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전쟁의 그늘

道雨 2011. 6. 25. 15:39

 

 

 

                     전쟁의 그늘
 

 

»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좋은 전쟁도 있는가.

 

광개토대왕, 김유신 장군의 이름을 읊어대는 사람들은 정복전쟁의 위대함을 노래한다. 을지문덕, 강감찬 그리고 이순신의 대승을 회상하며 비장해하기도 한다.

과연 역사 교과서는 전쟁에 관한 서술을 통해 공동체적 자존감과 애국심을 북돋우려 애쓴다.

그러나 전쟁의 실상은 비참하기만 하였다.

 

 

무교회 신앙운동가 우치무라 간조는 러-일 전쟁의 승리감에 전 일본이 도취해 있을 때, 홀로 탄식하였다.

 

“이토 히로부미라는 늙은 대신의 가슴에 한 개의 훈장을 추가하고, 그 품에 몇 명의 젊은 미희를 안겨주는 것 이상, 이 전쟁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일본은 이로 말미암아 스스로 침략자의 길에 들어서고 말았다. 지각이 있는 일본 사람이라면 기뻐하기는커녕 나라의 장래를 위해 통곡해야 할 날이다.”

 

이렇게 울부짖은 우치무라에게 비난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강단에서 쫓겨났다. 마침내 그는 일본제국의 ‘국적’(國敵)으로 낙인찍혔지만,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전쟁은 미친 짓이다.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 같은 것도 석연치 못하다.

알카에다가 활개치게 된 이유조차 설명하지 못한 채 오사마 빈라덴의 목에 현상금만 달랑 걸었다. 그 목적이 이뤄진 지금도 테러 위협이 줄지 않은 이유다.

 

승자 없는 전쟁의 그늘은 깊기만 하다. 진 쪽도 이긴 쪽도 피해가 막심해, 숱한 가정과 마을이 파괴된다. 나라도 잿더미로 변한다. 전쟁이 집어삼키는 비용과 수고를 덜어 평화의 제단에 바친다면 세상이 싹 달라질 것이다.

 

상처뿐인 이따위 전쟁을 일으키는 자, 누구인가. 한 줌도 채 안 되는 정상배들 아닌가. 그들이야말로 공공의 적이다.

만일 우리가 아직도 이순신을 기린다면, 그가 살생의 귀재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생명을 귀히 여긴 그는 어찌할 방법이 없을 때만 싸웠기에 위대한 것이다.

 

불안남북관계를 생각하다가 이순신과 우치무라에 잠시 생각이 머물렀다.

 

<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