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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의 민주당 비공개 회의 녹취록 공개로 촉발된 도청 시비가 확산되는 가운데 녹취록을 한 의원에게 전달한 사람이 <한국방송>(KBS)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잇따라 주목된다.
<한겨레>와 <조선일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한 의원은 “녹취록은 민주당 당직자 쪽에서 나왔으며 또다른 한 명을 거쳐 받았다. 중간에 녹취록을 준 사람은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러 정황상 한 의원이 말한 ‘신뢰할 만한 인물’이 바로 한국방송 관계자가 아니냐는 의혹인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이 문제(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집단이 (회의장에) 마이크를 갖다댄 것 같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고 말해 한국방송 쪽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물론 이번 도청 의혹 사건에 한국방송이 연루된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다. 하지만 도청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정치권에는 ‘수신료 인상안의 국회 통과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방송 쪽이 민주당의 회의 내용을 빼내 한나라당에 건넨 것 같다’는 관측이 파다했다. 민주당은 실제로 도청 범인과 관련한 구체적인 제보도 접수해 경찰에 넘겼다고 한다. 단순히 소문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한 것이다.
취재 현장에서 취득한 정보를 보도 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언론으로서는 금기 중의 금기다. 만에 하나 한국방송이 부당한 방식으로 민주당 회의 내용을 녹취해 은밀히 한나라당에 넘겼다면 실로 충격적인 일이다. 게다가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최대 논쟁거리는 바로 한국방송의 공정성이다. 이런 파렴치한 행동은 그것만으로도 수신료 인상 불가론을 생생히 입증하는 사례가 되는 만큼 진상규명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한국방송으로서는 자신의 연루 의혹에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의혹이 확산되는 마당에 계속 침묵하고 있으면 오히려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이번 사안은 한국방송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의 명예와도 관련된 사안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있다, 없다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잡음 확산을 막는 길이다.
한선교 의원도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녹취록을 건네준 ‘신뢰할 만한 사람’이 누군지를 진솔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정치권에 평지돌풍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그것만이 그나마 책임을 조금이라도 더는 길이다. [한겨레] 2011. 6. 29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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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회의 과정에서 민주당의 비공개 회의 발언록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시끌벅적하다.
민주당은 국회 당 대표실이 도청당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한나라당은 “도청의 증거를 내놓으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의 발표에 따르면 당시 회의는 실무 당직자들까지 전부 퇴장하고 최고위원과 상임위원 몇명만 참석한 완전 비공개 회의였다. 또 한선교 의원이 국회에서 발언을 할 때까지는 녹취록도 작성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 의원은 천정배 최고위원의 발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읽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도청 의혹을 제기할 만도 하다.
당사자인 한 의원은 애초에는 “틀림없는 녹취록”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내 주변 측근이 민주당의 모 인사로부터 메모를 입수한 것”이라고 말을 뒤집었다.
하지만 그런 변명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다고 해도 이번 사태에는 야당에 대한 불법사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회의 발언록을 누가 어떻게 작성했는지, 한 의원 쪽에 발언록을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명백히 밝혀내지 않으면 안 된다. 야당의 비공개 회의 내용까지 곧바로 여당에 현장중계되는 상황에서 여야간 신뢰니, 제대로 된 정치 따위를 입에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나라당은 정치의 금도에서 벗어난 치사한 행동을 하고서도 전혀 반성의 기색이 없다. 특히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한선교 의원의 경우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남의 속옷 속을 몰래 들춰봤으면 가만히나 있지, 그런 사실을 만천하에 떠벌렸으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 자신의 뛰어난 정보수집력을 과시하고 야당에 겁을 주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앞뒤도 분간하지 못하는 천방지축 정치인이다.
사태가 불거진 뒤 “도청 증거가 있느냐”며 뻗대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참으로 적반하장이다.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에나 있었던 불법도청이 마치 지금 행해진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극히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불법도청의 원조는 다름 아닌 한나라당이며, 불법 민간인 사찰 등 시대착오적 비행을 수없이 저지른 것도 바로 이 정권이다. 그런 믿을 수 없는 정권이니 도청 의혹도 제기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한 의원의 잘못을 사과하고, 자체 조사를 통해 진상을 소상히 밝히는 일이다. |
[2011. 6. 27 한겨레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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