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이 통과되면 사학재단이 아무리 횡포를 부려도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정부 지원금은 사학재단의 사금고를 살찌우는 눈먼돈이 될 뿐이다. 사학 운영자는 재단전입금은 쥐꼬리만큼 내면서도 혜택은 무한정 누릴 수 있다.
이쯤 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막장의 종결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들어 공금 횡령, 부정입학, 불법 찬조금 등의 사학 비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머니는 이사장, 아버지는 교장, 딸은 교감, 사위는 기획실장, 아들은 교사 식의 ‘그들만의 왕국’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사학 비리와 족벌재단의 폐해를 막기 위해 현행 법규정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사학이 마음놓고 탈선을 저지를 멍석을 깔아주자는 것이 개정안의 요체다.
관심의 초점은 한나라당이 이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지다.
사학법인들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강력한 지지세력인데다, 당내에 사학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는 “사학법 재개정이 18대 총선 공약이므로 이번 기회에 손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회의적인 기류도 적지 않다. 자기네 눈으로 봐도 개정안이 너무나 상식 이하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최소한의 이성이라도 갖추고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부의 태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개정안에 대해 “어떤 견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사학의 주무부처로서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학자 시절 우리나라의 사립대학 구조를 “설립자 혹은 후계자 중심의 독점적 지배구조”라고 진단하고 대학평의회와 공익이사제 도입 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중요한 법안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2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보면,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때 도입된 개방형 이사제를 폐지하도록 했다.
개방형 이사제는 사학의 투명성과 민주적 운영을 위해 사립학교 이사의 4분의 1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한 인사로 임명하는 제도다. 이 개정안은 조 의원과 원희룡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의원 20명과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 강용석 무소속 의원 등 22명이 발의했다.
개정안은 또 교수와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해 대학 운영과 관련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대학평의원회 설치 규정도 폐지했다.
임원 임명과 관련해서도, ‘족벌 운영’을 막기 위해 친족관계의 이사가 전체 이사의 4분의 1을 넘을 수 없도록 한 현행 규정을 바꿔 제한을 없앴다.
개정안은 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구분해 운영하도록 규정한 현행법과 달리 두 회계를 통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학교회계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주된 수입원인데, 두 회계를 통합하면 등록금을 토지·건물·주식 등에 투자하거나 등록금으로 법인 임원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사학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개방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 폐지는 공공성을 말살하고 현행법을 완전 무력화하는 구시대 회귀법이며, 사학 비리를 막는 최소한의 규제장치조차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처음 사학이 생길 때부터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를 분리한 것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사학 운영자 개인의 자산 운용 용도로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며 “두 회계가 통합되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펴낸 ‘2009년 사립학교 감사 백서’를 보면, 2007년부터 3년 동안 각종 비리 혐의로 감사를 받은 대학은 40곳이며, 학교재산을 유용하거나 부당하게 회계처리한 액수도 406억원에 이르렀다.
또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교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사립대 138곳 중 65.2%에 이르는 90곳이 ‘족벌 세습운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 교과위 한나라당 간사인 서상기 의원은 “일단 3월 임시국회에서는 사학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한 법 개정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개방형 이사제 폐지, 친족관계 이사 비율 제한 폐지 등은 좀더 논의가 필요한데다 야당의 반발도 강해 당론으로까지 채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성연철 기자 frog@hani.co.kr >
한나라당 사학법 개정안은 ‘부패사학 진흥법’
2011. 2. 28 사설
재단비리 들끓는데…최소한의 규제도 폐지 추진, 여당 의원들의 ‘사학법 개악’
- 조전혁·원희룡 등 법안 발의
- 개방형이사·평의원회 없애
- 야당·시민단체 강력 반발
» 한나라당 사립학교법 개정안 주요 내용
'시사,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비아의 민주주의와 석유 (0) | 2011.02.28 |
---|---|
중동 혁명의 본질 (0) | 2011.02.28 |
‘사상과 표현의 자유’ 없다면 자유민주주의일 수 없다 (0) | 2011.02.25 |
법을 이용한 고문 (0) | 2011.02.25 |
성자(聖者)와 빨갱이 (0) | 2011.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