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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사회 속에서의 불안과 좌절, 그리고 희망의 실타래

道雨 2011. 6. 15. 19:03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의 불안과 좌절, 그리고 희망의 실타래

                - 퇴임하는 선배를 위한 헌정 연극 : 'no where(지금 여기)'를 보고

 

 

 

어제(2011. 6. 14) 저녁, 유상 원장 가족과 함께 두 가족(네 사람)이 대연동에 있는 부산문화회관으로 연극을 보러 갔다. 부산시립극단의 정기공연이다.

 

팜플렛을 보니 연극 'no where'에 대한 소개와 함께, 부산시립극단 소속 상임배우인 박찬영이란 배우의 정년퇴임에 관한 사항이 아울러 포함되어 있었다.

 

정년퇴임.

이  단어가 주는 느낌이 이젠 남의 일 같지 않다. 내 주변에서도 자주 보이는 까닭이다.    

박찬영 배우의 나이를 보니, 우리 나이로 올해 59세.  

나보다 불과 몇 살 위일 뿐인데, 정년 퇴임이라니...

하긴 내  군대 동기들도 벌써 정년으로 퇴직한 사람도 많고, 또 퇴직이 임박한 동기들도 있으니, 이제는 정년 퇴직 후의 생활(재취업, 창업, 여가생활 등)이 우리의 주요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다만 나는 내 건강만 허락된다면, 정년이 없는 전문직 자영업자이니 다행(?)이라는 마음과, 공연히 미안한 마음도 한켠에 자리잡는다.

 

 

 

연극은 주인공(실제 부산시립극단의 정년 퇴임을 앞둔 박찬영 배우)이 직장에서 퇴직하기 직전, 로또 당첨으로 100억 원이 넘는 돈을 갖게 되었다는 것에서 시작되며, 이 돈에 욕심을 내는 직장 동료들의 유혹과 멸시, 그리고 퇴직하여 집에서 쉬고 있는 자신에 대한 가족들의 홀대 등, 현실에서 있을 만한(아니 실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가족들은 외국으로 떠나고, 주인공은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면서, 술에 절어 부조리한 세상을 욕하며 폐인처럼 살아간다.

 

뒷부분에서는 황금만능주의에 젖은 쓰레기 같은 세상 속에서도, 자신과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보내준 희망적인 멧세지(편지들)를 들려주며, 한 사람씩 작별인사를 한다.

 

그 작별인사는 극 속에서의 작별인사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시립극단을 떠나는 선배에 대한 후배들의 작별인사이기도 하여 가슴 뭉클해졌다.

 

그런 점에서 'no where'는 정년 퇴임하여 극단을 떠나게 된 선배 배우에 대한 헌정 연극이 되었다.

 

주인공의 세상과 자기를 향한 독백을 끝으로 연극은 막을 내리는데, 이 부조리한 세상을 고쳐줄 것은 오직 사랑, 특히 가족들 간의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움직임이 크고, 퍼포먼스적 행동이 많아 2시간 이상의 긴 연극(중간에 10분간 휴식함)인데도 전혀 지루함이 없이 웃음과 눈물을 자애내는 등, 큰 감동을 느꼈다.

 

참 잘된 연극이라고 생각된다.

 

 

 

* 어제 연극에  감동을 받은 집사람은, 주부독서회 회원들과 함께 내일 또 관람할 것을 예약하였다.

 

 

** 영문제목 'nowhere'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듯 하다. 

  'no where'와 'now here'

전자는 갈 곳 없는 고독하고 힘든 절망적인 인생을, 후자는 새로운 인생이 '지금 여기'에서 시작된다는 희망적 멧세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