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정부 예산 150조원이 놀고 있다.

道雨 2011. 8. 18. 11:08

 

 

 

     예산타령하더니… 나랏돈 150조 놀렸다

 

첫 '결산안 공청회'서 지적
융자기금중 80% 운용안돼 국가재정 동맥경화 심각
"세금·기금 거둬 남은 돈 국가부채 갚는 데 써야"


 

 

나랏돈이 정작 필요한 곳에서는 부족하고 필요 없는 곳에는 남아도는 심각한 동맥경화 증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나랏빚이 늘까 봐 필요한 지출마저 재검토하는 판국에 다른 쪽에서는 최대 150조원(지난해 결산 기준)에 육박하는 여유재원을 쓰지 못한 채 놀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금액은 올해 예산 309조원의 절반에 비견된다.

 

 

이 같은 분석은 국회가 17일 헌정사상 최초로 정부의 재정집행 성적표를 뜯어보기 위해 연 2010년도 결산 공청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공청회에서 패널로 나선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의 '2010년 결산으로 본 가용재원 추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정부가 지출예산ㆍ기금 등으로 잡아놓고 쓰지 않았거나 중복 지출해 낭비한 돈이 149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를 항목별로 구분하면 ▦세계잉여금 12조2,000억원 ▦불용액 5조5,000억원 ▦남아도는 융자성 기금 적립금 약 80조원 ▦폐지 대상 기금 적립금 6조7,000억원 ▦사업성 기금 여유재원 23조원 ▦중복낭비적 지출 9조7,0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중 정부가 국민에게 세금을 거둬 지출하고도 남은 돈(세계잉여금)이나 아예 쓰지 않은 돈(불용액)이 18조원에 육박한 것이나 104조원대에 달하는 재정융자사업기금(융자성 기금) 중 80%가량이 운용되지 않고 있는 점이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돼다.

이 교수는 공청회에서 "우리나라의 재정은 지금 동맥경화증에 걸려 있다. 어떤 사업은 돈이 없어 진행을 못하는데 다른 부분에서는 돈이 (남아돈 채) 묶여 있다"며 정부 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 같은 가용재원 처리방향에 대해 "정부가 국가부채 문제를 걱정한다면 채무상환에 우선적으로 지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잉여금의 경우 세출보다 세금을 더 받은 셈이므로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은 이 교수 등의 지적에 대해 "성과가 낮은 재정사업은 다음해 예산 심사시 (재정 재배분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도 "정부의 예산 중복지출이나 불용액, 예비비 전용 등은 매년 시정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내년 예산심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정부 결산안 심사 공청회는 내실재정 심의를 위해 매년 의무적으로 열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되면서 올해 처음 개최됐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