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의약품 약국외 판매, 이제 본질을 봐야 할 때

道雨 2011. 7. 5. 12:47

 

 

 

   의약품 약국외 판매, 이제 본질을 봐야 할 때 

 

 

“6개월 분량에 4만9800원.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여기에 감기약 3종 세트를 1개월분 더 얹어주는 놀라운 서비스! 한 달 1만6600원에 3개월 할부로 모십니다. 지금 바로 전화 주십시오.”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종편 방송에서 자주 듣게 될지도 모를 의약품 광고 멘트일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감기약 발언 이후 사회적 이슈가 된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는,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의약품의 판매처를 약국으로 한정하고 있는 현행 약사법에 대한 개정 유무로까지 확대되었다.

그 과정에서 약의 안전성을 우선시했던 약사 사회는 정부, 언론사, 뉴라이트계열의 시민단체, 의사단체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사회적으로도 직능이기주의의 화신인 양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야간이나 공휴일에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로부터 촉발한 이 문제가, 장차 약국에서 판매중인 거의 모든 약을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유통업체에서 24시간 판매 가능하도록 대폭 확대된 상황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

 

당장 지난해 12월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업체의 생존을 위해 추진할 뜻을 밝힌 병의원·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추진 방안과, 5일 뒤에 나온 이 대통령의 감기약 발언, 12월31일 전격 발표된 종편 채널 선정, 그리고 올 초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통한 광고 추진 등이 짧은 기간에 집중된 것을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종편업체의 생존 보장을 위해 전문의약품 광고를 추진하다 의·약사, 시민사회 그리고 국회의 거센 반발에 밀린 방통위는, 급기야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통한 광고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그리고 언론의 여론몰이를 등에 업고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착착 이루어가는 지금,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 추진이 야간이나 공휴일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던 주장은 홀연히 사라졌다.

국민들이 의약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약사의 조언보다는 광고에 의존하게 해 ‘약 권하는 사회’를 만듦으로써 종편업체에 의약품 광고라는 먹잇감을 안겨주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그 규모를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2008년만 해도 상위 24개 제약사의 일반의약품 광고비만 해도 2700억원이 넘는다.

같은 해 방송 3사(티브이와 라디오 합산)의 광고 수익인 <한국방송> 5311억원, <문화방송> 8883억원, <에스비에스> 4792억원과 비교해 보아도 굉장한 규모다.

더구나 2010년에는 더 증가하여 상위 10개 제약사의 광고비만 해도 1636억원에 달하고, 국내 모든 업체들의 광고 상위 50위 가운데 4곳을 제약사가 차지하고 있다. 고작해야 중소기업 수준인 제약사의 매출 규모로 볼 때 이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반면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종편 채널 1개가 생존하기 위한 비용은 대략 1년에 2000억~3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미 정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았는데도 더 많은 특혜를 요구하고 있는 이들 종편업자들한테 광고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랄 수 있는 제약업계의 의약품 광고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생존 방편이랄 수 있다.

이들이 황금채널을 배정받아 서두에서와 같이 그럴듯한 광고로 의약품의 과소비를 조장할 경우 결국 우리 국민들은 그만큼 불필요한 의약품을 소비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국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미명 아래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실제로는 조·중·동과 같은 극우보수 언론사에 더욱 큰 권력을 쥐여주게 되고, 그들의 이념적 지원을 토대로 현재 이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시장만능주의 세력의 기반을 더욱 굳건히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면 이보다 끔찍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의 숨은 본질을 따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오승우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

 

 

 

 

 

***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업무보고를 통해 국내 광고시장 규모를 2010년 8조1000억원에서 2015년 13조8000억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74%인 광고비를 5년 안에 1.0%로 높여 5조원 이상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 이명박 정부 들어서 2008년 실시한 부자감세 조처로, 이 대통령 재임 5년간 총 96조원, 그리고 그 뒤에도 매년 25조원(이상 2008년 불변가격)의 감세 혜택이 부유층에게는 계속되고 있다.

 

*** 4대강 사업 시작 전에는 4대강 하천관리비용으로 매년 약 250억원이 들어갔는데, 총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4대강 사업 이후로는 관리비용(이자비용 4천억원 포함)이 이전의 40배인 약 1조원(최소 7천억원)이 매년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