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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道雨 2011. 3. 29. 17:05

 

 

 

      추운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 부산연극제 참가작품 '연장전에 들어갑니다'를 보고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지금의 우리 시대에도 춥고 배고픈 사람들은 많이 있다.

요즘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그렇고, 거리의 노숙자들이 그렇고, 고공에서 농성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최고은 작가와 같은 사람들도 있다.

그 외에도 많이 있을 것인데, 그 중에는 대다수의 문화예술인들도 포함될 것이다.

 

 

극단 배우창고의 '연장전에 들어갑니다'가 바로 그러한 추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철거되기 직전의 동대문 야구장 인근에 살던 한 가족의 이야기인데, 야구를 좋아하며 아들이 야구선수로 대성하기를 기대하는 부산 출신의 아버지와 술과 야구밖에 모르는 남편을 보살피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는 어머니, 그리고 가수가 꿈인 딸과 고등학교 야구선수인 아들의 이야기이다.

 

가족 각자 모두가 힘들게 꾸려가는 생활 속에서, 갖가지 위기를 겪으면서도, 끝내 따뜻한 가족애와 희망을 찾아가는 흐뭇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1회초 안타, 5회말 실책, 9회말 홈런 등으로 표현한 상황도 재미있고, 안타나 홈런 등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어도 연장전에 들어가서는 나름대로 행복된 삶이 펼쳐질 것으로 생각되니, 결국에는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 믿어진다. 

 

추운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지만, 연극을 보는 관객인 우리도 몹시 추웠다.

春來不似春이라고 했던가

3월 하순인데도 날씨가 매우 추웠던 탓에 소극장인데도 너무 추웠다. 그리고 빈 자리가 너무 많았다.

문화예술인 뿐만 아니라 문화회관을 운영하는 주체도 너무 추운가 보다.

우리들도 비록 몸은 덜덜 떨었지만, 연극의 내용과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너무 좋았기에 마음만은 따뜻하게 하고 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