프랑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일행을 미행하다 들통이 났고, 리비아에서도 국정원 관계자가 스파이 혐의로 추방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성과만을 앞세우는 이명박 정부의 실적지상주의, 국정원의 맹목적인 충성심과 공명심,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해도 눈감아주는 권력 핵심부의 빗나간 국정원 감싸기가 빚은 필연적인 결과다.

 

더 놀라운 것은 사건의 발생뿐 아니라 처리까지도 국익을 앞세워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다.

범인 격인 국정원은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머물던 호텔의 폐쇄회로텔레비전 녹화자료를 비롯해 사건자료 일체를 가져갔다고 한다.

게다가 조현오 경찰청장은 “처벌해도 실익이 없지 않은가”라는 말까지 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이번 일은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도, 넘어가서도 안 되는 사건이다.

‘인도네시아 쪽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난리를 피우느냐’는 식의 어설픈 국익론은 더욱 국익을 해칠 뿐이다.

이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 쪽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 대가를 지급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리비아 사태 때도 우리나라가 막대한 경제적 반대급부를 주고 해결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잘못은 국정원이 저지르고 뒷수습은 은밀하게 국민의 혈세로 처리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게다가 사건의 진상을 은근슬쩍 덮으려 한다면 우리나라 전체가 도맷금으로 국제사회에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국익에 치명적이다.

지금 국정원에 설설 기는 경찰의 한심한 모습을 봐서는 제대로 된 수사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별수사팀을 만들어서라도 사건 전모를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들을 모두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계속 문제를 일으켜온 원세훈 국정원장 체제를 감싸고 돈 이명박 대통령에게 원천적 책임이 있다. 빠른 시일 안에 원 원장을 해임하고, 땅에 떨어진 국정원의 도덕성과 업무 기강, 조직 기풍을 바로잡길 바란다.


 

 

 

 

        국격이 살처분당했다

 

 

 

최근 무기 쇼핑에 나선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숙소를 국정원 요원들이 '빈집털이'하려다가 딱 걸려 국내외적으로 비웃음을 사고 있다.
 
각국이 국익을 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는 외교판에서 선의가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은 작년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문건 공개로 여실히 드러났기에 우리 정부의 정보수집활동 자체의 적절성을 따지거나 행동 자체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작전의 어설픔과 조악함, 그리고 사후의 뻔뻔함에는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회자하면서 안주거리로 씹는 부분은 슬랩스틱 코미디보다 우스운 '작전의 허술함'이다.


철부지 꼬마들이 동네 구멍가게에서 과자를 슬쩍 할때도 혹시 모를 일을 위해 망을 보는데, 거국적인 임무에 투입된 우리의 요원 3명은 모두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는 신병훈련소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는 '사주경계'에 조금만 신경썼어도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초보적 실수로, 국정원의 수장이 '병역을 필하지 않은 인사'라는 점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일을 놓고 국정원을 '흥신소'에 비유하는 언론들이 상당히 많은데, 무한경쟁 사회에서 이렇게 어수룩하게 일하는 흥신소가 있다면 당장 망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관계자에게 현장이 발각된 후의 조치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가 본 첩보물의 요원들은 이런 상황에서 현장 강행돌파는 기본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요인을 납치, 살해하기까지 한다.(물론 거국적 쇼핑을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귀한 손님을 납치/살해해서는 안된다. 어디까지나 말이 그렇다는 거다.)

허나 우리의 국정원 요원들은 머슥한 태도로 노트북을 곱게 돌려주고 '방을 잘못 찾아왔다'고 얼버부려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절대 신원이 알려져서는 안되는 요원의 지문이 찍힌 노트북과 외국 요인들이 묵는 숙소 인근에 한국 정보기관의 안가가 차려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정보까지 국제사회에 그대로 노출됐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번 임무에 투입된 요원들은 필시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분류되어 대외활동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고, 추후 한국이 참여하는 공개입찰에서 각국의 보안이 극도로 강화되어 결국 이명박이 그토록 입에 달고 다니는 '국익'을 위한 정보수집이 매우 어려워지리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번 참사로 작게는 정예(?)요원 3명을 양성하기 위해 국민들이 바친 거액의 세금이 낭비됐고,
크게는 '최소한의 선의의 외교'조차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추후 우리가 벌여야 하는 국제적인 협상에서 알게모르게 큰 불이익을 당할 것이다.
(또한 투숙객의 프라이버시 보장을 개떡 정도로 안 롯데호텔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해 각국의 VIP들이 기피하는 시설로 전락할 것이다.)
 
특히 외교판에서 우리나라를 응대할 국가들의 감시와 견제는 불보듯 뻔하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각국의 사절단은 우리나라가 제공한 의전을 거부하고 자국의 사설경비원을 대동하고 올지 모를 일이다.
 
