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신문들의 2면에는 “꿈의 비행이 시작된다”는 대한항공 A380 광고가 실렸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특급호텔” 등의 제목이 붙은 기사가 큼직하게 그날치 지면을 차지했다. 광고주인 대한항공을 명품 항공사로 떠받들었다. 광고주에겐 더없이 좋은 언론사이고 좋은 기자였을 것이다.
흔히 기자는 왕관 없는 제왕이라 불린다. 그만큼 권위와 신뢰를 받는다는 뜻이다. 그 무관의 제왕들이 자본 권력 앞에 일제히 무릎을 꿇은 사례로 보인다.
올 5월 한국광고주협회는 나쁜 언론사를 선정 발표했다. 몇몇 언론사가 식·음료업체에서 이물질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기사화하기 전에 해당 기업에 전화를 해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거나, 기업 대표와 관련된 사건 등이 발생하면 그 기업 홍보실에 연락해 거래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요구가 거절당할 경우 곧장 이를 기사화해 주요 포털에 올렸고, 협찬에 응할 경우 바로 기사를 삭제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무관의 제왕이 횡포를 부리고 폭정을 한 것이다.
삼성비자금 사건을 적극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한동안 삼성그룹 광고를 실을 수 없었다. 삼성의 광고중단은 광고매출의 큰 감소를 가져왔고 그 신문사의 수지는 악화되었다. 광고주의 무서운 채찍이었다.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언론사가 광고주의 영향을 벗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무리 편집권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외쳐도 잘 지켜지지 않고 침해되기 일쑤다. 사주가 있는 언론사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어떤 점에서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권력을 비판한다고 언론사를 문닫게 할 수는 없고, 정치권력의 비리와 부정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기사는 오히려 시청률이나 판매부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돈줄을 쥐고 있는 자본 권력은 다르다. 특히 오로지 광고수입에만 목줄을 대고 있는 언론사가 광고주의 비위를 거슬리는 것은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반면 광고주의 홍보를 위해 지면이나 뉴스 시간을 바치면 그 대가는 달콤한 광고비로 돌아온다. 광고주의 비리와 부정을 눈감아주면 당근이 주어진다.
그러는 사이 진실은 사라지고 감추어진다. 비판과 감시라는 저널리즘은 죽어나간다. 언론이 보도를 무기로 하여 광고주를 압박하기도 하고 대광고주가 광고라는 미끼를 던지기도 한다.
조중동 방송은 여론시장을 지배하는 신문까지 한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만큼 사회적 폐해도 클 수 있다. 그들에게 광고주와 직거래할 길을 터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광고주와의 유착이 더 깊어질 것이 뻔하다. 광고비를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논조와 보도 내용이 달라진다. 무관의 제왕들은 광고영업을 위한 바람잡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방송사가 광고를 직접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이런 유착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물론 방송사가 광고판매대행사를 통해 광고영업을 하도록 한다고 해서 광고주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다만 좀 줄여줄 뿐이다. 그나마 없다면 광고를 앞세운 자본 앞에 저널리즘을 온전히 제물로 갖다바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조중동의 방송 시작이 멀지 않았고 이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직접 광고영업을 할 채비를 착착 갖추어 간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조중동 방송의 직접 광고판매를 금지하는 방송광고판매법 제정이 시급하다.
|
'시사,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집 아줌마 (0) | 2011.07.01 |
---|---|
‘도청 의혹 KBS 연관설’ 명쾌히 밝히고 넘어가야 (0) | 2011.06.29 |
인천공항 매각, 국민들이 반대하는 이유 (0) | 2011.06.28 |
사고 잇따르는데도 “4대강 사업과 무관”만 외칠 텐가 (0) | 2011.06.27 |
야당 불법사찰 의혹, 명백히 밝히고 넘어가야 (0) | 2011.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