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종편 직접 광고판매' 막아야 하는 이유

道雨 2011. 6. 29. 13:39

 

 

 

  '종편 직접 광고판매' 막아야 하는 이유
 

 

 

»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지난 17일 신문들의 2면에는 “꿈의 비행이 시작된다”는 대한항공 A380 광고가 실렸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특급호텔” 등의 제목이 붙은 기사가 큼직하게 그날치 지면을 차지했다. 광고주인 대한항공을 명품 항공사로 떠받들었다.

광고주에겐 더없이 좋은 언론사이고 좋은 기자였을 것이다.

 

흔히 기자는 왕관 없는 제왕이라 불린다. 그만큼 권위와 신뢰를 받는다는 뜻이다. 그 무관의 제왕들이 자본 권력 앞에 일제히 무릎을 꿇은 사례로 보인다.

 

 

올 5월 한국광고주협회는 나쁜 언론사를 선정 발표했다.

몇몇 언론사가 식·음료업체에서 이물질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기사화하기 전에 해당 기업에 전화를 해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거나, 기업 대표와 관련된 사건 등이 발생하면 그 기업 홍보실에 연락해 거래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요구가 거절당할 경우 곧장 이를 기사화해 주요 포털에 올렸고, 협찬에 응할 경우 바로 기사를 삭제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무관의 제왕이 횡포를 부리고 폭정을 한 것이다.

 

삼성비자금 사건을 적극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한동안 삼성그룹 광고를 실을 수 없었다. 삼성의 광고중단광고매출의 큰 감소를 가져왔고 그 신문사의 수지는 악화되었다. 광고주의 무서운 채찍이었다.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언론사가 광고주의 영향을 벗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무리 편집권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외쳐도 잘 지켜지지 않고 침해되기 일쑤다. 사주가 있는 언론사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어떤 점에서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권력을 비판한다고 언론사를 문닫게 할 수는 없고, 정치권력의 비리와 부정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기사는 오히려 시청률이나 판매부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돈줄을 쥐고 있는 자본 권력은 다르다. 특히 오로지 광고수입에만 목줄을 대고 있는 언론사가 광고주의 비위를 거슬리는 것은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반면 광고주의 홍보를 위해 지면이나 뉴스 시간을 바치면 그 대가는 달콤한 광고비로 돌아온다. 광고주의 비리와 부정을 눈감아주면 당근이 주어진다.

 

그러는 사이 진실은 사라지고 감추어진다. 비판과 감시라는 저널리즘은 죽어나간다. 언론이 보도를 무기로 하여 광고주를 압박하기도 하고 대광고주가 광고라는 미끼를 던지기도 한다.

 

 

조중동 방송은 여론시장을 지배하는 신문까지 한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만큼 사회적 폐해도 클 수 있다.

그들에게 광고주와 직거래할 길을 터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광고주와의 유착이 더 깊어질 것이 뻔하다. 광고비를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논조와 보도 내용이 달라진다.

무관의 제왕들은 광고영업을 위한 바람잡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방송사가 광고를 직접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이런 유착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물론 방송사가 광고판매대행사를 통해 광고영업을 하도록 한다고 해서 광고주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다만 좀 줄여줄 뿐이다. 그나마 없다면 광고를 앞세운 자본 앞에 저널리즘을 온전히 제물로 갖다바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조중동의 방송 시작이 멀지 않았고 이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직접 광고영업을 할 채비를 착착 갖추어 간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조중동 방송의 직접 광고판매를 금지하는 방송광고판매법 제정이 시급하다.

 

<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종편사 ‘총대’ 메고 나선 한나라당 문방위원들
 

 

여야가 어제 국회에서 종일 대치했다.

한나라당 소속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들이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처리하려는 데 맞서 민주당이 문방위 회의실을 점거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는 수신료와 미디어렙 법안, 한국방송법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재론하기로 한때 합의했으나,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의 강경한 자세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어제 한나라당 의원들의 태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방송 수신료는 오랜만에 인상한다고 하지만 한번에 인상률이 40%나 된다. 준조세 성격이 강하고 전기요금에 통합고지되는 까닭에 온 국민한테 부담이 고루 돌아가게 돼 있다.

국회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로 밀어붙여 보았자 납부 저항을 부를 게 뻔하다.

수신료 인상은 한국방송이 정치적 독립성과 편성의 자율성을 행동으로 보여준 다음에나 논의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원내대표단마저 강행처리에 난색을 표시했겠는가.

 

 

미디어렙은 더욱 문제다.

종합편성채널이 올해 하반기 문을 열게 됨에 따라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태다.

 

종편은 지상파 방송사와 비슷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종편사에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할 경우 편성을 지렛대로 광고를 강요하는 비뚤어진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종편사들의 약탈적 영업으로 중소 언론사가 피해를 입고, 미디어 다양성이 침해될 우려도 크다.

1공영 1민영 체제를 도입해 종편사도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영업을 하도록 하자는 데 시민사회 의견이 집약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그런데 어제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해선 처리 일정조차 안중에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제도를 정비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종편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계산이 작용했을 터다.

이것은 ‘입법 미비’를 통해 종편사에 부당한 특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입법기관의 책무를 방기한다는 점에서도 옳지 않은 일이다.

 

어제 한나라당은 문방위원들이 그릇된 방향으로 종편사와 한국방송의 총대를 메고 나서는 반면에, 당 지도부는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방송 제도는 시민들의 문화생활과 민주주의 공론질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한나라당 차원의 성찰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최근의 쇄신 주장도 헛구호로 전락할 것이다.


[한겨레] 2011. 6. 29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