이 모습을 보다못한 과거 정보기관 요원들이 '내가 외국에서 정보수집할 때...'라며 음지에 묻혀있어야 할 비밀을 무용담마냥 늘어놓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물론
이것 또한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나서기 좋아하는 이명박 탓이다. 과거 요원들의 철없는 자기자랑은 우리의 외교적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상대국의 외교장벽만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을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 해도
'임기내 업적쌓기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명박의 무리한 T-50 세일즈가 빚어낸 외교참사' 외에는 다른 설명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많은 국민이 이번 일로 이명박이 말하는 국익이 얼마나 경박하고 허망한 것인지 깨달았으면 한다.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T-50 몇대 팔아서는 절대 만회할 수 없는 정말 큰 무언가를 며칠 사이에 이미 잃어버렸다.
 


이 사건의 정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다음 글을 읽어보시라.
 
"옷사러 백화점 가서 옷을 입고 잘 맞나 거울을 보고 있는데, 점원이 탈의실에 몰래 들어가 손님의 소지품을 뒤지다가 딱 걸렸다. "
 
이명박은 스스로가 CEO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는데, 자신을 '백화점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일을 처리하기 바란다.
백화점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관련자들에 대한 퇴사조치와 형사고발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있을 것이다.
 
국격과 국익에 모두 심각한 손상을 입힌 원세훈이 등떠밀려 사의를 표명한다고 이번 일이 덮어질까?
내 물건에 손을 댄 파렴치한 점원이 사표를 쓰고 나간다고 용서할 수 있는가?
 
이명박은 원세훈의 사표를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의 손으로 해임하라.
그리고 검찰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는 '원세훈부터 3명의 요원에 이르는 국정원 직속라인'과 롯데호텔 보안책임자, 남대문 경찰서장을 즉시 구속수사하라.

 
이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 시대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해 처절하게 파탄난 MB외교, 아니 앞으로 대한민국 외교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한토마'에서 옮김>

 

 

 

 

신경민, "국정원 절도단의 저질쇼"

 

언론계인사·정치권 성토 봇물 "국정원장 퇴진·국정원 바로세워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국가정보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이 들통난 것을 두고 현직 방송계 인사와 정치권에서 원색적인 개탄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 신경민 MBC 논설위원은 22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국정원 침입사태에 대해 "국정원 건을 살피면 모든 조직에 나타나는 필연을 본다"며 "깜 안되는 지휘자가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조직이 정치화의 길로 들어"선다고 지적했다.

신 전 앵커는 "의무와 일은 저질로 가고 해바라기 인물은 전면에, 좋은 사람은 골방에 머문다"며 "국정원, 구제역 행정, 검찰, MBC 등 똑같다"고 비판했다.





원세훈 국정원장 @연합뉴스

신 전 앵커는 이날 자정 무렵에도 이번 국정원 침입사건을 두고 "국정원 건은 저질쑈를 보는 듯(하다)"며 "물론 우리 대표단, 특히 협상단이 워싱턴에 가도 무척 조심한다. 그러나 이건 완전히 저질 절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보부의 이런 행태는 정치수준과 관련이 있고 부서 자질수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영서 MBC 기자도 21일 < 뉴스데스크 > 심층취재 리포트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정보 요원들에 대한 여러 상상을 해온 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매우 당혹스럽다"며 "국정원 요원 3명이 한꺼번에 호텔 방에 몰래 들어갔다가, 방주인에게 들킨 것도 그렇고 머쓱해진 채 노트북 하나를 챙겨 나오다 들통 나 돌려준 것도, 비밀 임무라기보다 어설픈 절도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임 기자는 "안기부, 더 올라가 중앙정보부. 국정원의 전신은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며 권력보위의 상징이었지만 과연 국익을 위한 정보를 그만큼 끌어왔는지는 줄곧 의문이었다"며 "최첨단 정보전쟁에서 요구하는 치밀한 능력에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국정원에 대해 "정보수집이란 본연의 임무에 서툰 속살을 내보이며, 불신과 냉소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일로 외교가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될 뿐 아니라 원세훈 국정원장의 거취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국번없이 111'이 간첩신고라는 점을 들어 "국정원은 누구에게 신고해야 하나요"라며 "민간인사찰, 해외추방, 산업스파이, 3대국제망신의 주범 원세훈 국정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하며, 국정조사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대대표는 22일 원내대표연설에서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국민을 위한 국정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최고의 정보기관이어야 할 국정원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난입 사건에 대해 "국민을 황당하게 하고 있다"며 "국정원의 이런 행태는 예고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아 군사정보 수집으로 추방, UN특별보고관 미행 등으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해 왔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국정원이 '흥신소만도 못하다' '걱정원이 됐다'는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은 폐쇄적인 인사구조와 성과지상주의 때문"이라며 "국민을 위한 국정원으로 되돌리기 위해 원세훈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하고 국정원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