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그들에게 민주주의란 없다

道雨 2011. 7. 16. 14:41

 

 

 

           그들에게 민주주의란 없다 

 

» 김상수 작가·연출가
드디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철옹성 같아 보이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제국이 영국에서의 전화해킹·취재도청 사건으로 괴물의 실체를 드러냈다.

동시에 언론의 타락과 정치권력의 유착이란 고질적 질병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탄내고 박살내는지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다.

 

영국에서만 도청 피해자가 1만여명에 이르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폭발”이라는 표현을 쓰며 정부와 언론 관계를 재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어제까지 머독의 <뉴스 오브 더 월드> 전 편집장을 자신의 공보책임자로까지 스카우트했던 캐머런이 권언유착의 혐의를 받자 일단은 머독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700만부의 주·일간지를 영국에서 발행하는 머독의 도움을 받아 선거에서 승리한 캐머런이 이번 사태에서 과연 운신의 폭이 얼마나 자유로울까.

 

 

결국 머독은 행세는 언론인이지만 돈의 이익을 앞세우는 철저한 일인독재체제 기업인임을 이번 사태에서 확연하게 읽을 수 있다.

그가 거침없는 여론조작과 여론개입을 통해 우월한 지위와 특권을 누리면서 국가조차 뛰어넘으려고 한 것에서 보듯이, 그의 절대적 목적은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 창출이고 세계를 자신의 미디어제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되는 건, 세상은 이미 거대기업 권력을 축으로 그것에 기생하거나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합종연횡의 프로파간다에 의해 무리지어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자유나 인권, 민주주의란 그저 수사일 뿐이다.

 

그래서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야합 무리들은 주권재민의 시민이 아니라, 오직 소비자만을 염두에 두며, 공동체가 아니라 시장터를 만들어낸다.

대량으로 조작된 언론기사는 공장의 제품처럼 생산되지만 ‘진실’과는 한참 멀다.

 

 

정작 화급한 문제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족벌·기득권 신문사가 방송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덤비는 한국의 현재다.

이네들 신문은 최근 한진중공업 김진숙씨를 찾아가는 시민 1만명의 ‘희망버스’를 전혀 주요 뉴스로 취급하지 않은 것처럼, 여론의 관심을 중요 이슈로부터 분산시키고 회피하게 하며 대중을 오도하고 혼란시킨다.

 

그래서 약한 노동자의 처지는 배제하고 재벌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식으로 언론의 공공성을 파괴한다.

미디어를 더욱 장악하고자 하는 이네들은 국민공정하게 알 권리를 빼앗아, 자기들에게 이득이 안 되는 뉴스는 삭제하는 식으로, 불리한 측면은 은폐하고 교묘한 논리로 여론을 계속해서 속이려 들 것이다.

 

이렇듯 거대기업들이 생산, 유통, 운송, 광고 및 통신 수단까지 지배하고 언론과 언론매체 그리고 광고와 선전이라는 모든 수단까지 지배함으로써 국가의 삶을 장악하게 될 때 민주주의는 의미를 잃는다.

 

 

이 땅의 ‘보수’를 가장하는 기득권 집단엔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이란 두렵다. 그래서 그들의 의식에 민주주의란 아예 없다.

이명박 정권이 불법 날치기로 미디어 관련법을 통과시켰던 것도 언론의 정론이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위헌적 법률에 근거하여 사업자를 허가한 종편사업자 선정은 명백하게 원천무효란 점이다.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힘은 소수의 지배자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 힘의 근거는 차라리 ‘지배받는 다수’에게 있다.

사람들이 시민으로서 이를 제대로 자각하면서 그런 힘의 논리를 깨닫게 된다면, 궐기해서 사태를 전복시킬 수 있다.

이것이 차기 총선과 대선의 분명한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